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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밤에 바깥에 서 있으면 영하 10도, 20도 추위다. 내복을 두 겹 세 겹 입고 나와도 손발이 시리고 덜덜 떨린다. 폭풍우가 내리더라도 우산 하나만 의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야심한 시각이면 건물 문도 잠궈 있어 안에 들어갈 수가 없고, 화장실도 못 쓰고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이야기다. 이는 '을 중의 을'로 알려진 대리운전 기사들이 너무나 열악한 처지 속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휴게공간(쉼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상가 밀집지역에는 대리운전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곳에 기사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창원 상남동·중앙동을 들 수 있다. 상가 밀집지역인 이곳을 거쳐 가는 숫자까지 포함하면 대리운전 기사는 최소 2000여 명으로 추산되고, 비슷한 시간대에 일하는 숫자만 200여 명 정도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거리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기사들은 추위를 피하거나 화장실이라도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공간만이라도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을 중의 을'로 알려진 대리운전 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사진은 11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비정규직공동투쟁본부' 발족식에 참석한 대리운전노조 경남지부 간부들이 손펼침막을 들고 있는 모습.
 '을 중의 을'로 알려진 대리운전 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사진은 11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비정규직공동투쟁본부' 발족식에 참석한 대리운전노조 경남지부 간부들이 손펼침막을 들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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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재명)와 민간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김태수)는 "대리운전 노동자 처우개선과 상가밀집지역 휴게공간 마련"을 경남도와 창원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비정규직 공동투쟁본부'를 발족하면서 대리운전 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자치단체가 대리운전 종사자의 교육훈련을 지원하고, 대리운전 노동자 실태조사와 처우개선을 지원하며, 대단위 상가밀집지역에 휴게공간을 마련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대리운전노조 지부는 "기사는 술을 마신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의 특성상 스트레스에 자주 시달리며, 무더위와 장마, 비바람과 혹독한 추위가 닥쳐와도 고통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온 몸으로 견디면서 힘든 일을 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그 노동이 존중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사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석영철 경남도의원(창원)은 "대리운전법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리운전과 관련해 개입할 근거가 없고, 개입한 사례도 없어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현행 제도 미비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리운전법 이외에 일반적인 조건에서만 개입할 수 있는데, 가령 실태파악과 함께 복지 차원의 지역 내 쉼터 제공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수 지부장은 "기사들이 손님을 잡으려면 대기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많은데, 기사들이 추위라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며 "전국적으로 대리운전 기사들의 쉼터가 마련된 지역은 없지만, 창원에서 먼저 앞장서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남도와 창원시의 내년 예산안에 대리운전 기사 쉼터 마련과 관련한 예산이 들어 있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경남도의원과 창원시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대리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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