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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 머리 가운데가 텅 비었어 "

여섯 살 난 딸아이가 거실에 널브러져 TV를 보고 있는 내게 하는 말이다. 무슨 이유였을까? 딸아이의 한마디에 뒹굴거리던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 거울에 머리를 비추어보았다.

시원한 M자형 이마, 그 이마를 겨우 가리는 가느다란 머리카락들. 하지만 정수리는 그냥 보일 리 없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찰칵', '찰칵'. 아이들은 화장실 앞에서 팔을 꼬아가며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셔터소리가 날 때마다 "까르르~" 집안이 떠나가라 웃었다.

어떤이에겐 별것 아닐 수 있겠지만, 이 사진을 보고 절로 '헉' 소리가 났다.
▲ 처음 내 눈으로 확인한 정수리 어떤이에겐 별것 아닐 수 있겠지만, 이 사진을 보고 절로 '헉' 소리가 났다.
ⓒ 신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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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헉!' 절로 탄식이 내 뱉어졌다.

"여보, 이, 이 사진이 정말 내 머리 사진이 맞아?"

아내에게 몇 번이나 확인했다. 아내는 옅은 미소와 함께 "원래부터 머리숱이 없긴 했지만 올 초부터 부쩍 휑해 보였다"는 말을 해주었다. 남들이 가끔씩 머리숱 지적을 할 때마다, 쿨한 척 넘어가곤 했었는데, 실상을 접하고 보니 충격 그 자체였다. 아내는 젊은 나이에 흰 머리가 많은 사람도 있다며 괜찮다 했는데, 어찌 흰머리와 대머리를 비교하겠는가?

'우리 집안에 대머리는 없는데...', '아직 마흔도 안되었는데...', '내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이 정도인가...', '대머리가 되는 건가...'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속히 알 수 없는 우울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불안감에 휩싸여 탈모클리닉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 한 번의 시술(?)에 최소 7~8만 원 정도, 그것도 한두 번으로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듯했으며, 정식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은 인터넷 글에서도 효과를 보았다는 글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러니 머리가 빠지지 않을 수 없다
▲ 잠도 못 깬 아빠 머리 위에서... 이러니 머리가 빠지지 않을 수 없다
ⓒ 신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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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에 관한 모든 치료는 사후약방문인 듯했다(물론 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으리라). 한 번 빠진 머리카락을 되살리는 방법은 없으며, 단지 빠지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해야 할 뿐. 비싼 치료와 탈모클리닉은 접어두었다.

원치 않는 시기에 조금 급격하게 다가 온 노화라 생각하고, 대신 탈모를 위한 생활정보들을 스크랩해두고 실천하기로 했다. 저녁에 머리감기, 찬바람으로 말리기, 스트레스 잘 풀기, 물 많이 마시고 검정콩, 견과류 등 탈모예방에 좋은 음식 먹기 등.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올 때 쯤, 탈모방지 샴푸를 검색하고 있는 아내와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으며 뒹굴고 있는 남매를 보았다.

오늘, 내일 대머리가 될 것도 아니고 좀 훤히 보이는 정수리 가지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것 같아 머쓱했다. 머리가 좀 빠져 걱정이긴 하지만, 난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으니... 머리 좀 빠지면 어때?


태그:#사는이야기, #탈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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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꿈인 11살 딸과 누가 먼저 작가가 되는지 내기 중(3년째). 2002년 체험학습 워크북인 '고종황제와 함께하는 경운궁 이야기'(문학동네)의 공저자로 이미 작가라 우김. '럭키'는 8살 아들이 붙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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