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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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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교사 연구년제(일종의 안식년제다) 공모에 지원했다. 1차 서류 전형에서 합격해 면접을 받게 되었다. 10년 전 지금 있는 학교에 오게 되면서 치른 면접이 마지막이라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 면접을 통과하면 6개월간 자유롭게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기대감만큼이나 부담감도 아주 컸다.

면접은 네 명의 면접관 앞에서 치렀다. 교육청 장학사와 대학 교수들이었다. 면접관들은 평소 학교교육활동의 방향과 초점, 공모에 지원한 동기와 선정된 후 펼치고 싶은 연구 활동 주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내가 신청한 공모 주제는 협력 수업에 관한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즈음 인상 깊게 읽은 알피 콘의 <경쟁에 반대한다>(2010, 산눈)를 인용했다. 그런데 마침 그 책을 잘 아는 분이 한 분 계셨다. 그후 면접은 거의 그분과의 대화로 진행되었다.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교육관, 학생관과 같은 사뭇 '거창한' 주제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고갔다. 덕분에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교육적 소신과 관점을 아주 편하게 펼쳐보일 수 있었다. 얼마 후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면접장 문을 나서면서 느낀 직감 그대로였다. 나는 6개월간 마음껏 책을 보고 공부를 했다.

면접은 누구에게나 떨리는 일이다. 생판 낯 모르는 타인 앞에 서는 일부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더군다나 그 타인은 '나'에 관한 정보를 제법 많이 알고 있다. 입시 면접이라면 두툼한 학생부가 '나'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취업 면접에서는 이모저모로 요령껏 작성해 제출한 자기소개서(자소서)나 개인별 포트폴리오가 '나'의 지난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신을 아무리 멋지게 포장하려고 해도 그 다양한 자료들은 '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떨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미리 준비를 하면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학생부에 있는 정보나 자소서에 써넣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차분하게 떠올려보고,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사전 예행 연습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면접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해보는 것도 떨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면접을 '평가'가 아니라 '대화'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면접은 분명히 '평가'의 하나다. 면접관이나 면접 대상자들도 대체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면접은 말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화'로 이루어진다. 그 대화를 통해 면접관은 면접 대상자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어하는 내용들을 파악하려고 한다. 숨어 있는 잠재력이나 인성, 생활 태도를 비롯해 가치관이나 철학 등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의 진짜 숨은 모습을 알아보려고 한다.

면접에 대한 관점도 이런 맥락에서 새롭게 해보자. 달리 말해 '평가'로서의 면접이 아니라 '대화'로서의 면접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면접실에 앉아 있는 면접관들은 평가자로서의 마음가짐보다 대화 상대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더 크게 갖는 경우가 많다. 면접 대상자의 말 한 마디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해 점수화하는 일보다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면접 대상자의 숨어 있는 모습을, 대화를 통해 알아보려는 의도가 강하게 활성화해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내가 면접관들 앞에서 알피 콘의 저작을 이야기하게 된 맥락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협력'과 '경쟁'에 관한 내 생각을 알고 싶어한 예의 면접관의 질문이 최초의 계기였다. 그분의 질문은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협력'과 '경쟁'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관점'이었다. 그것은 내가 신청한 연구 주제와도 관련되는 것들이니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생각하던 '협력관'과 '경쟁관'을 그대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만약 내가 머릿속에 담고 있던 '협력'과 '경쟁'에 관한 '지식'을 이야기하면서 조금이라도 점수를 따려는 마음으로 대답했다면 오히려 더 큰 역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러니 면접에 들어갈 때에는 면접관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는 마음을 갖는 게 좋다. 면접관이 던지는 질문이, 궁극적으로는 '평가'와 관련되긴 하지만, 자신을 더 알아보려는 지극히 '인간적인' 호기심의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대답할 때 분명히 한결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면접관들이 애용하는 항목들을 미리 준비하자

예상 질문을 미리 준비하는 일은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어떤 식으로 대비해야 할까. 입시 면접이라면 해당 대학의 입시 관련 누리집에 예상 질문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조금 검색해보면 전년도 선배들이 올려놓은 자료들도 없지 않다. 입시 지도가 꼼꼼한 학교라면 재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학교나 학과·전공별로 예상 질문지를 수합해 두었다가 학생들에게 제공해주기도 한다. 일차적으로는 그 모든 것들을 두루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을 때가 많다. 전년도 자료 자체를 얻기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원칙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학 입시에서는 학생부와 자소서가 기본 면접 자료로 활용된다. 이들 자료를 사전에 꼼꼼하게 살피고 분석함으로써 예상 질문을 준비하는 것이다.

학생부는 크게 교과와 비교과 영역으로 나뉜다. 교과 영역에서 면접관의 눈길이 가장 자주 가는 대목은 학년별 성적 추이나 지원 학과·전공과 관련한 교과 성적이다. 가령 1학년 때 형편 없었던 수학 성적이 2학년에 올라서면서 크게 상승했거나 그 반대인 경우에는 왜 그랬는지 물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비교과 영역은 진로 희망 사항이나 봉사활동, 교내외 동아리 활동 등에 관한 질문이 많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진로 희망이 학년에 따라 달라졌다면 그 이유를 나름대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교내외 동아리 활동의 경험담을 특징적인 일화나 보람, 의미 등을 중심으로 소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좋다.

자소서와 관련한 준비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자소서 공통 양식에 있는 항목에 따라 하면 된다. 그 네 가지 항목(성장과정, 갈등과 협력 등에 관한 체험과 이를 통해 배운 점, 지원동기와 인상적이었던 교내외 활동, 학업 및 장래 계획)과 관련한 질문은 그 어떤 학교나 학과·전공을 불문하고 가장 빈번하게 나온다. 그중에서도 지원동기와 목적, 입학 후 학업 계획이나 진로 계획과 관련한 질문은 면접관들이 가장 애용하는 항목들이다.

성대모사나 노래는 역효과... '오버' 하지 말자

자소서에 바탕을 둔 보충 질문에 답할 때는 몇 가지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자소서에 쓴 내용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을 미리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학업 계획이나 장래 진로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는 주문을 받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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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의 한 장면. 면접 중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주인공 세진(정유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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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이 그런 주문을 한 까닭은, 자신이 자소서에 써놓은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막연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가령 자소서에 3학년 때까지 토익 점수를 900점 이상 획득하겠다고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써놓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래 포부를 자신의 '개인회사'를 세우는 것으로만 진술해놓았을 경우에는 어떤 대답을 준비해야 할까.

900점을 따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미리 생각해 보자. 가령 '토토공(토익을 토할 때까지 공부하자)' 동아리를 만들어 1주일 중 월, 수, 금요일에 저녁 두 시간씩을 이용해 스터디를 하겠다고 말하면 어떨까. '개인회사'에 관한 좀더 세부적인 정보, 예를 들어 회사 이름이나 경영 지침(직원 수, 최초 기대 매출액, 직원 관리, 재투자 계획) 등을 준비했다가 말하면 아주 좋은 인상을 준다.

면접관들에게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나 요구사항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지원 동기나 이유는 가장 자주 나오니 다시 한번 언급해 둔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지원 전공과 관련한 독서 경험을 말해보라는 주문도 아주 빈번하게 나온다. 사전에 책의 저자와 주요 내용, 인상 깊은 구절, 소감 등을 정리해 놓으면 좋다.

면접관이 면접을 시작하자마자 막연한 어투로 자신을 소개해보라거나, 면접 종료시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는 경우도 아주 많다. 이때에는 자신의 별명이나 버릇, 자신(의 생각, 태도, 철학 등등)을 빗댈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 색깔, 속담, 한자성어 등을 적절히 활용하기 바란다.

학생들의 면접 경험담을 들어보면 별의별 사례가 다 있다. 자신을 소개해보라는 면접관의 요구에 특기나 장점을 죽 나열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장기 자랑을 하듯이 성대모사나 노래를 부르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도 몇 번 들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면접관들이 '싸늘한' 표정으로 제지했다고 하니 결코 좋은 방식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면접관들은 하루 종일, 혹은 며칠간 고만고만한 학생들을 만나 비슷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고된 '정신노동'을 하고 있다.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강한 열정과 의욕을 보여준다고 들어서자마자 지나치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거나, 필요 이상의 신체 언어를 보이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모른다' 대답할 때는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두 가지만 이야기하고 글을 마치자. 먼저 시선 처리 문제.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시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나'를 '평가'하는 면접관이야 오죽할까. 그렇다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채 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이럴 때는 상대방의 콧등이나 인중 부분을 보면서 말하면 면접관과 시선을 맞추고 있는 듯한 놀라운 착시(?) 현상을 가져온다. 미리 연습해보기 바란다. 그 효과를 확실히 느낄 것이다.

다음은 대답하기 힘든 어려운 질문이 나왔을 경우의 대처법. 여기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리는 듯하다. 나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에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솔직함이, 잘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했다가 스스로 망신을 자초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여겨서다. 당연히 그냥 '모른다'고만 말하고 마는 게 아쉬울 것이다. 그럴 때는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이야기해도 좋지 않을까.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나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수시 전형과, 새로운 정시 전형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수시에서 미처 재미를 보지 못한 학생들은 면접이나 논술 준비 등으로 시험 이후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기가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면접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신을 새삼 되돌아보고, 앞날을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면접 준비를 하다 보면 마음속의 부담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인생의 큰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는 고3 수험생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