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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과 이를 지지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경남 밀양역 광장에서 열린희망버스 문화제 '우리모두가 밀양이다'에서 밀양송전탑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밀양 희방버스' 밀양송전탑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과 이를 지지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경남 밀양역 광장에서 열린희망버스 문화제 '우리모두가 밀양이다'에서 밀양송전탑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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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오신 희망버스 탑승자분들 뜨겁게 환영합니다."

지난 달 30일 저녁 전국에서 달려온 2천여명의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밀양역 광장을 가득 채웠다. 광장 주변으로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펄럭였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에서 달아놓은 현수막이었다.

물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모두에게 이렇게 환영을 받은 건 아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공개적으로 희망버스가 밀양을 찾는 것을 반대했다. "지역사회도 대부분 평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시점에 극소수 반대 주민들의 분위기에 휩싸여 갑작스레 밀양으로 희망버스가 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엄 시장의 반대 이유였다.

몇몇 단체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밀양 사회봉사단체협의회 등은 "당신들이 외치는 희망버스는 우리 지역민에게는 절망버스"라며 "11만 시민 가운데 0.1%도 안 되는 목소리를 마치 전체의 목소리인양 옹호하고 두둔하는 외부 단체와 세력들은 발길을 돌릴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시장과 지역 단체들까지 나서 손사래 쳤던 '절망버스'가 밀양은 찾은 날은 어땠을까.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문화제를 진행한 밀양역 주변 상인들은 희망버스가 가져다준 특수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밀양역 인근 O식당은 넘쳐나는 손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주인은 "음식이 다 떨어져 돌려보낸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그렇게 돌려보내도 매출이 평소보다 3배는 넘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름값한 '희망버스' 주변 상인들 희망버스 특수 톡톡

밀양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오후 경남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에 집결해 송전탑건설을 중단할 것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밀양 송전탑 공사 고마해라! 밀양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오후 경남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에 집결해 송전탑건설을 중단할 것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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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음식이 다 떨어졌는다는데도 밥 다시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30분 째 앉아계시는 손님도 있다"며 턱을 살짝 들어 20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앉은 테이블을 가리켰다. 식당 주인은 "이렇게 찾아와주시니 얼마나 고맙나"라며 "밀양을 찾아와주신 분들께 최대한 좋은 인상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곤 쉴 새 없이 손을 놀렸다.

이 같은 사정은 인근의 분식점도 비슷했다. 만두와 찐빵이 쪄놓기 무섭게 팔려나갔고 있었다. 분식점 주인에게는 말을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장사가 어땠냐"는 말에 그는 "그동안 경기가 안 좋았는데 오늘만큼은 장사가 잘된다"고 반겼다. 밀양역 인근 편의점은 손님들이 줄을 서 계산하는 진풍경도 보였다.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샌드위치 같은 간단 식사류는 저녁에 이미 동이 난 상태. 편의점 직원은 "너무 바빠 정신이 없다"며 분주히 상품에 바코드스캐너를 가져다댔다.

기자가 추위를 피해 들어간 커피숍은 앉을 자리가 없었고, 아르바이트생은 "평소 토요일에 비해 오늘은 매출이 많다"고 말했다. 또 늦은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찾은 식당 주인은 "다른 집은 밥이 없어서 못 팔았다던데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오느라 식당 문을 늦게 열어 제대로 팔지도 못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절망버스가 될 것이라던 우려와는 달리 적어도 상인들에게 만큼은 희망버스가 이름값을 한 셈이다.

걱정했던 교통 체증도 빚어지지 않았다. 공사 현장이 밀양 전역에 퍼져있었던 탓에 버스들이 분산됐고, 모두가 모인 밀양역 문화제 현장에도 2천여명이 모였지만 교통지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밀양역 안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50대 남성 윤아무개씨는 자신이 "송전탑 찬성론자"라고 말했지만 "희망버스가 지역에 그다지 피해를 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윤씨는 "외부세력이 문제라지만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일단 도시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말하던 과격시위와 무질서의 느낌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 체증이 심할 것이라고 하기에 기차 시간에 늦지 않으려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오히려 시간이 너무 남아 걱정"이라며 "문화제 공연도 지켜보니 송전탑 건설의 찬반을 떠나 재미는 있다"고 말했다.


태그:#밀양송전탑,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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