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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정원 직원의 압수수색과 체포에 과정에 대해 설명한 뒤 제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임정현 서울고검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정원 직원의 압수수색과 체포에 과정에 대해 설명한 뒤 제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임정현 서울고검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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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없는 국정감사'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1일 마무리되는 2013년 국정감사는 흥행에 성공했다. 야당은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국군사이버사령부·국가보훈처 등의 대선 개입 의혹을 밝혀내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외압 폭로도 국정감사장에서 이뤄졌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축소 수사 외압 논란의 파장은 컸고, 결국 46일간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을 깨뜨렸다. 민주당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원내대표는 1일 "민주당은 유례를 찾기 힘든 정부여당의 국감 방해를 뚫고 국민의 대변자로서 혼신의 노력을 했다"면서 "박근혜 정권의 5대 국정난맥상을 밝혔고, 정권의 민주·민생·약속파기를 준엄하게 질책했고 대안을 제시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스타'를 많이 배출했다. 윤석열 전 팀장은 '정의로운 검사'로 이름을 떨쳤다. 극단적 보수편향과 대선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도 입길에 올랐다. 그는 불리한 내용에 입을 닫았다.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역시 국감 기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들을 통해 국정감사를 정리해보자.

[윤석열] 외압 폭로에 정치권 술렁... 누리꾼 "정의로운 검사"

지난달 21일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장.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외압을 폭로하자 장내는 술렁였다. 그는 "국정원 사건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조영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은 (대선 개입 관련) 트위터 글을 올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체포영장 청구 방침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격노하며 '야당을 도와줄 일 있느냐'고 했다"고 폭로했다.

윤석열 전 팀장의 외압 폭로는 전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공소장 변경 신청서 공개와 맞물려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검찰이 법원에 낸 공소장 변경 신청서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9월 1일부터 대선 전날까지 5만5689건의 선거 개입 트위터 글을 퍼트린 사실이 담겼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사건을 축소하려고 외압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이로써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일에서 '이명박근혜 정권'의 일로 확대됐다. 민주당은 파상공세에 나섰고, 새누리당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전 팀장은 팀장으로 복귀하지 못했지만, 법원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며 윤 전 팀장의 손을 들어줬다. 새누리당 내에서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혀야 했다. 박 대통령은 10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혹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들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도경] '국정원 공조 의혹' 부인하더니... 곧 들통

국군사이버사령부 참모장 윤석준 대령(진)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군사이버사령부 국정감사에서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에게 답변자료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국군사이버사령부 참모장 윤석준 대령(진)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군사이버사령부 국정감사에서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에게 답변자료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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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의 또 다른 이슈는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이었다. 이는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의 위증 논란과 맞물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국군사이버사령부 국정감사장으로 돌아가보자. 야당 의원들이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따져 묻자, 옥 사령관은 "사이버사령부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한 적도 없다"면서 "국방부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5차례에 걸쳐 중립을 강조해왔고, 사이버사령부도 자체적으로 여러 차례에 거쳐 중립을 강조해왔다"고 반박했다. 또한 국정원과의 공조 의혹과 국내 정치 사안에 대한 댓글 활동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옥도경 사령관의 거짓말은 곧 들통 났다. 사이버사령부가 2011년 9월부터 국정원에 '심리전 교육과정'을 이수시킨다며 직원들을 파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장관 표창 등을 받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공적조사를 분석한 결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여론조작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옥 사령관은 1일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연계 의혹과 관련한 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면 하겠다, 그러나 특정 목적을 가지고 대선을 앞두고 (교육)한 것은 전혀 아니다, 대선 관련 내용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박승춘] 야당 의원들의 '안보교육 동영상' 출처 추궁... 끝내 입 열지 않아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달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석에 앉고 있다.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달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석에 앉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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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장. 지난 1월 박승춘 처장의 강연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박 처장은 영상에서 "2년 동안 국가보훈처가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함양시켜서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 보훈 정책을 추진하는 업무를 했는데, 제가 보니까 국가보훈처가 이 업무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서"라고 말했다.

앞서 보훈처가 지난해 5월부터 국민 22만 명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하면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보훈처는 2011년 말부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진보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호국보훈 교육자료' 동영상을 공공기관 등에 배포해, 국민·예비군 등 최소 200만 명이 이를 직·간접적으로 본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처의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박 처장이 '이념 대결 승리'를 강조한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동영상을 공개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보훈처가 이념대결의 장인가"라고 질의하자, 박승춘 처장은 "국가보훈처는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강 의원은 "처장은 실질적인 선거개입을 했고 지난 국감 당시 증언과 전혀 다른 얘기를 했으니 책임져야 한다,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승춘 처장은 "저는 전혀 반대되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제가 거짓말하는지 의원님이 그런(거짓) 주장을 하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새누당 의원들조차 "답변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면박을 주자, 박 처장은 "유념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박 처장이 국가공무원법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고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승춘 처장에 대한 야당의 고발 엄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국정감사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은 '안보교육 동영상' 제작 협찬자에 대한 답변을 끝내 거부했다.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민주당은 박 처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즉각 고발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유영익] 거짓말 열전... 야당, "자리 보전 위해 가족 팔았다" 비판

위증 논란에 휩싸인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 10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계속된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곤혹 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사퇴요구에 곤혹스러운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위증 논란에 휩싸인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 10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계속된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곤혹 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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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정 먼저 이름을 알린 이는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다. 우편향적 역사관으로 국정감사 전부터 논란에 휩싸인 유영익 위원장은 국정감사 첫날인 14일 '사고'를 쳤다. 15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친북 반미 정책이 무엇이냐"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는 "햇볕정책이 친북정책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신 직후에 미국에 대해서 약간의 비판적인 발언을 하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유 위원장은 이날 발언으로 인해 야당의 사퇴 요구 1순위로 뛰어올랐다. 친일독재 미화·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서 비롯된 역사 전쟁의 불똥이 유 위원장으로 튄 셈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똥의 최종 목적지는 유 위원장의 아들이었다. 병역을 회피하려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유 위원장은 아들에게 언어장애가 있고 아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국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한국어와 영어에 능숙하고 현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지사에 다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아들까지 팔았다"는 비아냥에 쏟아졌다.

위증 논란도 거세다. 유 위원장이 한동대 수업에서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교재를 채택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곧 그의 말은 거짓으로 들통 났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정감사장에게 그에게 "당장 퇴장하라"고 호통을 쳤고, 유 위원장은 얼굴을 붉혔다.


태그:#국정감사 인물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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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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