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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재보강 : 30일 낮 12시 30분]

법원이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변경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30일 오전 11시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재판부도 많이 고민했는데, (검찰과 변호인) 양쪽 말이 상당히 다 일리는 있어 보인다"고 운을 뗀 후 "재판부의 판단은,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대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는 결정을 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는 "(향후 공판에서 진행된) 증거조사 과정에서 증거능력 등으로 충분히 변호인측에서 탄핵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의 혐의에는 기존 찬반클릭 1711회와 게시글 1977건에 더해 새롭게 트위터 게시글 5만5689건이 추가되게 됐다. 새로 추가된 혐의의 방대함과 내용적 위중함에 비춰볼 때 원 전 원장 등이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꽉 찬 방청석.... 팽팽한 긴장감 속 진행된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 공판

이날 열린 원 전 원장 10차 공판은 약 10분만에 끝났지만, 지금까지 어떤 공판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재판 시작 약 5분 전 앞서거니 뒤서거니 법정에 도착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검찰측에서는 박형철 특별수사팀 부팀장(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을 비롯해 총 세 명이 참석했고, 변호인 측 역시 이동명 변호사(법무법인 처음)를 비롯해 세 명이 자리를 지켰다.

판사 출입문이 열리고 형사합의 21부 판사 세 명이 입장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변경신청에 대해 지난 21일 공판에서 양측의 공개 입장을 청취했고, 이후 9일간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서로 수차례씩 의견서를 제출하며 공소장 변경의 정당성 또는 부당성을 피력했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재판부에서 전부 다 검토해보았다"면서 입을 열었다.

"재판부도 많이 고민했다. 양쪽 말이 상당히 다 일리는 있어 보인다. 재판부의 판단은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바대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는 결정을 고지한다. 증거조사 과정에서 증거능력 등으로 충분히 변호인측에서 탄핵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손을 들어준다는 의미였다. 이 부장판사는 말을 이어갔다.

"다만 변호인의 의견 중에서 한가지, 이런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죄를 구성하는 경우)로 공소장 변경을 하고 계속 수사를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에 정한 시효제도를 잠탈(규제 회피)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라는 부분은 상당히 경청할 바가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공소사실 추가로 인하여 심리가 현저히 지연되지 않도록 검찰 측에서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주기 바란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 높아진 유죄 가능성... 판결 지연될 듯

기존 찬반클릭 및 게시글과 비교할 때 규모와 내용 면에서 훨씬 위중한 트위터 게시글 5만5689건이 공소장에 새롭게 추가됨으로써 원 전 원장을 비롯한 세명의 전 고위간부가 피고인으로 있는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재판은 유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또한 지휘·보고 계통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현재 대검으로부터 감찰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팀장(여주지청장)을 비롯한 특별수사팀의 판단이 법리적으로 무리가 없었음이 증명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달 23일 서울고법 형사29(부장판사 박형남)는 민주당의 재정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공소 제기를 명령한 바 있다. 이후 약 한달만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트위터 게시물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여부도 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지금까지 재판 진행 과정은 검찰측에 유리하고 국정원 측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고법의 결정은 황교안 법무장관에 맞서 선거법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특별수사팀의 결정이 타당했음을 증명했고, 이번 서울지법의 결정은 윗선의 반대를 물리치고 트위터 혐의를 추가한 결정이 일리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향후 법정에서는 새롭게 추가된 트위터 게시물 5만5689건 하나하나를 놓고 과연 국정원 직원이 올린 것이 맞는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장외에서 국정원은 5만5689건 중 1만5177건을 작성한 아이디 kkj0588 계정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변호인측은 서면 의견서를 통해 이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또한 국정원은 5만5689건 중 국정원 직원이 관련 된 글은 2233건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직접 작성 글은 139건(6%)이고 나머지 2094건(94%)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리트윗(RT) 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이번 사건 1심 판결이 11월말이나 늦어도 12월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공소장 변경으로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기소가 기존 재판과 병합됐고, 거기에 새롭게 추가된 트위터 게시물에 대한 심리까지 거쳐야 한다. 재판부는 공판이 너무 지연될 우려에 대해 "앞으로 변호인이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준비 시간은 충분히 주겠지만, 검찰은 신속히 재판 진행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 진행 후반부, 이례적으로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 모두 더욱 바빠지게 됐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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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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