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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람에도 나뭇잎은 팔랑거리며 떨어진다. 벌써 근 보름 이상을 감나무는 몸을 가볍게 하고 있다. 아직 겨울이 되려면 날이 많이 남았건만 뭐가 그리 급해서 저렇게 잎을 떨구는 걸까.  

오늘도 낙엽 치우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하는 일인데도 귀찮거나 힘들지가 않은 것은 낙엽 쓸기가 가을의 마당이 내게 주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마당은 놀이터다

봄부터 겨울까지 마당은 늘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매일이 비슷한 나날의 연속이지만 마당이 있어서 변화와 발전을 꿈꾸며 모색할 수 있었다. 마당은 즐거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놀이터이자 쉼터였다.

 채송화도 맨드라미도 사이좋게 노는 우리집 마당입니다.
 채송화도 맨드라미도 사이좋게 노는 우리집 마당입니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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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생활 공간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마당은 수확한 농작물을 털고 말리는 곳이었다. 또 그곳은 혼례를 치르는 초례청이었으며 회갑연의 흥겨운 자리가 되기도 했고 상여가 메어지던 곳이기도 했다. 삶의 처음과 끝이 마당에서 있었다. 

마당은 놀이터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좁은 집 안 보다는 탁 트인 마당에서 노는 걸 더 좋아했다. 자치기며 구슬치기, 땅 따먹기와 비석치기 등의 온갖 놀이를 마당에서 하면서 자랐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우정 어린 다툼 속에서 추억이 쌓이는 곳이 바로 마당이었다.

또 마당은 이웃과 이웃을 서로 연결해주는 다리와도 같았다. 동네 한가운데는 널찍한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은 어른들의 회합 장소였다. 벼 수매를 할 때면 나락 가마가 어른들 키 높이로 쌓였고 선거철이 되면 갑론을박 정치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공터는 마을 사람들을 모으는 마당이었다.

우리 마음속에도 마당은 있었다. 그것은 푸근하게 지켜봐주기였으며 또 넉넉하게 품어주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는 가진 게 많지 않았어도 풍요로웠다. 작은 것도 나눠 먹었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힘을 보탰다. 동네가 아이들을 키웠으며 좀 모자란 듯한 사람도 거둬 주었다. 더불어 살면서 위아래를 챙기고 위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사고 파는 놀이에 신이 났습니다.
 사고 파는 놀이에 신이 났습니다.
ⓒ 고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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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마음의 여유는 계산하고 따지는 것에 밀려 사라져 갔다. 비워져 있어야 채울 수도 있는데 우리는 비어있는 것을 게으름이나 실패라고 생각을 하고 끊임없이 채우기 위해 애를 쓴다. 빈터에는 건물을 짓고 또 담을 쌓아 올리고 작은 것에도 손익을 따지면서 계산을 한다. 비어있음은 여유로움일 수도 있고 휴식이기도 한데 우리는 빡빡하게 채워져야 비로소 안심을 한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면 주변이 삭막한 감이 들고 사람 속에 있어도 고독감이 든다. 많이 가졌는데도 만족을 못하고 끊임없이 갈구한다. 

신명나는 놀이판, '자람열린마당'

이것은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점수로 매겨지고 자로 재어지는 경쟁 속에 우리 아이들은 내몰린다. 주변의 친구들은 조력자가 아니고 경쟁자일 뿐이다. 내 스스로 길을 찾아가기보다는 부모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을 보게 되고 들려주고자 하는 것만을 듣고 자란다. 마치 한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처럼 아이들은 성공이라는 바벨탑을 향해 전진하는 전사들로 키워진다.

우리는 마당을 잃었다. 상자 갑처럼 똑같이 생긴 집에 살면서 생활도 꿈도 비슷해져 가는 게 현대인의 모습이다. 우리는 마당보다는 가상의 세계에서 놀 때가 더 많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이 더불어 자라던 넉넉함을 알 리가 있겠는가. 또 함께 어울려 신명나게 놀던 흥겨움 역시 알 길이 없다. 

마당이 없는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마당을 찾아주자. 그곳에서 판을 벌려보자. 어린아이들에게는 꿈과 도전을 어른들에게는 여유와 신명을 펼칠 놀이판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게 있다. 바로 인천 강화군 양도면 하일리의 자람도서관 앞마당에서 열리는 신명나는 놀이판인 '열린마당'이 그것이다. '함께 신명나게 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시작을 한 게 지난 6월부터였는데 어느새 다섯 번이나 판을 벌였다.

 참기름도 넣고 깨소금도 좀 뿌려주고 그리고 정성도 담아서 주먹밥을 만듭니다.
 참기름도 넣고 깨소금도 좀 뿌려주고 그리고 정성도 담아서 주먹밥을 만듭니다.
ⓒ 고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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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자람 도서관 앞마당에서는 차일이 펼쳐지고 손님과 주인이 따로 있지 않는 장이 열린다. 예닐곱 살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주인이 되는 잔치가 벌어진다. 야외용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판매할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를 한다. 물건을 사기만 했지 팔아본 적은 없던 아이들과 어른들인지라 호객을 할 줄도 모르고 더구나 돈을 매기는 일에 서투르기만 하다.

함께 하면 힘이 된다

자기가 아끼던 장난감을 장터에 내놓은 아이는 그러나 못내 아쉬운지 자꾸 만지작거린다. 얼마냐고 물어도 선뜻 대답을 못하다가 마침내 마음을 접었는지 내준다. 아이는 아끼던 것을 보내면서 서운했겠지만 돈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나 보다.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보는 이런 경험이 아이에겐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또 아끼던 것을 남에게 양보하는 배포도 아이는 배웠을 것이다. 

마당 한 쪽에는 들마루가 있다. 이름 그대로 그곳은 도서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잠시 몸을 내려놓고 쉬는 곳이지만 지역의 청소년들이 갈고닦은 기예들을 펼쳐 보일 때면 그곳은 훌륭한 무대가 되고 공연장이 된다.

사람들 앞에 서본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인지라 무대에 서자 어색해서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옆에 서있는 친구를 믿고 용기를 내본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있을 때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느꼈으리라. 그리고 한 번 무대에서 자신을 표현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 힘이 아이가 살아갈 나날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함께 해서 즐겁고 행복한 열린마당입니다.
 함께 해서 즐겁고 행복한 열린마당입니다.
ⓒ 고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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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경연대회도 열렸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참가하는 면면도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해온 재료로 요리를 해서 가지런히 접시에 담아 심사위원들 앞에 놓았다. 과일꽂이가 있는가 하면 주먹밥에 토스트, 그리고 월남 쌈에 야채 피자까지 요리의 종류도 다양했다. 서툰 솜씨였지만 정성만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요리들이었다.

마당과 함께 자라는 우리

열린마당에서는 지역의 생산물들이 판매가 되기도 한다. 바다에 나가 갓 잡아온 바지락과 낙지는 풀어놓기가 바쁘게 매진이 되며 땅콩이나 고구마와 같은 농산물과 집에서 손수 만든 조청이나 청국장 같은 가공식품들도 마당을 통해 이웃집으로 전달이 된다. 맛있는 게 있으면 사람을 청해 나눠먹는 훈훈한 인심이 열린마당을 통해 살아나고 있다.

열린마당이 열릴 때면 도서관 앞마당은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잔치 마당이 된다. 그곳에서는 연신 웃음소리가 퍼져 오른다. 어른들은 흐뭇한 눈길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논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일부러 차를 세우고 구경을 한다.

자람도서관을 위시해서 화도마리 공부방, 강화정토회, 그리고 양도초등학교 학부모회가 같이 여는 열린마당은 서로 돕고 나누면서 재미있게 사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른과 아이들을 이어주고 모임과 단체들을 서로 소통시켜주며 지역과 도시를 연결해주고 있다. 

 서로 북돋워주면서 함께 커나가는 '열린마당'의 아줌마들입니다.
 서로 북돋워주면서 함께 커나가는 '열린마당'의 아줌마들입니다.
ⓒ 고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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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움직이면 다 된다는 말이 있다. '열린마당' 역시 아줌마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경제논리가 아닌 삶의 논리로 무장을 한 그이들은 따뜻하고 적극적이다. 열린마당과 함께 엄마들도 자랐다. 신명나게 일을 펼쳐나갔던 그녀들은 더 큰 마당을 꿈꾼다.

마당을 만들어가는 그이들을 보며 나도 더 넓은 마당으로 나아간다. 꽃을 가꾸며 즐기던 나만의 마당은 하늘과 바람, 꽃과 나무, 태양과 달과 별 등도 함께 놀았다. 또 개와 닭, 작은 새들도 뛰어 놀았으며 개구리와 거미 그리고 온갖 곤충들도 같이 살았다. 이제 그 마당보다 더 큰 마당으로 간다. 자유와 열림, 소통과 평화, 그리고 포용과 나눔의 표상인 '열린마당'에서 즐거이 놀 나날을 그려본다. '열린마당'과 함께라면 앞으로의 나날들이 늘 잔치와 같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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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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