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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과 정원이 있는 집, 대개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살고 싶어 하는 집일 거라 생각됩니다.
 마당과 정원이 있는 집, 대개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살고 싶어 하는 집일 거라 생각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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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과 정원이 있는 집, 대개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살고 싶어 하는 집일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에게 "어떤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아주 막연합니다. 몇몇 적극적인 사람들을 제외한 대개의 사람들이 그리는 정원은 '그냥 예쁜 정원,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며 가꿀 수 있는 정원, 상추나 고추를 심어 놓고 싱싱한 것들을 따 먹을 수 있는 텃밭…' 뭐 그 정도입니다.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원은 현실적으로 가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정원에 대한 개념도 모호합니다. 어떤 정원을 어떻게 꾸미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아서 인지 그냥 뜬구름 같은 바람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원에 대한 역사적 개념에서부터 관리까지 <정원의 발견>

<정원의 발견>┃지은이 오경아┃펴낸곳 궁리출판┃2013.11.15┃2만3,000원
 <정원의 발견>┃지은이 오경아┃펴낸곳 궁리출판┃2013.11.15┃2만3,000원
ⓒ 궁리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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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발견>(지은이 오경아, 펴낸곳 궁리출판)은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사는 걸 꿈꾸는 사람들 모두가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현실 속에서 보여줍니다.

정원은 반드시 널찍한 마당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고, 엄청난 전공 지식이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실생활 속에서 실사적으로 확인시켜 줍니다.

책에서는 정원에 대한 역사적 개념(정의)부터 정리해 줍니다. 막연하게 생활의 한 공간쯤으로 생각하였던 정원이 내포하고 있는 역사적 배경과 철학적 의미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사는 걸 다시 한 번 꿈꾸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어서 정원에서 키울 식물들을 이해하고 식물들과 소통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 될 내용들이 '식물 이야기'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식물들 고유의 성품과 식물 개개의 일생(생명주기)등을 통해 식물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식물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적의 토양을 구축하기 위한 환경, 흙을 알고 거름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사진을 곁들인 설명으로 이어지고 있어 반쯤은 정원사가 된 듯합니다.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가 무심코 자라는 것이 아니듯이, 아름답고 건강한 정원 또한 무심코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어머니들이 옹알이를 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지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도 생물입니다. 식물의 생태를 알고, 정원수들이 살아가는 일생을 안다면 식물들이 하는 어떤 옹알이에도 무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원수들이 속삭이는 호소를 어렴풋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을 겁니다.

책에서는 식물들이 옹알이를 하듯이 요구하고 있는 생육조건, 건강한 정원을 꾸리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낱낱이 설명되고 있습니다. 젖만으로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없습니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과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다운 정원, 건강한 식물이 잘 자라는 정원은 흙과 거름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들은 원예나 생물학적 지식뿐만이 아닙니다. 육아에 필요한 환경, 보살핌에 요구되는 지혜와 같은 내용들입니다.

풍수지리를 보는 것은 막연하게 묘와 집 앉힐 자리를 선정하는 직관적인 작업이 아니라, 바람과 물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 우리가 사는 곳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하는 과학의 분야다. 다만 예전에는 이런 지형에 대한 조사를 과학이라는 방식으로 풀지 않았을 뿐이다. 정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수 가운데 바람의 영향을 간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식물의 성장과 죽음에 연관이 있다. 무엇보다 바람이 많이 불면 바람에 수분이 날려 흙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수분 공급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정원의 발견> 110쪽-

책에서는 아주 협소한 공간에서도 컨테이너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지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건 지금·여기의 반복이며 연장입니다. 현실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는 정원, 널찍한 마당을 필요로 하는 정원만을 고집한다는 건 그림에 있는 떡을 먹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음입니다. 따라서 화장실 작은 공간, 천장에 매단 빈병 등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정원을 지금·여기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가꾸기 시작한다면 그런 정원이야 말로 지금 여기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꿈의 실현이 될 것입니다.

책에서는 각양각색의 정원들을 설계하고, 만들고, 가꾸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관련지식과 경험들을 잘 손질해 내건 농기구처럼 가지런하게 담아내고 있어 정원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내가 꿈꾸는 정원'을 꾸릴 수 있는 '정원 만들기 가이드북'을 겸한 '정원관리 매뉴얼'이 될 것입니다. 

정원사의 계절은 지금이 적기

정원에 깃든 역사와 철학은 음미하고, 정원에서 영글어 가고 있는 자연과 예술, 자연 속의 조화와 조화 속의 자연을 향유하다 보면 시나브로 마음에 정원 하나가 생기는 기쁨이 새싹처럼 돋을 것입니다. 저자는 '정원사의 계절은 가을, 겨울, 봄, 여름으로 찾아온다'는 글로 책의 첫머리 '들어가며'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정원사의 계절이 가을에 시작되는 건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시든 잎과 꽃대를 거두고, 흙을 일구고, 겨울잠에 들어가야 할 식물의 뿌리를 포근히 감싸주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연이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새해, 마음으로만 그리던 정원 하나를 마련하는 시작은 아직은 늦지 않은 지금, 정원사의 계절이 아직은 남아있는 11월 지금에 <정원의 발견>을 일독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정원의 발견>┃지은이 오경아┃펴낸곳 궁리출판┃2013.11.15┃2만3,000원



정원의 발견 - 식물 원예의 기초부터 정원 만들기까지

오경아 지음, 궁리(2013)


태그:#정원의 발견, #오경아, #궁리출판, #원예,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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