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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있었던 현대차 희망버스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며 울산시장이 지역언론에 낸 7월 25일자 광고
 지난 7월 20일 있었던 현대차 희망버스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며 울산시장이 지역언론에 낸 7월 25일자 광고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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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희망버스는 필요없으며 희망버스를 단호히 거부한다. 희망버스라는 미명하에 온갖 폭력이 횡행했고,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참담한 불법행위가 자행되었다. 이번 폭력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되며, 사법당국의 엄중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용 없이 책임을 끝까지 추궁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7월 25일 울산지역 일간지 1면에는 충격적인 광고가 실렸다. 7월 20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버스와 관련한 담화문이었는데, 이것을 게재한 이는 '울산광역시장 박맹우'였다.

그동안 울산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이 논란이 돼 왔고, 현대차 비정규직들은 대법원이 판결한 정규직 인정 이행을 요구하며 25일간 공장 점거 농성, 296일간 철탑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측이 이를 묵살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고소고발·해고도 모자라, 지난해부터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신규채용을 강행하자 이를 보다 못한 전국의 양심적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현대차 비정규직을 응원했다. 이것이 희망버스다.

박맹우 시장은 시민 구성원이 대법 판결 이행이라는 준법을 요구하면 구제에 나서야 할 지자체장임에도, 오히려 이들을 도우러 온 희망버스를 폭력버스로 규정하고 사법당국에 관용 없는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수석부지회장이 구속됐고, 7월 20일 희망버스의 폭력 배후 조종자로 지목돼 수배를 받아오던 비정규직노조 박현제 지회장과 조직부장이 10월 18일 구속됐다.

박현제 지회장과 조직부장은 구속되기 앞서 10월 16일 경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연 기자회견에서 "노동부와 경찰, 검찰, 법원은 불법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에겐 면죄부를 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구속과 수배, 손배가압류로 탄압했다"며 "우리의 출석을 끝으로 현대차의 불법행위로 인해 어떤 비정규직 노동자도 죽거나 해고당하거나 구속, 수배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시장이 담화문 광고까지 내며 관용 없는 처벌을 요구한 후, 우연의 일치인지 울산지법은 23일 공장점거 농성과 관련해 업무방해죄 등으로 재판을 받아오던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19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들에게는 징역 4∼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5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비정규직 외면한 울산시장, 친기업 정책 이어가

지난 2002년과 2006년, 2012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울산시장에 3선한 박맹우 시장은 선거 때마다 60% 초중반대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는 무상급식 열풍이 불던 지난 2010년과 2011년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해 예산 2조 7000억 원 규모이며 부자도시로 불리는 울산의 무상급식 예산이 0원이 되도록 만들었다. 또한 수천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태화강에 자전거도로 등 토목공사를 벌이면서도 올해 울산의 무상급식 비율은 37.4%로 전국 최저였다(관련기사: <태화강 자전거도로엔 1천억 원, 무상급식은 전국 최저>).

특히 그는 2011년 야당과 환경단체, 노동계 등의 반대에는 10년만에 석유화학업체의 가동연료로 고황유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례를 강행해 노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시민 건강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한다' '도로 공해도시로 돌아간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그는 2010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61.3%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이런 행보에도 울산시민들은 왜 높은 지지로 그를 울산시장으로 뽑은 것일까? 언론 보도를 보면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태화강 치적 보도에 시민들 세뇌됐나

10월 24일 지역언론의 헤드라인과 주요기사,  그리고 포털사이트에는 일제히 '멸종위기종 수달 8년째 태화강 서식'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달렸다. 이 기사는 "울산시는 태화강 주변에 야생동물 모니터링을 위해 동물 관찰카메라를 설치 운영한 결과 중구 다운동 지역에서 지난 15일 오후 6시경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Ⅰ급 '수달'(천연기념물 330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태화강이 깨끗해져 수달이 살고 있다는, 태화강을 예찬하는 기사다. 이런 기사는 해마다, 때때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곧 박맹우 울산시장의 치적으로 연결된다. 과거 울산은 지역 곳곳에 들어선 공단들 때문에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었다. 몇 년 전부터 수질이 개선된 태화강 또한 오염이 돼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현재 지상파 방송에서는 하루에 몇 차례 광고로  '태화강~'으로 시작하는 울산시가가 태화강의 멋진 모습을 영상장면과 함께 되풀이 방송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모습을 접하는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결국 도로 공해도시 우려가 나온 고황유 허용도, 서민층에 상대적 박탈을 주는 무상급식 전국 최저도, 비정규직의 처벌 요구 입장도, 시민사회단체가 '시민을 외면한 친기업적 정책' 이라고 하는 지적도 '태화도강의 기적', '혹은 생태도시 완성'이라는 언론 보도에 뭍혀버린 것이다.

포털사이트에서 '멸종위기종 수달 8년째 태화강 서식' 이라는 문구의 8자를 7자로 고쳐 검색하니 '멸종위기종 수달 7년째 태화강 서식'이라는 기사가 넘쳐나고 있었다.


태그:#울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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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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