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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박람회장 내에 설치돼 있는 채용공고 게시판 앞에 모여있다.
 지난 11월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박람회장 내에 설치돼 있는 채용공고 게시판 앞에 모여있다.
ⓒ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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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면접 보는 줄 알고 왔어요.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라고 해서 인천에서 왔는데 면접은 없다네요. 직무 정보 정도만 듣고 갑니다. 허탈하네요."

반듯하게 양복을 입고 이력서 뭉치를 손에 든 김진태(50대)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난 11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여성가족부 공동주최로 열린 '2013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는 각계각층의 구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최 측은 참가자 수를 본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약 3만5000명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구직자들의 높은 관심과 달리 채용박람회의 내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채용은 드물었고, 박람회에 나온 일자리도 고용노동부의 발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면접 볼 줄 알고 신경썼는데 상담만... 실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채용 박람회에 "10개 그룹 82개 기업이 참여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에서 1만 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현장면접을 실시하는 직무의 모집인원 28개 기업, 3500여 명"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현장에서 면접을 실시하는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아 온라인 지원을 받는 기업일지라도 사전에 신청만 하면 면접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기도에서 온 최인선(29)씨는 박람회장을 둘러보고나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채용 면접을 기대하고 왔지만 자신이 면접을 볼 수 있는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히 면접 볼 줄 알았다, 옷이랑 화장도 신경쓰고 왔는데… 실망스럽다"며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속타는 구직자들과는 달리 기업 관계자들은 태평한 모습이었다. 박람회에 참가한 A기업 인사담당자는 "원래 채용박람회는 정보 제공의 취지로 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면접을 명시한 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보도자료가 잘못 나간 것"이라며 "상담만 하고 채용 공고는 12월에 나갈 예정이다, 오늘 면접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채용 공고가 나가니 오늘은 충분한 인포메이션(정보)만 드린다"고 덧붙였다.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장 면접을 실시하는 28개 기업 중 대부분은 사전에 온라인에서 서류심사를 합격한 자에 한해 면접을 실시했다. 현장 상담 중 직무와 적합한 업무능력을 보이는 인재들에게 현장 면접 기회를 제공한 기업은 LG그룹의 LG생활건강∙LG화학∙하이텔레서비스와 롯데그룹의 롯데리아∙롯데시네마∙롯데백화점∙롯데카드, 총 일곱 기업에 불과했다. '채용박람회'가 아닌 '채용정보박람회'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빛좋은 개살구, 시간선택제 일자리

일자리의 질 또한 문제다. 고용노동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채용박람회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심리상담사, 통∙번역사, 변호사, 약사 등 상당수의 전문 직종을 포함해 150여 개의 다양한 직무 분야를 채용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단순노동직 채용이 대부분이었다. 1만 개의 일자리 중 약 5.7%만 전문직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추후에 온라인에서 별도의 채용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결국 현장에서 채용 면접을 볼 수 있는 전문직은 1만개의 일자리 중 0.1%, 즉 11개에 그친 셈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아무개(57)씨는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은행에서 10여 년을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제2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채용박람회를 방문했으나 "내 학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는 없고 서비스업 같은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었다, 나같은 사람은 갈 곳이 없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앞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핵심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열린 이번 '2013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는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일대일 상담 등 현장에서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발표 내용과는 다른, 정보 위주의 박람회로 인해 많은 구직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평이다. 이에 '정부가 고용률 70%라는 숫자에만 매달려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태그:#시간선택제 일자리,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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