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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박전열 교수님의 초청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박전열 교수님의 초청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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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류코쿠대학 사회학부에서는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 이해를 위한 초청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박전열 교수님께서는 '풀로 만든 무덤과 모래로 만든 무덤'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습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려하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왜 사람들은 죽음을 무서워하는 것일까요? 이승의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구도 죽음 너머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죽음 너머의 세계를 무서워하거나 피하지만은 않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죽음을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독특한 장례 습관을 만들어 왔습니다. 따라서 장례 습관을 보면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죽은 다음을 이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서남해안이나 일본 규슈 서해안 그리고 아마미오시마와 여러 섬들과 오키나와 제도에 이르는 바닷가 사람들은 비슷한 장례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들 지역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사관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국 서남해안이나 섬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초분과 초분을 만드는 순서입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초분에 있던 뼈를 닦아서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 관에 담아둔 것입니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한국 서남해안이나 섬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초분과 초분을 만드는 순서입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초분에 있던 뼈를 닦아서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 관에 담아둔 것입니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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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사람들은 이중장 혹은 이차장이라는 독특한 장례 문화를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임시 무덤을 만들어서 살과 겉이 다 사라지면 뼈만 깨끗이 닦거나 씻어서 무덤을 만들어 왔습니다.

한반도에 3만기 정도 남아있는 고인돌 역시 이중장 제도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즉, 죽은 사람의 겉이 다 사라진 다음 뼈만 추려서 묻은 무덤이 고인돌입니다. 이처럼 이중장 제도는 바닷가를 중심으로 지구상에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한반도와 일본 사람들 역시 이중장 제도라는 비슷한 문화를 공유해왔습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해왔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중장 제도는 사람의 살과 뼈를 구분하여 뼈를 신성시하는 생각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검이 그대로 땅에 들어가면 땅을 더럽힌다는 관념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밖에 일시적인 일차 장례식이 사람의 죽음을 확인하고, 선조들이 사는 거룩한 땅으로 가는 준비 기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 막 죽은 사람의 영혼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생활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차장은 죽음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재생을 미리 내다보는 뜻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 서남해안에서는 오래 전부터 초분이라는 무덤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죽은 사람을 위해서 야산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무덤입니다. 몇 년이 지나 육탈이 되면 뼈를 깨끗이 닦아서 땅에 묻었습니다.

오키나와 위에 있는 요론시마 모습과 그곳에 전하는 모래 무덤과 납골당에 뼈를 안치하는 모습입니다.
 오키나와 위에 있는 요론시마 모습과 그곳에 전하는 모래 무덤과 납골당에 뼈를 안치하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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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서쪽 해안이나 아마미오시마 제도와 오키나와 여러 섬에서는 주검을 모래 땅 위에 임시 무덤을 만들어 묻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뼈를 깨끗이 닦아서 가족 무덤인 납골당에 넣습니다. 이때에는 가장을 중심으로 온 일가 친척이 모여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모두 협력하여 장례 일을 합니다.

아직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에게 죽음을 이야기는 하는 것은 별로 재미나는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장례식이 품은 여러가지 상징적 행동을 통해서 죽음 이후의 세계를 엿보았습니다.

한국과 일본 다른 나라, 다른 곳이지만 비슷한 장례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유익한 공부였습니다. 이제 서서히 이러한 장례 풍습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이런 장례 풍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인지도 모릅니다.

한국 서남해안과 일본 규슈 서남해안 그리고 아마미오시마 제도, 오키나와 여러 섬들은 바다를 중심으로 둥글게 이어져 있고 비슷한 문화 현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한국 서남해안과 일본 규슈 서남해안 그리고 아마미오시마 제도, 오키나와 여러 섬들은 바다를 중심으로 둥글게 이어져 있고 비슷한 문화 현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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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초분, #이중장, #장례식, #청산도, #요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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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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