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만약 에너지가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살아갈 수 있을까. 에너지란 '일을 할 수 있는 힘'으로 인간 생존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건을 생산하고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냉·난방을 할 때, 이동을 할 때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은 곧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인 셈이다.

최근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인한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기후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지열·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 등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법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일반인들이 두루 이용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 최초의 100% 에너지 자급자족 건물이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말 그대로 에너지를 사용한 만큼 생산하는 건물이다. 그 주인공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평화의 공원 내에 위치한 '서울 에너지 드림센터'다.

국내 최초의 제로 에너지 건물인 서울 에너지 드림센터는 지난해 12월 12일 개관했다. 체험형 환경 교육 공간으로 각종 환경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은 이 건물은 현재 녹색연합(녹색교육센터)과 에너지 관리공단에서 공동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그를 이용해 냉·난방이나 전력을 수급하고 있다. 센터가 문을 연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13년 10월 말 기준 5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에너지 체험 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 에너지 드림센터의 김혜애(49) 부센터장을 지난 10월 30일 만나 센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흰색 바람개비 모양의 에너지 드림센터, 왜?

인터뷰 중인 김혜애 서울에너지드림센터 부센터장
 인터뷰 중인 김혜애 서울에너지드림센터 부센터장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관련사진보기


현재 에너지 드림센터의 부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혜애 부센터장은 녹색연합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환경 보존을 위해 힘써 온 때문인지 인터뷰 도중에도 건물 이곳저곳을 살피며 사람이 없는 공간의 전등을 끄는 그의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김혜애 부센터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열쇠는 바로 에너지에 있다"며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을 통해 기후 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서울 에너지 드림센터의 건축물은 바람개비 모양이다. 자연히 벽은 모두 비스듬히 경사가 져있다. 흰색 바람개비 모양의 센터는 건물 벽이 인조대리석으로 돼 있어 직사광선의 60%가량이 반사된다. 덕분에 여름 냉방과 겨울 난방, 조명까지 아낄 수 있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이 센터의 연면적은 3762㎡(지하1층·지상3층) 규모다. 이곳은 에너지 자립형 건물답게 에너지를 저감하고 태양광과 지열 등으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운영되고 있다.

그는 "이 건물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 생산이라는 세 가지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며 "에너지를 궁핍하게 쓰자는 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대기 전력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기 전력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전기제품이 플러그를 통해 소비되는 전력을 말한다. 전기 플러그를 꽂아 놓으면 실제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소모되는 전력이다.

서울 에너지 드림센터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다. 단열재의 사용으로 실내와 실외의 공기를 차단하거나 쓰고 남은 폐열(廢熱)을 이용해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등 일반 건축물에 비해 적은 에너지 사용으로도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건축된 것을 말한다.

김 부센터장은 "창문을 통해서 열이 가장 많이 손실된다"며 "이 센터는 유리창을 3겹으로 해 열손실을 줄이고, 고효율 단열재를 사용해 쉽게 더워지거나 추워지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10월 30일 하루 동안(오후 3시 25분 기준) 생산된 전력에너지가 표시됐다. 981㎾가 생산됐고, 그중 431㎾를 소비했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10월 30일 하루 동안(오후 3시 25분 기준) 생산된 전력에너지가 표시됐다. 981㎾가 생산됐고, 그중 431㎾를 소비했다.
ⓒ 박선주

관련사진보기


건물의 냉·난방은 지열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지열은 말 그대로 땅(토양·지하수·지표수)에서 얻는 자연에너지"라며 "땅 속의 온도는 어느 정도 깊이 들어가면 1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가운 땅속의 냉기를 이용해 냉방을 하고 겨울에는 땅 속의 온기를 이용해 난방에 활용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센터 지붕과 주차장에는 태양광 판넬이 모두 864장 깔려있다. 그는 "태양광 판넬 한 개의 용량은 270㎾인데, 센터 자체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되는 전력은 9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이 건물은 독일의 프라운호퍼(Fraunhofer)사가 설계를 맡아 지었다. 프라운호퍼는 유럽 최대의 태양광 에너지 연구기관으로 서울 에너지 드림센터의 기획, 설계 및 감리 등에 참여했다. 다양한 에너지절약 기술을 사용하여 에너지 소비량을 70%로 줄이고 나머지 30%를 태양광·지열의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블랙아웃 일어나면?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이 센터를 방문하면 우리 생활에서 아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소중함을 쉽게 잊어버리는 에너지를 직접 만져서 느끼고, 경험하고, 친환경 에너지에 대해 배우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건물의 1층인 에너지 드림관은 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곳으로 에너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에너지의 역사(원시동력-자연동력-증기동력-전기동력-원자력동력-신재생동력)부터, 제로하우스를 만드는 과정을 디지털로 구현했다.

만약 블랙아웃(대정전) 현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그는 "1층 에너지 드림관에 마련된 지하철 체험 공간에선 전국적 전력 수급 비상으로 블랙아웃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겪게될 상황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며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을 익히고 에너지 저감 필요성을 몸소 체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층은 녹색 테마관으로 국내외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현황, 녹색 기술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의 노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20여 개의 기업들의 태양광, LED, 지열, 연료전지, 단열재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제품들도 전시돼 있다.

시민들이 1층 에너지드림관에 설치된 자전거를 통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체험을 하고 있다.
 시민들이 1층 에너지드림관에 설치된 자전거를 통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체험을 하고 있다.
ⓒ 박선주

관련사진보기


김 부센터장은 "집의 전구를 LED로 교체하고 스위치 멀티탭으로 바꾼 뒤 한 달 전기 사용량이 100㎾ 가량 줄었다"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가정 에너지 컨설턴드'를 활용해 에너지 사용 실태를 점검 받으면 일반 가정에서도 새나가는 에너지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기관이나 가정, 마을 단위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에너지를 사용해 발전소에서 들어오는 에너지 사용을 줄인다면 전력대란을 막을 수 있고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외부전동블라인드. 외부전동블라인드는 실내가 아닌 건물 바깥쪽에 설치하는 블라인드다.

김 부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실내 블라인드가 흔하지만 유럽에서는 외부 블라인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여름철에) 외부에서 전달되는 열을 더 쉽게 막고, 겨울에는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블라인드는 적외선카메라와 연결돼 있어 자동으로 개폐가 가능하고 각도가 조절이 된다"며 "계절과 시간에 따라 각도를 달리하면서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자동 조절해 여름철에는 냉방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 설치되기 때문에 튼튼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제격이다. 블라인드의 반사율이 높아 햇빛을 반사해 실내는 더 밝아진다. 만약 바람이 강하게 불면 자동으로 접힌다.

"10계단 오르면 1.4Kcal 소모돼요"

1층부터 ‘칼로리 계단’이 시작된다.
 1층부터 ‘칼로리 계단’이 시작된다.
ⓒ 박선주

관련사진보기


건물의 3층에서는 시민·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체험학습실이 마련돼 있다.

센터의 주요 프로그램은 ▲ 퍼즐을 풀어보면서 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넓혀가는 '에너지드림맨' ▲ 에너지 애니메이션 제작 워크숍숍 '예술극장' ▲ 재생에너지 스탠드 만들기  ▲ 태양전지 셀과 LED를 이용한 만들기 '우리집 에너지 히어로' ▲ 에너지 복지교육 에너지 제로 세미나 등으로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유치원생부터 성인의 눈높이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운영 중에 있다.

그는 "재생에너지 스탠드는 위쪽에 태양광 판넬이 부착돼 있어 낮에 베란다에 두면 햇빛을 모았다가 밤에 켜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에코투어'는 전기버스와 수소버스를 타고 평화의 공원 인근에 설치된 수소 스테이션, 수소 연료전지, 자원회수시설 등을 견학하는 코스"라고 소개했다.

신재생 에너지(태양열·태양광발전·바이오매스·풍력·지열·연료전지 등)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물·지열·생물유기체 등을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변환시켜 이용하는 것이다.

견학을 마치고 다시 3층 회의실로 이동할 때 계단을 이용했다. 이 계단에는 '칼로리 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각 지점마다 얼마다 칼로리가 소모 됐는지 표기된 것이 흥미롭다.

그는 "10계단을 오르는데 1.4Kcal가 소모되고, 1분을 오르면 12Kcal가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높지 않은 층수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에너지 저감과 탄소배출 감소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1층 전시관을 다 돌고 나오는 길에 이런 재미있는 글귀가 눈에 띈다.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내 아들은 제트기를 타고, 아들의 아들은 낙타를 탈 것이다."

그는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며 "비단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 김혜애 부센터장
 서울에너지드림센터 김혜애 부센터장
ⓒ 박선주

관련사진보기


김혜애 부센터장은
▲ 한양대 사회학과 졸업 ▲ 現 서울에너지드림센터 부센터장 ▲ 現 녹색교육센터 이사 ▲ 現 환경부 환경교육프로그램 인증심사위원 ▲ 現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소통분과위원장 ▲ 現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기후에너지분과 위원장 ▲ 現 서울시 대외협력기금 운용심의위원회 위원  ▲ 現 서울 광진구 환경정책분과 위원 ▲ 푸른한반도되찾기시민의모임 사무국장 ▲ 녹색연합 정책기획국장 ▲ 녹색연합 녹색교육센터 소장 ▲ 한국환경사회단체회의 간사 ▲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전문위원 ▲ 서울시 하수처리장민간위탁 자문위원 ▲ 아셈(ASEM, 아시아-유럽회의) 민간포럼 사무국장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김혜애 서울에너지드림센터 부센터장, #김혜애 부센터장, #서울에너지드림센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내최초 날씨전문 매체 <온케이웨더>: 기상뉴스,기후변화,녹색성장,환경·에너지,재난·재해,날씨경영 관련 뉴스·정보를 제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