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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검찰을 대상으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총 138건이나 제기됐지만 관련검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내부징계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
최근 5년간 검찰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총 138건에 이른다. 이중 10건이 법원으로부터 국가배상판결을 받았지만 관련 검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내부징계를 내린 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검찰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총 138건에 이른다. 이중 10건이 법원으로부터 국가배상판결을 받았지만 관련 검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내부징계를 내린 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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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월 검찰은 조두순 성폭력사건의 피해자인 송아무개(당시 9살)양을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송양은 성폭력으로 인해 항문과 외음부 등이 크게 손상돼 사건 당일(2008년 12월 11일) 한 대학병원에서 재건술 등 몇 가지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잘 헤아렸다면 출장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했지만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찰은 "적절한 영상녹화장비 설치와 피해자의 비밀유지 등의 어려움 때문에 출장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검찰이 송양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일어났다. 검찰은 성폭력범죄 전담검사를 배치하지 않았고, 검사의 영상녹화기기 조작 미숙 등으로 인해 송양이 2시간 동안 총 4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당시 송양은 배변 주머니를 달고 있었고, 항문과 외음부의 재건술 등을 받은 상태여서 의자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송양은 등받이가 기울여지지도 않는 직각의 사무용 의자에 앉아서 2시간 동안 똑같은 피해사실을 네 차례나 반복해 진술해야 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수사방식이었다.   

이후 송양의 가족은 조두순 성폭력사건과는 별도로 검찰(정부)을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 2011년 10월 26일 송양 등에게 총 1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성폭력법 등 관련 법령이 검사에게 부과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최선의 조사환경 조성, 필요·최소한의 조사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며 "위와 같은 의무위반은 피해자인 송◯◯의 나이, 피해정도, 심신상태 및 영상물 녹화조사에 이르게 된 경과 등에 비추어 수사상 잘못이 객관적이고 명백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총 138건 청구소송... 상당수가 '형사소송법' 지키지 않는 경우

<오마이뉴스>가 전해철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검사의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검찰(정부)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최근 5년간(2009년부터 2013년 8월 현재까지) 총 138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법원으로부터 국가배상판결을 받은 경우는 앞서 언급한 조두순 성폭력사건을 포함해 총 10건(화해조정 2건 포함)에 이르렀다. 하지만 관련 검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내부징계를 내린 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청구원인별로 분류한 결과 '수사절차상 불법행위'가 52건(37.7%)으로 가장 많았다. '불기소 처분 관련'과 '무죄판결 관련'이 각각 47건(34.1%)과 27건(19.6%)로 그 뒤를 이었다. 그밖에도 '압수물 처분'은 7건, '피의사실 공표'와 '형집행관련'은 각 2건, '별건구속'은 1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2건이 '기각'됐고(검찰 승소), 10건(일부 인용 포함)이 '인용'됐다(검찰 패소). 나머지 36건은 아직 소송이 진행중이다. 

특히 <오마이뉴스>가 '국가배상판결'을 받은 총 10건 가운데 화해조정 2건을 뺀 8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소송의 상당수가 검사들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법률인 '형사소송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제기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상당한 정도의 인권침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지난 2008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소송도 형사소송법 위반과 직접 관련돼 있다. 주 교수는 지난 2010년 "검찰과 경찰이 이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며 5000만 원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 7월 그에게 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영장에 적시된 범죄혐의와 무관한 7년 전 송수신 이메일까지 모두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며 "이로 인해 입게 된 기본권 침해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관의 영장 발부 등이 있었더라고 범죄와 관련이 없고 피의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이메일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체없이 이를 피의자에게 반환하는 등 사생활 침해에 대한 피의자의 고통이나 불안감이 경감되도록 노력해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게임장을 운영했던 윤아무개씨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지난 2010년 12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윤씨의 게임장을 단속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27대의 컴퓨터를 압수했다가 검찰로부터 '폐기처분' 지휘를 받고 지난 2011년 4월 컴퓨터를 모두 폐기했다. 그런데 검찰은 컴퓨터를 모두 폐기한 뒤 1주일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윤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윤씨가 6775만 원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그에게 56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 '소유권 포기 각서'에 윤씨의 서명과 날인이 없었다 ▲ 폐기처분에 앞서 다시 윤씨에게 소유권 포기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 컴퓨터가 법령상 생산·제조·소지·소유 또는 유통이 금지된 압수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컴퓨터 폐기처분이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판시했다.

검사에게 구상권 청구하거나 내부징계한 경우 '0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글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글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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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정부가 관련 검사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구상권이란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하여 채무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네이버 지식백과)를 말한다. 이러한 구상권 청구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통해 이루어진다.

법무부는 전해철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국가 패소로 손해배상금이 지급된 사건 중에서 직무수행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국가배상법 제2조 2항에도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현행법에 따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검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이를 간과한 경우'를 '공무원의 중과실'로 판결한 사례(2011다34521)가 있어 충분히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언급한 조두순 성폭력사건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필요· 최소한의 조사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시한 것은 검사의 중과실을 인정한 것으로서 구상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검사를 제외한 다른 공무원들의 경우 구상권을 청구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오마이뉴스>가 전해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무원 불법행위 국가배상 소송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9년부터 2013년 8월 현재까지) 총 5068건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고, 이 가운데 총 119건에서 정부가 패소했다.

특히 구상권 행사 심의대상에 오른 총 378건 가운데 실제 구상권이 행사된 경우는 42건에 이른다. 검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한 경우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42건은 모두 검사 외 다른 공무원들에게 구상권이 행사된 경우다. 이들에게 청구된 금액은 총 40억9266만여 원에 이르고, 현재까지 15억6663억여 원이 징수됐다.

이와 함께 국가배상 청구소송의 원인을 제공한 관련 검사들에게 내부징계조차 내리지 않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법무부는 "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 등 검사징계법 제2조(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 법에 따라 징계를 청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5년간 국가배상 원고 승소사건(10건)과 관련해 해당검사가 징계받은 현황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법무부는 "검사의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인용되어 국가배상을 한 경우 징계조치하는 내부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검사징계법 제2조와 3조는 ▲ 직무상의 의무 위반과 직무 태만 ▲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 등에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의 해명과 달리 국가배상판결이 결정된 8건은 대부분 불법이거나 검사가 직무를 게을리하거나 의무를 위반한 경우다.

법원은 서아무개씨 등의 청구소송 사건에서 "서씨 등의 형 집행은 형사소송법 조항을 잘못 해석한 검사의 위법한 형집행"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조두순 성폭력사건에서도 "조사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윤아무개씨 게임장 컴퓨터 폐기처분 사건에서도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단이 이렇게 명백한데도 정부는 관련검사들에게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견책')조차 내리지 않았다. 8건 총 1억7000여만 원의 국가배상금이 세금으로 충당되고, 법원에 의해 검찰의 인권침해 등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다.   

전해철 의원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고의나 중과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 등 공무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검찰이 패소한 경우 검사의 직무집행이 적법했는지 등을 따져서 징계해야 하는데 한 건도 징계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태그:#국가배상 청구소송, #전해철,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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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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