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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흰색 가림막 뒤로 몸을 숨긴 채 증인석으로 향하고 있다. 박원동 전 국장, 민병주 전 국장, 최영탁 전 팀장, 김하영씨의 하체 일부가 연결통로 가림막 아래로 보인다.
 8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흰색 가림막 뒤로 몸을 숨긴 채 증인석으로 향하고 있다. 박원동 전 국장, 민병주 전 국장, 최영탁 전 팀장, 김하영씨의 하체 일부가 연결통로 가림막 아래로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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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법정 증언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6일 오후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12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는 지난 공판에서 이미 한 번씩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는 최영탁 전 심리전단 3팀장과 이규열 전 3팀5파트장이 다시 나왔다.

이들이 재소환된 이유는 지난 공판부터 병합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측에서 이 두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권 보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두 증인의 증언은 지난번과 내용상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태도에 있어서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검사의 공소사실에 의하면 대선 즈음인데도 심리전단 일부의 게시글을 보면 특정 후보나 정당의 이름이 언급되는데, 이것은 (대선 중립을 지키라는) 피고인들의 지시에 어긋나는 행동 아니었는가"라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 최영탁 전 팀장은 "예, 지금 생각하니까 어긋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이버업무라는 것이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이 글에 그대로 나타난다"라며 "일선에서 아무리 자제를 시켜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그래서 그런 글들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직 체계상 최 팀장 바로 밑에서 직접 게시글과 찬반 클릭도 하면서 김하영씨 등 파트원들을 관리했던 이규열 파트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시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결과적으로 내가 (정치 및 대선 개입이라는) 오해 유발의 소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들은 매일 시달된 이슈 및 논지에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후보자의 이름은 전혀 없었고, 민병주 심리전단장을 비롯한 수뇌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대선 중립을 강조했으며, 개별 게시글이나 찬반 클릭을 상부에 전혀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이미 무수히 제기된 증거 앞에서 문제의 소지는 인정하지만 말단 직원들의 실수였다는 것이다.

이는 이틀 전 남재준 국정원장의 발언과 정확히 맥을 같이한다. 남 원장은 지난 4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대북심리전은 국정원의 기본 임무"라면서도 "심리전단 활동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어 일탈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12차 공판은 남 원장이 이런 발언 이후 처음 열린 재판이었다.

남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측의 말대로라면, 문제는 말단 심리전단 직원들이었다. 원 전 원장을 비롯한 세 피고인은 당연히 무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무도 사법적 단죄를 받지 않게 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지시와 명령에 의한 것으로 보고, 상명하복이 뚜렷한 국정원 조직의 특성을 감안해 구체적 범죄 행위를 실행한 하부 조직원은 기소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의 반론 "단순 실수? 지난 1년간 징계한 적 있는가"

남재준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위원장실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물 마시는 남재준 국정원장 남재준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위원장실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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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회를 받은 검찰은 말단 직원의 일탈 또는 단순 실수가 아닌 조직적 차원이었음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다음은 검사와 최 팀장 사이에 오간 신문 내용이다.

- 증인은 피고인의 범죄일람표 게시글을 본 적 있는가.
"잠시 살펴봤다."

- 특정 정치인의 실명이 들어가서 반대하거나 지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 봤는가.
"그렇다."

- 증인은 개인적으로 쓴 것은 단순히 실수한 것이라고 증언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정치중립 지시를 어겼으니 실수라고 생각한다."

- 근무시간에 국정원에서 보급받은 노트북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 눈을 피해서 외근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시간에 자신의 일과 관련해 쓴 글을 단순 실수로 볼 수 있는가. 업무상 커다란 과오 아닌가.
"단순 실수 정도라고 생각한다."

- SBS <힐링 캠프>를 시청하고 나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권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글을 쓴 적도 있는데, 인터넷 심리전 업무를 하는 사람이 구체적인 정치인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대권 도전 자격이 있다고 쓰는 것은 커다란 업무상 과오 아닌가.
"그 직원은 이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마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 이 사건이 터지고 국정원 직원들의 게시글과 찬반 클릭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래서 그런 직원들에 대해 국정원 차원의 감찰이나 징계 이루어졌는가.
"감찰은 했던 것으로 안다."

- 징계는?
"아직 결과 안 나왔다."

- 국정원은 다른 어떤 기관보다 상명하복이나 보안이 중요하고 감찰이 엄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건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어떤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답할 사항 아니다."

- 만약 국정원에서 불법이라고 인식했다면 어떤 조치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아직까지도 어떤 조치가 없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는 국정원 직무 범위 내의 행위라고 판단하기 때문 아닌가.
"내가 감찰 담당자는 아니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남재준, #심리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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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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