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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대란, 가계 부채 대란, 물가 대란까지... 서민들의 시름은 하루하루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부자감세' 기조를 철회하지 않은 채, 세수 부족을 이유로 각종 복지 공약을 철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여당은 각종 범칙금 강화, 중소기업 부담금 강제, 세무조사 강화 등으로 부족한 세금 메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국민 등골 브레이커'로 둔갑한 상황, <오마이뉴스>가 시리즈 기획으로 짚어봤습니다. [편집자말]
"대한민국에서 마약 딜러 취급 받느니 이 참에 회사를 국외로 다 옮기고 임원들은 이민 가라. 그 정도 각오로 안 싸우면 게임 사업은 정부한테 얻어맞고 국회한테 암바(arm bar. 레슬링 기술) 걸려서 죽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게임업계에 각종 '부담금'을 부과하고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는 이같이 일갈했다.

문 대표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세상 어느 곳에도 게임세금이라는 것은 없다"며 "진정 창조경제의 화두는 '창조적 삥뜯기'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것일까?"라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

문 대표뿐만이 아니다. 게임업계와 게임 유저들은 새누리당의 이 같은 조처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만만한 게임업체에게 '각종 기금'을 부과하고 규제를 가하려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부자감세'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민·중산층의 등골만 빼먹는 '등골 브레이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지난 달 24일 홈페이지에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 배너를 홈페이지 전면에 내걸었다.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지난 달 24일 홈페이지에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 배너를 홈페이지 전면에 내걸었다.
ⓒ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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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체가 봉? 매출액의 6%, '부담금'으로 내야 할 판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새누리당은 게임 업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줄줄이 제출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업체는 인터넷 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매출액의 1%를 강제적으로 내게 돼 있다. 사행성 산업인 경마나 도박업체가 중독 치유 기금으로 부담하는 비율(0.35%)의 3배에 달한다.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은 5% 세금을 더 얹었다. 박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게임업체 등에 '상상콘텐츠 기금' 마련을 위한 매출액 5% 부담을 강제하고 있다.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될 시, 게임 업체들은 매출액의 6%를 고스란히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판이다. 엔씨소프트의 2013년 1분기 매출액은 1849억 원이지만 순이익은 523억 원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5%의 강제금을 떠안을 시 업체에 돌아갈 부담액은 순이익의 20% 규모로 어마어마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상 콘텐츠 기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건 10대 공약 중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도 2013년 국정과제로 내건 바 있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나온 법안이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인 것이다. 당초 문화부는 상상콘텐츠 기금 마련에 국고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물밑에서는 매출의 5%에 달하는 부담을 기업들에게 떠넘기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러한 '부담 떠넘기기'에 부글부글 끓던 게임업계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일명 '게임 중독법'으로 인해 폭발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따르면 게임은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에 포함돼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게 된다. 더불어 게임에 대한 광고는 물론 마케팅 활동도 제약받게 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역시 지난달 7일 게임을 4대 중독에 포함시키며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게임업계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했다.

결국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맞서 게임 유저들과 게임업계는 반대 서명에 돌입했고, 지난 4일 '게임 중독법' 반대 서명인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성역' 대기업에는 감세, '만만한' 게임업체는 옥죄기... "창조적 삥뜯기"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이 부족한 세수를 대신해 "창조적 삥뜯기"를 하는 거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기조는 계속되면서, 게임 업체에 대한 '기금 부담 떠넘기기'가 이어지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0대 대기업들이 공제·감면받은 법인세는 10조6013억 원에 달한다. 2017년까지 46만여 개 법인 전체에 대해 21조6000억 원이 더 감면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율을 단일세율로 바꾸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단계 법인세 누진세율을 단일세율로 바꿀 시, 과세 표준이 단일화 돼 대기업 세율은 깎이고 중소기업 세금은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정부는 내년에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11조8905억 원의 세금을 깍아줄 예정이다. 전체 감면액의 38.5% 규모다.

'부자 감세' 기조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세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서는 당장 내년도에 정부 계획보다 5조 원가량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률 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 탓에 향후 5년 간 30조 원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곳간이 비어가는 정부가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인터넷 중독 부담금, 상상콘텐츠 기금 등을 게임 업체에 떠넘기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사무국장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게임을 재미 없게 만들라는 거냐, 드라마·영화 모두 몰입 요소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복지 문제가 있으면 복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안 되니 당장 손 쉬운 것에 손대며 희생양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누리꾼 'mana***'는 자신의 트위터에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매출 5%를 세금으로 가져가야겠다고...바꿔 말하면 '앞으로 장사 잘 되게 해주세요' 따위 말 했다간 알거지가 될 판이다. 조폭이 '관리'해준다며 업소에 삥 뜯는 것과 다른 게 뭘까?"라며 의문을 표했다. 'Namu2N***'도 "게임 매출액 1%를 기금으로 강제하는 건 세금이나 똑같다, 세금에 비해 만들기 쉽고 사용에 대한 관리를 안 하기 때문에 기금으로 하는 거다, 즉 눈 먼 돈을 삥 뜯겠다는 거"라고 꼬집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에 누리꾼 'yopu****'는 매출액 5% 부과 법안에 대해 "야이~! 삼성 같은 대기업의 매출 5%를 걷는다고 해봐라~!"라고, 누리꾼 'meg***' 역시 "게임 회사는 매출 5% 세금 걷어 가는데, 왜 삼성한테는 그러지 못함? 삼성 스마트폰 판 거(매출액의) 5% 걷어간다고 해보지?"라고 비판했다. 'sailords****는 "법인세 5% 더 걷겠다는 것도 아니고, 특소세를 붙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매출의 5%? 숨쉬는 것에도 세금을 당연하게 붙일만한 개념"이라고 일갈했다.

'hoongkild***'는 "조만간 이런 기사가 나올 듯 '박근혜의 게임업체 삥뜯기(게임 세금)에 항의하며 모든 업계가 한 달간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자, 일베충들 폭동 일으켜 청와궁 접수...'"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정부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매출 1%를 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대표적인 사행성 산업인 경마나 카지노 등 도박업체의 부담 비율(매출의 0.35%)의 3배가 넘는데 게임이 카지노냐"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게임중독과 치유를 위해 과거 상품권 판매 후 거둬들인 한국콘텐츠진흥원 기금(123억 원 규모)을 활용할 수 있다"며 "게임을 도박으로 취급해 카지노 같은 과도 규제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6일 "게임 사업자에게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 부담금을 강제로 부과하고 징수하면 중소게임업체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게임중독에 대해 국가의 책임보다는 이용자와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게임규제법이 나오면서 코스닥에 상장한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지난 한 달 동안 시가총액기준으로 2200억 원 증발했다고 한다"며 "여기에 게임중독치유부담금까지 내야 되는 상황이라면 자금이 부족한 게임사업자들에게는 사업을 포기하라는 압박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게임중독 문제가 사회문제화 될 수준이라면 중독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라며 "사업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자발성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게임 중독법, #게임 산업, #새누리당, #신의진, #게임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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