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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농성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농성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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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을 규탄하며 노동부 앞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5일 오후 2시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을 규탄하고 현장 재해조사 시트 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살인적 장시간 노동과 고강도 노동으로 근골격계 질환, 일명 '골병'으로 인해 노동자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2006년 65%대였던 산재승인률은 현재 45%대로 급감했다. 현장에서 재해조사를 할 경우에도 공단 자문의가 자의적 해석과 판단을 해서 불승인을 남발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노동부는 산재보험TF를 구성해 제도개선을 논의했다. 3년 여에 걸쳐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두 차례에 걸쳐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자의적 불승인 남발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 제도개선으로 현장 재해조사에서 사용되는 근골격계 재해조사 시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도입하자는 안이 제출됐다.

최근 경총은 자신들이 전문가를 추천해 함께 논의해 온 제도개선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산재노동자 편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노동부마저 경총의 반대를 이유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농성돌입에 앞서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재해조사 시트 개정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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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최근 노동부의 작태를 보면 노동부가 왜 존재하는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기자회견 1시간 남겨두고 약속을 어기더니 전교조를 두고 시행령 운운하며 헌법에 보장된 노조 자주성을 훼손하려 한다"면서 "노동부의 역할을 기대할 게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유통업을 비롯해 전 산업분야에서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골병이 들어 고통을 받고 있으며 2004년 민주노총의 근골격계 투쟁으로 산재승인률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는데 최근 다시 다시 65%였던 산재승인률이 45%로 급감했다"고 전하고 "경총이 추천한 전문가까지 포함해서 TF를 꾸리고 연구용역까지 줘서 심도 깊은 논의를 했는데 경총의 반대 한마디에 그동안의 논의과정을 모두 되돌리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 부위원장은 "임금 노동자의 80% 이상에 해당되는 문제인데 산재 불승인이 되면 그 후에 그 노동자의 삶은 고통으로 이어진다"면서 "노동부가 12월 13일 세종시로 이사를 가는데 우리는 이 해가 가기 전에 이 문제 만큼은 해결해서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근골격계 관련 투쟁경과를 보고했다. 최 국장은 "전체 노동자의 골병 문제를 퇴행성 질환 운운하며 불승인을 찍찍 그어댔고 2006년 이후 승인률이 급감했다"고 전하고 "2010년부터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논의를 시작했고 연구용역 전문가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싸워가며 직업병 인정기준을 개선하는 성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2013년 7월 시트를 마련해 시행한다고 약속을 했는데 경총이 기존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산재승인률이 늘어난다며 뛰쳐나갔다"고 말한 최 국장은 "경총의 반대를 이유로 노동부는 책임을 방기하고 나몰라라 한다"면서 "우리가 현장을 조직하고 국민을 설득하며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두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가 이 세상을 살기가 이렇게 어려우냐?"고 묻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열심히 일해서 자식과 세 끼 밥 먹고 사는 것 뿐인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업장에서도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각종 안전사고와 질병에 노출돼 고통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강 부위원장은 "몸이 망가지고 골병이 들어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개인질병이라고 호도하기까지 한다"고 말하고 "2006년 산재승인률 50~60%였던 것이 지금은 30~40%로 떨어졌다"면서 "노동부와 살인정권을 박살내고 노동자가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그날까지 금속노조가 선봉에 설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상원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플랜트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 땅 건설현장에서 200만 건설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다 맞아 죽고 떨어져 죽고 폭발해 죽는다"고 말하고 "사랑하는 아빠가, 사랑하는 남편이 일하러 갔다가 차디찬 주검이 돼서 돌아오며, 전쟁도 아닌데 3시간마다 1명이 죽는 것이 바로 우리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또 "자본의 이익과 주장과 눈높이에 맞추라고, 공기단축, 원가절감을 하려고 죽어가면서도 노동자들은 조직하지 못하고 단결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민주노총 깃발 아래 하나로 단결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자"고 성토했다.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이 투쟁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이 투쟁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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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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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만도와 한국시그네틱스 노동자의 산재신청 사례를 소개하며 산재신청이 불승인되는 원인을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만도에서 25년 간 20kg 스프링을 당기며 일하던 한 노동자가 어깨가 파열됐다. 관절염 사진과 MRI 사진 촬영 후 회전판을 복원하는 수술을 한 후 그는 산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 자문의와 공단 본사 자문의는 회전판 파열이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불승인했다.

그 노동자가 금속노조에 와서 의논을 했고, 우리가 관절염 필름과 MRI 필름을 6개 병원 어깨 부위 전문의에게 보냈더니 그들 모두 파열이 맞다고 했다. 원래 불승인한 것을 다시 검토하지 않는 그들조차 절차에도 없는 재검토를 해서 산재를 승인했다.

박세민 실장은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탈출이 분명하다면서 복원수술을 했는데도 불승인했다"면서 "어떤 노동자 개인이 필름을 달라고 해서 내로라 하는 병원들에 가져가 의뢰할 수 있으며 판정을 뒤집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또 한 사례는 한국시스네틱스다. 박정숙 조합원은 25살에 시그네틱스에 입사해 22년 6개월간 손과 손목을 이용해 전자부품을 조립했다. 나사를 풀고 조이는 일을 하루 10시간 이상 했다. 결국 손목이 망가졌다. 산재신청을 하자 자문의는 명백한 관철낭종과 건초염이라고 했다. 사람이 손목을 20도 굽혀도 견디기 어려운데 40도 이상을 굽혀가며 일을 했고 이는 개선해야 할 노동이라고 했다. 산재판정기구인 질병판정위원회 6명은 모두 상병은 객관성이 없다고 불승인했다.

박 실장은 "100명이 산재신청을 하면 현장조사를 16명만 하고 그나마 현대차, 기아차 같은 대공장을 골라서 하니 중소영세 공장 노동자들은 7인이 책상머리에서 10분에 한 건씩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올려 노동자 생존권을 결정한다"고 말하고 "평가시트도 엉망이고 산재노동자가 공들여 제출한 서류는 보지 않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자료를 토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심의한다"고 전했다.

이어 "제대로 된 시트를 갖고 재해조사를 하면 산재승인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 노동부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건설노조, 화섬노조의 저항이 무서우니 경총의 주장을 받아 산재승인률을 관리하려 한다"고 말하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농성투쟁에 금속노조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산재사망 기업살인 특별법을 제정하라!"
"산재승인 막기위해 제조개선 회피하는 노동부를 박살내자!"
"강고한 투쟁으로 건강권을 쟁취하자!"
"근골격계 시트개선 투쟁으로 쟁취하자!"
"산재노동자 다죽이는 노동부를 규탄한다!"

민주노총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노동부에 대해 근골격계 재해조사 시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즉각 도입하라고 촉구하고, 경총에 대해서도 근거없는 재해조사 시트 개선안 반대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대해서는 근골격계 재해조사 현장 재해조사 실시 원칙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결의대회 직후 과천정부종합청사 맞은편 인도에서 1일차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대회 참가자들이 노동부를 향해 "산재사망 기업살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이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근골격계 산재불승인 남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대회 참가자들이 노동부를 향해 "산재사망 기업살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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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근골격계 재해조사 시트 개정 투쟁 결의대회 결의문 전문

근골격계 불승인 남발 즉각 중단하고 재해조사 시트 객관적 기준 도입하라!

세계 유례 없는 장시간 노동, 물량과 속도에만 혈안이 된 살인적인 노동 강도 속에 노동자들은 골병이 나서 죽어나가고 있다. 매년 수 천명의 노동자가 근골격계 산재신청을 하지만 2006년 65%대이던 산재승인률이 45%대로 추락했다. 산재 불승인 남발의 절반 이상이 퇴행성이라는 이름 하에 조사도 없이, 객관적 기준도 없이 무조건 불승인으로 찍히고 있는 것이다. 불승인 남발로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들은 아예 산재 신청 엄두조차 못 내면서 고통과 한숨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퇴행성 근골격계질환의 불승인 남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업무 연관성이 있는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을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시행령에 명시했고, 이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를 현장에 실질 적용하기 위한 조사도구가 바로 '글골격계 재해조사 시트'다. 그러나 신체 부담 작업을 조사하고 객관적 기준을 마련한 개선안이 경총의 반대와 노동부의 책임방기로 표류하고 있다. 개선안의 핵심은 신체부담 작업을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조사하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추천하고 합의한 전문가의 1차, 2차에 걸친 연구용역으로 재출한 개선안 조차도 경총은 근거 없이 뒤집어 버렸다. 또 3년 여의 논의를 이끌어 온 노동부는 "경총이 반대하면 어렵다"며 개선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도대체 이것이 '객관 공정한 산재 심사 판정'이라는 3년 여 노사정 논의의 결과란 말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신체부담에 대한 평가조차 없는 근골격계 질환 산재 판정을 이어갈 것인가? 지난 수 년 간 근골격계 산재 신청 노동자에 대한 현장조사는 20% 미만이었고, 신체 부담 작업조사와 무관하게 업무관련성 평가가 남발되었으며, 재해조사 서류는 질병판정위원회에 제대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참고 또 참으며 하나하나 제도개선 논의를 해 나갔고, 아직도 정착되지 않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현장 정착에 노력해 왔다. 그러나 경총과 노동부는 가장 첫 단추인 재해조사이 객관적 기준 도입 개선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면서, 이 모든 노력을 無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고통받는 산재노동자의 눈물과 한숨을 방치할 수 없다. 이제는 더 이상 후안무치한 경총을 그대로 둘 수 없다. 이제는 더 이상 경총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노동부를 그대로 둘 수 없다.

민주노총은 오늘로서 '객관 공정한 재해조사 시트 2013년 7월 시행' 약속을 파기한 경총과 노동부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선포하는 바이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노동부는 근골격계 재해조사시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즉각 도입하라.

하나. 경총은 근거없는 재해조사 시트 개선안 반대를 즉각 철회하라.

하나. 공단은 근골격계 현장 재해조사 실시 원칙을 전면적으로 이행하라.

경총과 노동부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투쟁은 전국적으로 더욱 더 확대되어 나갈 것이며, 경총과 노동부는 사회적 지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근골격계 질환 산재노동자의 눈물과 한숨을 끝장내기 위한 이 투쟁을 강력하고 끈질기게 전개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엄중히 결의하고 선포한다.

2013년 11월 5일
민주노총 근골격계 재해조사 시트 개정 투쟁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근골격계, #민주노총, #골병,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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