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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밀양 곳곳에 경찰들이 아주 쫙 깔렸지요. 내 나이 팔십 다섯인데,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이런 꼴을 보는 모양이요. 사람이 나이 들면 얼른 죽어야 하는데…, 그렇지요?"

주름이 깊게 팬 김사래(85·경남 밀양시 부북면) 할머니가 기자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송전탑 건설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밀양 주민대표단'으로 서울에 온 김씨는 지난 21일부터 정부종합청사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돌며 기자회견 및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도필금(81,왼쪽)과 김사래(85,가운데)씨를 비롯한 밀양 주민 8명은 지난 21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돌며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을 해오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정문 앞에서는 철야노숙농성을 함께 했다.
 도필금(81,왼쪽)과 김사래(85,가운데)씨를 비롯한 밀양 주민 8명은 지난 21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돌며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을 해오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정문 앞에서는 철야노숙농성을 함께 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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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24일 밤 국회 정문 앞 인도에 누워 철야 노숙농성을 하기도 했다. 도필금(81)씨 등 밀양주민 및 시민단체 관계자 20여명과 함께 한 노숙농성에 대해 그는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야 내 일이니 괜찮은데 젊은 사람들한테 괜히 미안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국천주교 인권위원회,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이 모인 '밀양송전탑 서울대책회의(아래 대책위)'와 밀양 상경 주민 8명 등 40여명은 25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한국전력은 명분 없는 밀양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가 예정된 25일 국회 정문 앞에서는 밀양주민을 포함한 시민단체관계자 30여명이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가 예정된 25일 국회 정문 앞에서는 밀양주민을 포함한 시민단체관계자 30여명이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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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밤 국회 정문 앞 도로에 누워 '송전탑 건설 반대' 철야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밀양 대책위와 주민 20여명의 모습.
 지난 24일 밤 국회 정문 앞 도로에 누워 '송전탑 건설 반대' 철야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밀양 대책위와 주민 20여명의 모습.
ⓒ 밀양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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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24일 오후 7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밀양 현지에서 찍은 영상을 보는 등 시간을 보냈다. 당시 120여명이던 사람들 중 주민을 포함한 20여명은 문화제가 끝난 뒤에도 국회 앞 인도에서 철야노숙농성을 이어갔다.

농성에 함께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밤새 경찰들과의 충돌은 없었지만, 천막도 없는데다 침낭이 모자라 비닐을 덮고 자야 했다"고 말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도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밀양 할머님들을 들여보내려 했지만 굳이 계시겠다고 해 말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5일 오전 이들은 출근하는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에게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국회 정문을 비롯한 8개 출입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대책위 관계자 및 밀양 주민들은 25일 오전 출근시간에 맞춰 국회 앞 출입문 곳곳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1인시위를 이어갔다.
 대책위 관계자 및 밀양 주민들은 25일 오전 출근시간에 맞춰 국회 앞 출입문 곳곳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1인시위를 이어갔다.
ⓒ 밀양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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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주민 한옥순(66)씨는 "(밀양 송전탑 반대) 움막에서 23일 만에 나왔고 어제도 길바닥에서 잤지만 함께 해주신 분들이 있어 마음은 따뜻했다"며 "국민을 위한 국책사업인데 어찌 지역주민의 인권을 짓밟고서 하겠다는 건지 국정감사에서 직접 묻고 싶다, 이 일을 국회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산자위 소속 조경태 민주당 의원도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김 의원은 "일본은 우리와 지형이 매우 유사하지만 밀양에 건설되는 것처럼 765kV 초고압 송전탑은 없다,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정부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민 안전이 먼저인 외국에 반해, 우리나라는 왜 주민의 생명보다 송전탑 건설을 중시하는지 오늘 국정감사에서 따져 묻겠다"고 덧붙였다.

대책위와 밀양주민들은 이어 낮 12시 30분께 국회 정문 앞에서 '765KV'를 상징하는 '릴레이 765배'를 진행했다. 이들은 "오후 퇴근시간에도 1인 시위와 문화제가 예정돼있다"며 "오는 주말에도 탈핵 희망버스 등을 통해 계속적인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24일 성명을 내고 한국정부와 한국전력공사에게 송전탑 건설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765kV송전탑건설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대부분 60~70대이고, 경찰에 의한 괴롭힘과 체포위협을 겪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지역 주민과 진정한 협의를 거치고 위험평가를 실시할 때까지 765kV송전탑건설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태그:#밀양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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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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