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0일 경기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서는 법륜 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법륜 스님은 2013년 하반기 전국에서 50회 연속 강연을 진행 중인데, 그 중 12번째 강연이었다. 전국 시군구를 찾아가며 주민들의 인생고민을 상담해주고 그 자리에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주는 즉문즉설은 정토회 소속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정성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강연은 모두 무료다. 즉문즉설 강연에서는 어떤 인생 고민들이 오갈까? 그 현장을 생생히 담아봤다.

안산시 올림픽기념관 대강당은 오전 10시 30분이 되자 준비된 420석이 모두 꽉 찼다. 이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입장하여 모두 490명이 참석하였다. 큰 박수 소리와 함께 법륜 스님이 무대에 올랐고, 스님이 "질문하실 분 손 들어 보세요" 하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손을 번쩍 들었다. 차례차례 질문이 이어졌고 스님은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가며 질문자가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게 안내해 주었다. 질문자는 총 11명이었다.

자신의 고민을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는 남성 분.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자신의 고민을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는 남성 분.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결혼 8년차인데 권태기라 남편의 얼굴만 봐도 화가 나는데 참고만 살아야 하는지 묻는 분, 3년 동안 육아 휴직을 하고 내년에 초등학교 교사로 복귀하는데 자신감이 없고, 자신의 아들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보내도 되는지 묻는 분, 일본에서 살고 있는데 요즘 한일관계가 좋지 않아 연일 한국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고 혐한 시위를 하는 것을 보면 무섭기도 한데 한국인으로서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묻는 분,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겠지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61세의 남자 분, 법륜스님의 멘토는 누구인지 묻는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 세상이 갈수록 흉흉해져 지하철에서 뒤에 남자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두려운데 이를 없애는 방법을 묻는 분, 매사에 부정적이고 학교를 가기 싫어하며 모든 걸 남 탓 하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둔 엄마의 처신 방법 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가족 사이에도 쉽게 꺼내놓기 어려운 질문들을 스님 앞에서는 편하게 꺼내 놓았다. 법륜 스님의 신뢰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중에서 한 분의 질문과 대답을 자세히 소개한다.

"어렸을 때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지 사람을 대할 때 낯설음이 심합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사람들에게 마음이 잘 열리지 않습니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나이 많은 분들에게는 마음을 잘 여는데 나이 어린 분들에게는 마음을 잘 못 엽니다. 그래서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됩니다. 한 사람만 좋아하고 잘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하고 다시 질문자에게 되물었다.

"자기가 가진 성질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밥과 김치를 먹는 음식 습관도 빵을 먹는 음식 습관으로 바꾸려고 하면 어느 정도는 바뀌지만 늙으면 다시 돌아갑니다. 담배 피웠던 습관도 바꾸기가 어렵고 화를 벌컥벌컥 잘 내는 것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생각은 바꾸기가 쉽지만 마음은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무의식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꾸기 어려우니까 그냥 생긴 대로 살던지, 바꾸려면 죽을 각오를 해야 된다는 겁니다. 전자 충격기로 지져가며 생존본능까지 위협해야 바뀔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천성을 바꿔볼 각오가 되어 있나요?"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생긴 대로 살라는 겁니다. 젊은 여자는 부담스럽고 늙은 여자가 편하다면, 한 다섯살 정도 나이 많은 여자랑 사귀면 됩니다. 업식은 못 바꾸면서 왜 젊은 여자한테 자꾸 관심을 가져요? 관심을 갖지 마세요. 나이 든 편안한 여자 분을 만나면 여자 분도 좋아합니다. 알았지요? 부인은 꼭 나이가 어려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생각 바꾸기가 쉽지 업식 바꾸는 건 어렵거든요.

바로 결혼하겠다 하지 말고 누나랑 편안하게 같이 지내다가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하면 됩니다. 큰 종이는 큰 구멍에다 바르고 작은 종이는 작은 구멍에다 발라야 일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큰 구멍에 작은 종이를 바르려면 종이를 이어야 됩니다. 작은 구멍에 큰 종이를 바르려면 종이를 잘라야 된단 말이죠. 그래서 젊은 여자는 아예 상대를 안 하는 겁니다. 찾아와서 얘기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리고, '나는 한 여자만 보고 영원히 살고 싶다' 이건 이치에 안 맞습니다. 얼음 구슬을 가지고 영원히 안 녹았으면 좋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나만 여자를 자꾸 바꾸지 않으면 됩니다. 나는 이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 여자는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닙니다. 한 여자만 좋아하겠다는 원칙을 어긴 것도 아닙니다. 그 여자가 떠나면 나는 다시 새로운 여자를 만나면 됩니다. 그 여자가 떠나줌으로 해서 나는 한 여자를 좋아하겠다는 원칙도 지키고 새로운 여자를 만날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청중들 박수).

나를 싫어해서 그 여자가 떠난 것은, 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내 원칙을 어긴 것이 아니니까 떠난다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떠나주면 결과적으로 나에게 이익입니다. 왜? 나는 새로운 여자를 만날 수가 있게 되기 때문에(청중들 웃음). 

같이 있어도 좋고 떠나도 좋다. 괴로울 일이 없죠? 이것이 해탈로 가는 길입니다. 매달리는 게 사랑이 아니라 그 여자가 다른 남자가 좋다면 보내주는 게 사랑입니다. 사랑에는 괴로움이 없습니다.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 아니라 집착이 눈물의 씨앗입니다. 대가를 바라기 때문에 과보가 따르는 겁니다."

명쾌한 답변에 청중도 크게 웃고 질문자도 환하게 웃었다. 질문과 대답이 무려 2시간 반 동안이나 진행되었음에도 지루함 없이 한편의 공연을 본 것 같이 쏘옥 빨려 들어간 느낌이었다.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 속에서 그 감동이 함께 전해졌다.

오후 7시 30분부터는 아주대학교 율곡관에서 50회 연속강연 중 13번째 강연이 열렸다. 법륜 스님의 스케줄은 쉴틈 없는 강연의 연속이었다. 아주대학교에서는 청년 대학생들을 위해 '방황해도 괜찮아'라는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483석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641명이 참석하여 복도와 계단에도 청년들이 빈자리 없이 앉았다. 간혹 머리가 희끗한 늙은 청년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대학생 또는 20대 청년들이었다.

스님은 질문을 받기에 앞서 통찰력과 지혜가 무엇인지 먼저 소개해주며 대화의 장을 열었다.

"고생을 많이 하게 되면 통찰력이 생깁니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험이 짧기 때문에 한 부분만 보게 되는데, 고생을 하게 되면 위만 보던 사람이 아래도 보고, 앞만 보던 사람이 뒤도 보고, 왼쪽만 보던 사람이 오른쪽도 보고, 이렇게 평소에 못 보던 여러 면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통찰력이 생기는 겁니다.

성경에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는 말이 있지요. 어려움에 처해야 진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편안한 상태에서는 잘 안 들립니다. 고생이 곧 능력을 배양해주고 통찰력을 갖게 해줍니다. 통찰력이 지혜입니다. 지혜를 갖게 되면 한쪽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저쪽면도 보게 되기 때문에 덜 괴로워지고 행복도가 높아집니다. 자, 이런 관점에서 어떤 고민이든 함께 나눠봅시다."

아주대 율곡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년 대학생들. 법륜 스님의 대답에 크게 웃기도 하고 고개도 끄덕이며 집중하고 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아주대 율곡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년 대학생들. 법륜 스님의 대답에 크게 웃기도 하고 고개도 끄덕이며 집중하고 있다.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여는 이야기에 이어서 9명이 차례대로 질문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취업에 대해 불안하지만 특별히 원하는 일도 없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29살 대학생, 회계사 시험에 떨어지고 취업을 하자니 막막하다는 27살 대학생, 곧 결혼하는데 출산을 할지 말지 고민된다는 34살 직장인 여성,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있는데 내담자가 분노를 표출하거나 적대감을 표현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묻는 34살 여성분, 감정표현을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걸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여성분, 뉴스를 보면 세상이 너무 두렵고 무섭게 느껴지는데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하는지 묻는 중3 여학생, 대학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내 성격이 이상한 것 같아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진다는 대학교 1학년 여학생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 한 여학생은 "어떤 사람들은 부족함이 있어도 그걸 상쇄시킬 만한 매력이나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궁금합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스님에게 물었다.

한 여학생이 "자존감이 없어 고민" 이라며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고 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한 여학생이 "자존감이 없어 고민" 이라며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고 있다.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스님은 "어떤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가요?" 라고 되물었고, 질문자는 "실수를 해도 부끄럽지 않고 항상 행복한 사람이 자존감이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그런 사람은 지구상에 얼마 안 될 겁니다. 자존감을 너무 높게 설정해 놓으니까 자존감이 없게 되는 겁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는 자기와 현실의 자기는 대부분 서로 다릅니다. 대부분 자기를 굉장히 좋고 아름답게 그려놓고 거기에 집착하고 있어요. 현실의 자기와 자기가 믿고 있는 자기가 서로 달라요. 이 사실을 대부분 잘 모르지요.

옆에 사람들이 '너 성격 급하네'라고 말해도, 본인한테 물어보면 '내가 왜 성격이 급해?' 이럽니다. 그래서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와 남이 자기를 바라볼 때의 자기가 서로 차이가 많아요. 남이 나를 보고 얘기해주는 것은 비교적 현실의 자기와 가깝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는 현실의 자기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 갭이 크면 클수록 정신분열 현상이 일어나거나 열등감이 생기거나 자존감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가 현실의 자기 모습을 보면 너무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키도 작고 못생겼고 성격도 별로고 말도 더듬고 이렇게 자기가 자기에게 불만이에요. 자존감이 없어집니다. 매사에 자신이 없고 자기가 못마땅해 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현실의 자기를 끌어올려서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에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아 의식이 워낙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아 의식만큼 못 올라갑니다. 결국 '나는 안 된다'는 자괴감이 생깁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노력을 해서 끌어올려 자아의식에 맞추려는 방식은 천명의 한 명도 성공하지 못합니다. 천명 중에 천명이 모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자아 의식이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현실의 자기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키가 160이면 160이 나다, 아프면 아픈 게 나다, 팔 하나 없으면 없는 게 나다, 말 더듬는 게 나다, 느리면 느린 게 나다, 이렇게 현실의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내가 부처다' 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과 동일한 겁니다. 기독교 신앙으로 말하면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눈이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말을 더듬으면 더듬는 대로, 그대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자각하면 이것이 최고의 자존입니다. 

자기는 이미 붓다이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말을 잘해야 한다는 상을 가지니까 말 더듬는 자기를 열등하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키가 커야 한다고 정하니까 키 작은 자신이 못마땅해 지는 겁니다. 수련이라는 것도 자기를 끌어올리려는 작업이 아니라 이 잘못된 허상을 버리는 작업이 수련입니다. 허상인 줄 자각하고 이 헛된 것을 벗겨내는 과정이 수련입니다."

스님의 알아듣기 쉬운 설명과 비유 덕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 이치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특히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고의 자존감이라는 말은 그동안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힘들어 해왔던 많은 청년들에게 큰 위안과 힐링이 되어주었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스님을 향한 청년들의 박수갈채 소리에는 무거운 짐을 걷어낸 한층 가벼워진 기쁨의 환호가 함께 묻어 있었다.

빵 터지며 웃고 있는 청중들. 법륜 스님의 답변은 언제나 발상의 전환이 들어 있고, 때론 큰 웃음을 터뜨리게까지 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빵 터지며 웃고 있는 청중들. 법륜 스님의 답변은 언제나 발상의 전환이 들어 있고, 때론 큰 웃음을 터뜨리게까지 했다.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강연이 끝나자 로비에는 스님의 책 사인을 받고자 기나긴 줄이 꼬불꼬불 늘어져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스님의 얼굴을 담아가 보려는 청년들도 우르르 몰려들었다. 최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있는 <인생 수업>의 저자답게 법륜 스님은 청년들에게도 인기가 대단했다.

강연을 마친 자원봉사자들은 뒷정리를 하면서도 얼굴에 웃음이 넘치고 다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강연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인 김명선씨(23·아주대)는 "이렇게 크게 힐링이 된 강연은 처음이었다"며 "이런 좋은 강의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무료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참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법륜 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은 앞으로도 12월까지 전국 시군구에서 계속 무료로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법륜 스님, #즉문즉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