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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26일, 29일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에서 제공한 '초호화 외유'를 다녀왔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폭로는 그 '배경'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김 의원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도덕적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조선일보>를 겨냥하면서 사실상 '우병우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특히 청와대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한 바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13년 11월 'VIP(대통령)의 칭찬'을 받은 그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 기사를 <다시보는 오마이뉴스>로 올립니다. (2016.8.30) [편집자말]
프랑스 파리 시위자들에게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고 위협해 논란을 빚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발언 경위는 여당 국회의원 자격을 떠나, 이념과 정파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할 말을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 시위자들에게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고 위협해 논란을 빚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발언 경위는 여당 국회의원 자격을 떠나, 이념과 정파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할 말을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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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춘천 호반장례식장. 이곳은 지난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여권 실세들로 북적거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기현 정책위의장,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 간사, 한기호 전 국회 국방위 간사 등 5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다녀갔다. 일부 언론에서 "새누리당이 총출동했다"고 조문 분위기를 전할 정도였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요청으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조문했고,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제정부 법제처장,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등도 이곳을 다녀갔다. 여당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주요 인사들이 '그'의 부친상에 조문하러 이곳을 찾은 것이다.

여기서 '그'는 새로운 종북 저격수로 떠오르고 있는 김진태(50) 새누리당 의원이다. 검사 출신 초선 의원의 부친상에 당·정·청 인사들이 대거 출동한 데서 그의 '힘'이 느껴진다.  

80년대에 <해전사> 등을 읽고 '시대'를 고민했지만...

김진태 의원은 지난 196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고향은 경북 성주였지만 군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강원도 양구 출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뒤 강원도에 터를 잡으면서 강원도가 그의 출신지가 됐다. 부모의 출신지역으로만 보면 대체로 보수적 정서가 강한 강원도와 경북이 결합한 셈이다. 지난 1992년 김 의원이 검사로 임관되기 전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 출신이라고 하면 검찰에서 행세하기 힘들 거다. 그러니 앞으로 너는 경북 출신이라고 해야 한다."(김 의원의 <법대로 살까? 멋대로 살까?> 31쪽)

이후 김 의원은 자신의 출신지를 '경북 상주'라고 적었다가 나중에 '강원도 춘천'으로 고치며 '감자바위'를 자처했다. 춘천교대부속초교와 춘천 소양중·성수고를 다닌 데서 알 수 있듯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고향인 춘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김 의원이 5공화국이 시작한 1980년부터 민주화운동에 의해 5공화국이 막을 내린 1987년까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닌 점이 눈길을 끈다. 나중에 '386세대' 혹은 '광주민중항쟁세대'로 불렸던 시기에 고등교육을 받은 셈이다. '체육관 정권'이 장악한 야만의 시대를 그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80년대 대학에 들어가 백기완, 송건호 등이 저술한 <해방전후사의 인식>, 한완상의 <민중과 지식인>,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을 읽고나서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것이 다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특히 <해방전후사의 인식> 중에서 반민특위가 이승만의 방해공작으로 와해되어 친일청산에 실패함으로써 우리의 건국은 정당성을 읽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정의감에 치를 떨며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법대로 살까? 멋대로 살까?> 221쪽)

"정의감에 치를 떨며 분노"했지만 민주화운동 시기 김 의원의 '최종 선택'은 현실적이었다. 그는 대학교 4학년이던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87년 졸업 직후 군법무관으로 들어가 병역을 마쳤다. 이러한 현실적 선택은 이후 '운동 컴플렉스'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난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에는 그러한 흔적이 남아있다.

"애국 헌신하는 길은 각자 다르다. 학생운동경력이 무슨 훈장이 아니다. 정말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은 겸손하다. (중략) 학생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렇게 매도당하고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중략) 운동권 출신의 그릇된 우월의식과 빗나간 행태가 문제다. 다 떠나서 '이기적'이니 '공부만 한 사람은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인식공격이다."

그는 진실화해위원장 송기인 신부의 정책보좌관이었다

3년의 군법무관 생활을 마친 이후 김 의원은 17년간 검사의 길을 걸었다. 검사시절 초기에 그는 '강력부 검사'를 원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를 거쳐 공안1부에 배치됐다. 민주화 이전까지만 해도 검찰의 양대 산맥은 '특수부'와 '공안부'였다. 공안부는 '대공, 정치, 선거' 등을 포괄하고 있었다. '공안검사'로서 검찰의 존재이유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명확했다.

"검찰의 첫번째 존재이유는 체제수호다. 부정부패 척결, 국법질서 확립 등 다른 존재이유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가장 큰 존재이유다."(<법대로 살까? 멋대로 살까?> 77쪽)

일부에서는 김 의원이 17년의 검사생활 가운데 절반 이상을 공안분야에서 보냈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서울중앙지검과 창원지검 등에서 공안검사로 활약했다. 하지만 '대공사건'보다는 굵직한 '선거법 위반사건'을 더 많이 맡았다.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법 위반사건 등이 대표적이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공안검사가 아니라 '강력부 검사'로서 사행성게임인 '바다이야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스스로 "정통 구(舊)공안검사"라고 부른다. DJ가 지난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공안검사들을 물갈이하면서 '신공안'이 생겨났는데 '구공안'은 거기에 대척되는 개념이다. 그가 스스로 '구공안'으로 부르는 것은 그의 세계관이 '민주화 이전 시기'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17년의 검사생활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경력'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파견근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진실화해위에 파견돼 '위원장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였다. 5-6년 뒤에 '종북 저격수'가 된 그가 진보성향의 송기인 위원장을 보좌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물론 그의 '본심'은 송 위원장과 크게 달랐다.

"그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여 전쟁을 치러냈고 전세계가 놀라워하는 산업화를 가장 단기간내에 이루었는데 그것이 과연 부끄러운 역사일까?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진보세력의 이러한 패배주의 자학사관은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법대로 살까? 멋대로 살까?> 222쪽)

노무현 정부 때부터 번성하기 시작한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시각은 나중에 정치권에 들어가 '종북 저격수'로 활약하는 데 의미있는 토대로 작용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을 거론하며 "북한의 독재자에게 우리 영토와 자존심을 송두리째 갖다 바치는 일"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 김진태 "독재자에게 우리 영토 갖다 바치는 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을 거론하며 "북한의 독재자에게 우리 영토와 자존심을 송두리째 갖다 바치는 일"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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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세력과 결별하라" 발언으로 애국보수 아이콘으로 떠올라 

김 의원은 지난 2009년 1월 서울고검으로 발령받았다. 하지만 당시 인사에 만족할 수 없었던 그는 바로 퇴임해 원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정책자문위원과 당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을 들어 검사 이후 그의 행보가 철저하게 '국회 입성'에 맞추어져 있었다고 분석했다( '보수의 일탈인가 영웅인가').

이를 증명하듯 김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권을 따냈다. 지역권력인 '춘천고' 출신의 허천 의원을 제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김 의원이 친박 사조직인 '상록포럼' 강원도 총책이어서 공천했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 그는 당시 박근혜 지지모임이었던 상록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다. 앞서 지난 2011년 11월 박근혜 현 대통령도 그의 출판기념회에 서면으로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정치적으로 친박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 의원은 4.46%의 표차이로 당선됐다. 당시 그의 재산은 약 19억 원이었고, 5년간 납부한 세금만 1억3000여만 원이었다. 이후 그의 재산은 20억 원대로 늘어났다(2012년).

김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뉴스 메이커'가 됐다. 그 결정적 계기는 지난 4월 25일 나왔다. 그가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종북세력과 결별하라"고 주문하면서 '애국보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외부의 적은 적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그만큼 더 무섭다는 뜻이다. 본 의원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도 대한민국의 적이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묻고 싶다. (중략) 우리 정부를 '남쪽 정부'라고 하고, 애국가, 태극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종북성향 의원들이 그들이다. (중략)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민주통합당 의원들도 이제는 종북세력과 결별하라. 그런 식으로 무조건 옹호하지 말라. 그렇게 하는 것이 이땅이 민주화를 일군 제1야당의 본분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중략) 우리는 국회의원이 되면서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유민주주의체제는 우리 헌법의 뿌리다. 이를 부정하는 세력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이 땅을 떠나길 바란다."

이러한 '종북 저격' 발언으로 김 의원 홈페이지에는 지지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그를 향해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이 발언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는 지난 4월 26일 오전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자고나니 유명해졌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일까? 어제 대정부 질문하고 나서 제 홈피에 격려글 400개고, 오늘 아침 거의 모든 신문에 실렸다. 당연히 할 말을 한 건데 호들갑스러운 게 오히려 씁쓸하다."

'종북 저격 발언' 이후 하루 5, 6명에 불과했던 김 의원 홈페이지 방문자는 하루 1500여 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관련 동영상은 유튜브에도 올려지며 '애국 보수 누리꾼들'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이후 김 의원에게는 '종북 척결 종결자', '종북 척결자', '종북 척결 전사', '애국보수 국회의원', '애국반공투사' 등의 애칭이 따라다녔다.

'종북 저격'에 몰두한 나머지 '헌법 정신' 깔아뭉개 

김 의원의 '종북 저격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담임쌤이 전교조는 아니어서 아직 희망이 있다"(5월), "국정원장이 종북세력에 맞서는 사이버 공간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게 잘못이냐?"(6월),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데, 주임검사를 하필이면 운동권 출신 검사에게 맡기냐?"(6월), "이석기 사건은 종북세력을 뿌리 뽑으라고 하늘이 준 기회다"(8월), "이석기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는 대한민국의 적이다"(9월) 등의 발언으로 '애국보수 누리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의혹 사건이 '국정원-검찰발'로 터지자 "좌파정권 십년간 약화될 대로 약화된 대공기능이 회복된 신호로 보여 눈물이 날 정도다"라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구공안'다운 반응이었다. 심지어 지난 9월 26일 국제외교안보포럼 제626차 조찬강연회에서는 일반국민까지 '적'으로 돌리며 국정원의 댓글공작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왜 (국정원이) 댓글을 달 수 없나? 인터넷 사이버에 피아 구분이 어디 있나? 국방부에 요청해서 확인한 심리전 교본에 의하면 심리전 대상에 아(我)를 제외한 모든 개인과 단체다. 나 빼고 다이고, 국민도 심리전 대상이 맞다. (해당검사가) 국정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수사)하는 것이다. 불기소 무혐의 처리해도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것을 이렇게 시끄럽게 한 것이다. 3개라도 후보 언급한 게 있으니 보기에 나름이지만 이로 인해 대통령 사과, (국정)원장 사퇴, 국정원 해체는 결코 아니다. 작년 대선 패배의 한풀이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도 윤석열 전 국정원사건 수사팀장에게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달면 안 되냐?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이 아니냐?"고 말해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종북 저격 발언'의 대미는 "파리시위자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수행하고 있던 그는 지난 3일과 8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여기에서도 촛불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군요. 통진당 파리지부 수십 명이 모여서 했다네요? 과연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3일)
"이번에 파리에서 시위한 사람들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채증사진 등 관련증거를 법무부를 시켜 헌재에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걸 보고 피가 끊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겁니다."(8일)

김 의원의 '파리시위' 페이스북 발언은 미국에 본부를 둔 웹모바일 미디어 '토픽스(Topix)'에도 보도됨으로써 그는 '국제뉴스 메이커'가 됐다. 누리꾼들이 "국제적으로 나라를 망신시켰다"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그는 "통진당의 전문 시위꾼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맞춰 파리까지 몰려 나라를 망신시키는 시위를 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증언을 통해 파리시위가 자발적인 행사였음이 드러나자 "주불한국대사관이 파리시위대가 통진당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의원의 '파리시위' 페이스북 발언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었다. '종북 저격'에만 몰두한 나머지 자신이 강조해온 '헌법 정신'마저 깔아뭉갠 셈이다.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상규, 김미희, 오병윤, 김재연, 김선동)이 6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항의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통합진보당 의원단 삭발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상규, 김미희, 오병윤, 김재연, 김선동)이 6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항의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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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주성영 등 '공안통 정치인' 계보를 잇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상규 진보당 의원은 대학교 시절의 김 의원을 "착하고, 성실하고, 학업에 열심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는 축은 아니었지만 보수적, 우익적 성향은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동기들도 김 의원을 착한 인생의 법대생으로 기억한다"라고 전했다.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문병호 민주당 의원도 "전형적인 법대생이었다"고 평했다.

춘천시에 살고 있는 한 인사는 심지어 "총선 때 카우보이 복장을 입고 선거운동을 벌일 정도로 부드럽고 유연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며 "젊은 여성들한테 인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그런 김 의원이 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종북 저격'의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는 것일까?

먼저 김 의원의 '공안검사' 경력에 주목하는 해석이다. 이상규 의원은 "지금도 보면 공안검사 티가 날 정도로 공안검사 경력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며 "그는 제가 '진보당이 아직도 종북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진보당이 아직도 북한의 지령을 받는지부터 얘기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검사 출신인 한 법조계 인사도 "공안검사는 기본적으로 국가수호정신이 머릿속에 박혀 있다"라며 "오랫동안 공안검사를 해온 탓인지 김 의원에게도 그러한 공안본능이 팍 새겨져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에도 '체제수호'라는 공안적 가치관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정형근-주성영' 등 '공안통 정치인'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성향 잡지인 월간 <경제풍월>은 그를 "검사 출신으로 공안사범들의 신념과 사상체계와 투쟁수법 및 위장과 억지 논리에 능통"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공안검사 시절 '대공사건'보다는 '선거법 위반사건'을 많이 처리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평가는 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또한 김 의원의 튀는 발언을 정치마케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문병호 의원은 최근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국회에 들어와 보수의 바람을 타고 정치적 재미를 보는 것 같다"라며 "보수적인 행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23일 한 보수단체가 주관한 '자유통일 토크 콘서트'에서 "제가 새누리당에서 오른쪽에서 1등"이라고 자랑삼아 말한 것도 애국보수층을 겨냥한 정치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대목은 김 의원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나라 안팎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 '파리시위' 발언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미디어를 활용한 이슈를 만드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그의 트위터 팔로어는 15일 현재 2만30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이러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용은 '애국보수 누리꾼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지난 10월 31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한국판 넷우익 사이트'인 '일베저장소'에 접속하는 장면이 포착돼 '일베의원'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권력에 의존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환관이 되려는 경향이..."

특히 김 의원의 '종북 저격수' 행보를 '권력을 향한 충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 의원은 '친박세력'을 등에 업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총선용 출판기념회에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최근 대통령 유럽 순방 수행원에 발탁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와 후원도 그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정 당국의 한 인사가 전해준 얘기는 흥미롭다.

"지난 7월 초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김진태 의원에게 '수고하십니다.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을 잘 지켜보고 있고 응원합니다'라는 요지의 격려와 칭찬 전화를 했다. 이에 김 의원이 보좌진들에게 'VIP'(대통령)로부터 잘 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자'는 문자를 돌렸다고 하더라." 

김 의원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파리시위 페이스북 발언의 배경으로 "(파리) 현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라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났다, 그것에 아무런 감정도, 어떠한 생각도 나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것도 '권력 충성'의 일면으로 보기도 한다. 춘천지역의 한 인사도 "초선 의원이 중앙정치나 권력에 잘 보이려는 욕심이 과한 것 같다"라며 "그의 행보는 모두 권력을 향한 과잉충성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초선 의원이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감지된다.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정국운영이 잘못된 것에는 잘못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 국회의원인데 그런 것은 거의 없고, '대통령이 옆에 서 있으면 빛이 난다'는 식으로 아부를 떨었다. 이처럼 김 의원은 권력을 향한 충성도가 높다."

김 의원에게 사건을 맡겼다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수임료의 일부를 돌려받았다는 한 원주시민은 "지금 정치인 김진태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권력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보이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환관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런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이상규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종북 저격수로 만들어가고 있는데 채동욱과 야당 여성의원 염문설이나 파리시위 발언 등을 보면 걱정된다"라며 "합리적 보수든 정통보수든 강한 보수든 사실에 입각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검사 출신 인사는 "김진태 의원이 뜬 것에 맛을 들였을 텐데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다"라며 "말로 뜬 거니까 말로 추락하는 것도 금방이다"라고 충고했다. 춘천시의 인사는 "춘천마임축제 행사장에서도 '제가 요즘 종북저격수로 역할을 많이 하는 바람에 바쁘다'라고 얘기하더라"라고 전하면서 "보수, 진보를 떠나서 김 의원처럼 모든 것을 종북이냐 아니냐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태그:#김진태, #종북 저격수,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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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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