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중·일 방공식별구역과 이어도 위치
 한·중·일 방공식별구역과 이어도 위치
ⓒ 고정미

관련사진보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영토 분쟁에 미국까지 가세함으로써 한국의 서남해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해역이 급격하게 분쟁 지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최근 분쟁 해역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다. 이는 방공식별구역 비행시 사전 통보를 의무화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의도적으로 이곳에 B-52 전략폭격기 두 대를 비행시킴으로써 무시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에 중국이 강력 반발함으로써 센카쿠 열도 일대가 세계 경제 1~3위국이 얽힌 분쟁 수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문제의 '방공식별구역' 창안자는 미국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이란?
'영공'과는 별개로, 국가안보 목적상 군용 항공기 식별을 위해 임의로 설정한 선이다. 이를테면 사전 통보되지 않은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면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침범 사실을 알리고 퇴거를 요구함과 동시에 우리 전투기가 출격하게 된다. 군용 항공기의 충돌로 인한 군사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국제법상의 관할권 인정은 아니다.
지난 23일 중국 외교부는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ADIZ)을 설정하고 비행 규칙과 비행구역 지도를 발표했다. 중국의 ADIZ 설정은 국제사회에서 관례가 없는 일방적인 행동은 아니다. 중국의 주장처럼 ADIZ의 창안자는 미국이다.

미국이 한국전쟁 기간인 1950년 12월 자국 상공에 ADIZ를 설정한 이래 현재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아이슬란드, 미얀마, 인도, 필리핀, 스웨덴, 대만, 영국 등 30여 개국이 ADIZ를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1960년 알제리 분쟁 당시 알제리 연안에 ADIZ를 설치 운영하였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도 한국전쟁 기간에 극동방위와 태평양 방공체제의 일환으로 미국의 태평양 공군이 1951년 3월 22일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한국전쟁 중에 중국군의 개입으로 적 공습의 위험이 증대되고, 특히 중국 공군이 MIG-15와 IL-28 제트 폭격기를 보유함에 따라 미 제5공군이 한국의 방공망 강화와 안보를 위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설정한 것이다. 이후 한국 공군이 이를 계속 운영해오고 있다.

이처럼 모든 국가는 자국 항공기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방공식별구역을 설치할 권리가 있다. 문제는 중국이 동중국해에 설정한 ADIZ가 주변국과 겹친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이 23일 발표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한국의 KADIZ와 일부 겹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겹치는 면적은 폭 20㎞, 길이 115㎞로 제주도 면적의 1.3배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 방공식별구역에는 이어도 상공도 포함돼 있으며 1960년대 설정한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도 이어도 상공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한국의 KADIZ에는 이어도 상공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 방공식별구역, 이어도 상공 포함... 외교부 "영향 없을 것"

이와 관련 국방부와 외교부는 다소 상이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우리의 이어도 이용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어도의 국제법적 지위를 묻는 질문에 "이어도는 수중 암초로 영토가 아니다"라면서 "이어도(문제)는 영토 문제가 아니며 이어도 주변 수역의 관할권 사용 문제로 배타적인 경제수역 문제"라고 밝혔다. 미-일과 중국의 분쟁에 끼어들지 않고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이어도를 KADIZ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의향을 비치고 있다. 현재 한국 해군이 사용하는 작전구역(AO)에는 이어도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어도를 KADIZ에 포함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KADIZ를 어느 범위까지 확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안은 제주 남단의 해군 작전구역이 확보되는 북위 32도까지 확장하고 동남쪽은 비행정보구역과 일치시키는 안이다. 2안은 방공식별구역을 항공작전구역과 일치시키는 안이다. 3안은 방공식별구역을 대구 비행정보구역과 일치시키는 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방공레이더의 반경과 관제능력의 보강이 선행되어야 한다. 방공레이더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방공식별구역은 그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관련 예산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2014년도 예산안에 흑산도 소형공항 관련 15억 원이 반영돼 있는 바, 조기 집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반도의 최서단에 위치한 가거도항의 증설, 해경의 이어도 유지관리 예산 등도 중장기 계획에 따라 증액할 필요가 있다.

중국 국방부 "일본은 자국 ADIZ 확장할 때 중국 동의 받은 적 없다"

그러나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넓히는 것은 주변국의 활동영역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주변국과의 긴장과 마찰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변국과의 외교관계가 중요하다.

일본은 1969년 9월 1일 방위청 훈령 제36호(방공식별권 비행요령에 관한 훈령)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고, 동 구역 내의 전술조치 및 식별절차 등을 규정했다.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은 내측은 일본 열도의 연안 약 100km 이내, 외측은 약 400~600km 이내로 설정하고 있으며, 1972년부터는 오키나와 방면이 추가되었다. 일본은 특히 지난 2010년 6월 22일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의 감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JADIZ를 서쪽으로 22km 확장 발표함으로써 타이완의 영공을 침범해 긴장을 조성한 바 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 국방부는 홈페이지에서 연일 중국의 군사안보 전문가들과 언론의 논평을 싣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26일에는 "방공식별구역은 동중국해에서 항공기의 위치 확인과 안전한 비행을 유도해 역내에서 군사적인 오판을 줄일 수 있다"는 군사전문가 멩 시안큉의 코멘트를 인용하면서 "워싱턴은 다시 헛다리를 짚고 있다"(Washington is again barking up the wrong tree)고 비판했다.

또 '일본과 미국의 과민반응(overreacting)'이라는 논평에서는 "일본과 미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일방적 행동이라고 불평하지만 미국은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고 변경할 때 다른 나라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일본은 중국 영토와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는 자국의 ADIZ를 확장할 때 중국의 동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특히 "댜오위다오 열도 이슈는 명백하게 방공구역 이슈의 핵심이다"라고 전제하고 "대체로 일본 측이 현 상황을 악화시키고 역내 안정성을 해치는 데 책임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바이다"고 밝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배경임을 숨기지 않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우발적 충돌

이처럼 양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 영토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퇴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고쿠분 료세이(國分良成) 일본 방위대총장이 문정인(연세대)-서승원(고려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밝힌 것처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우발적 충돌이다.

"현재 일본 항공자위대의 긴급발진은 매년 350회 정도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60~70%가 러시아로 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중국으로 인한 충돌이 80~100회로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해상에서는 중국 어선만이 아니라 감시선, 게다가 그 배후에선 군함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이란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면 위험하다. 미중은 정상 간에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채널이 있지만 일본과 중국은 그렇지 않다."(<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p 234)

피아식별(彼我識別, Identification Friend of Foe)이라는 군사용어가 있다. 특히 전투기의 공중전에서는 적기를 먼저 발견해 공격한 측이 이기게 돼 있다. 그래서 피아식별은 전투기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한국은 지금 미국-일본과 중국의 국가이익이 충돌했을 때 어느 쪽을 택할지, 피아식별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센카쿠, #댜오위다오, #방공식별구역, #ADIZ, #이어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