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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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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독서를 시작하려 해도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럴 때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명사들의 서재를 엿보는 것입니다. 그들을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본인의 취향이 생겨날 뿐만 아니라 명사들의 의식의 흐름을 읽고 때로는 시대의 흐름까지 읽어내기도 합니다. 때문에 명사들의 서재를 엿보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입니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자신의 서재를 활짝 오픈한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 최고의 지식인으로 불리는 사람, 바로 다치바나 다카시입니다. 그는 언론인이자 논픽션 작가이며 엄청난 다독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로지 책을 보관하기 위해 빌딩(일명 '고양이 집')까지 지은 괴짜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저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청어람미디어 펴냄)를 통해 자신의 서재를 공개하는 한편 스스로 채득한 독서법도 함께 소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서법'을 알려주는 계발서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평생 수만 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 일본 제1의 지식인이라 불리는 그의 독서법을 몇 가지만 엿보겠습니다.

1. 논픽션을 업신여기지 말 것

독서량은 많지만 문학작품 위주의 독서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학이 가장 고결하고 높은 수준의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인데 젊은 시절 다치바나 다카시도 그런 부류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문예춘추사 선배의 권유로 논픽션을 접하게 되고 그 사건이 자신의 지력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문예춘추에 입사하여 주간지 팀으로 배치되었을 때 선배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데?"라고 묻자 나온 대답이 모두 소설이었습니다. "그런 책만 읽어선 안되지. 논픽션을 한 번 읽어봐"라고 선배가 귀띔해 주지 뭡니까…… (중략) 그 때까지만 해도 제 머리 속에 문학은 고급 문화이고 논픽션은 저급 문화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양질의 논픽션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박력으로 인해 완전히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저자는 지식의 확장을 목표로 방대한 논픽션 저서들을 섭렵합니다. 그 결과 '지(知)의 거인'이란 별명까지 얻게 되죠. 그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만, 질 낮은 작품까지 무비판적으로 읽는 낭비적 독서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행에 편승한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 읽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주장을 곰곰이 되새겨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2. 통독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

책을 완독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얻는 성취감은 꽤나 짜릿합니다. 책 한 권을 정복했다는 희열도 동반하죠. 반대로 마지막 장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에는 마음 한 켠이 무겁고 찝찝합니다. 흔히들 책은 끝까지 읽지 못하면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죠.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런 독서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내 독서법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이 통독을 기본적인 필요 조건으로 하는 종류의 책을 읽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글 전부를 읽어야 하는 종류의 책에는 장편 소설, 미스터리 등 엔터테인먼트 계통의 책, 논픽션 가운데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써 내려가 그 흐름을 놓치면 도중에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책 등이 있다. 젊었을 때는 나도 그런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거의 읽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첫째, 일상 생활이 너무 바빠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시간만 낭비하는) 책을 상대하고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주장은 독서의 목적에 따라 때론 유효하기도 때론 무효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목적이 지식의 범위를 넓히고 밀도를 높이는 것이라면 좋은 정보가 될 것이지만, 반대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여가를 보내기 위한 독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주장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주장은 다치바나 다카시는 '지'를 추구하는 독서가 목표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3. 속독의 중요성을 깨달을 것

다치바나 다카시는 속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속독은 단순히 글을 빨리 읽는 능력뿐 아니라 불필요한 부분은 건너뛰어 읽는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뇌 연구에도 일가견이 있는 저자는 단지 책의 한 페이지를 2초 가량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무의식 중에 책의 정보가 뇌에 입력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쓱쓱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책의 흐름을 파악한다고 말합니다. 속독으로 선행 독서를 마친 뒤 마음이 가는 책을 추려 정독한다면 시간과 열정이 낭비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은 제법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우선, 장 단위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한 뒤 절 단위로 좀더 세세한 흐름을 파악해 간다. 이런 과정을 속독처럼 하고 싶다면, 문장 하나하나를 읽지 말고 단락 단위로 단락의 첫 문장만 차례차례 읽는 것이다. 연결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더라도 우선은 단락의 첫 문장만을 끊어 읽고, 다음 단락의 첫 문장으로 눈을 돌린다. 여기에 덧붙 여, 장이나 절의 작은 표제만 잘 읽어 두고 도표도 어느 정도 훑어본다면, 시간이 좀더 걸려 10분에서 30분이면 충분히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 (중략)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쪽씩 모든 쪽을 우선 대충이라도 한 번 훑어본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아라

저자는 이 밖에도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 것, 하나의 테마를 볼 때 비슷한 관련서를 한꺼번에 구입해서 잘 보이는 곳에 쌓아두고 읽을 것, 북가이드에 현혹되지 말 것 등 자신만의 노하우가 담긴 독서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덧붙여 저자는 자신의 독서법 또한 의심해볼 것을 당부합니다. 그가 내건 독서법의 마지막 명제가 바로 "스스로 자신의 독서법을 찾으라. 자신에게 알맞은 독서법을 체득하기 전까지는 무턱대고 다른 사람의 노하우에 휩쓸리지 말라"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또다른 저서 <지식의 단련법>을 번역한 박성관씨는 "다치바나를 한 권 읽으면 크건 작건 뭔가 변화가 생기거나, 혹은 뭔가를 결심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신의 독서 또는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치바나 다카시 (지은이), 이언숙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청어람미디어(2001)


태그:#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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