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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지난해 초연보다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지난해 초연보다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 뮤지컬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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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사랑의 환상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한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며 반가움을 넘어 고마움이 앞선 건 그런 맥락에서다. 이 세상 어딘가에, 누군가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이런 사랑이 존재하리라는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함께 말이다.

지난 2001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지난해 초연보다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11월 17일까지). 이는 초연 당시 공연장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1400석)보다 현재 공연 중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620석)이 객석 규모나 공연장의 분위기로 미뤄볼 때 훨씬 작고 정적인데서 기인한다.

성두섭은 전작에서 연우를 향한 외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양명에 이어 첫사랑 태희를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한 순정남 인우를 연기한다.
 성두섭은 전작에서 연우를 향한 외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양명에 이어 첫사랑 태희를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한 순정남 인우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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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또한 초연과 달리 여신동 디자이너가 새로 작업했다. 교실과 터미널, 버스정류장과 극장 앞 등의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인우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특히, 인우가 칠판에 분필로 선을 긋는 오프닝 장면은 극의 주요장면들에서 무대를 가로지르는 분필선들과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듯 연결된다. 이러한 장면 연출은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과 비현실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환생이라는 소재를 일직선상에 두고 이어주는 동시에 이질감을 덜어낸다.

캐스트들의 열연도 드라마에 힘을 싣는다. 강필석과 전미도가 초연 보다 성숙해진 연기로 캐릭터 고유의 매력을 살려낸다면, 성두섭과 김지현은 자신들의 개성과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다. 관람에 앞서 캐스트 관련 팁을 하나 덧붙이자면,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성두섭-전미도 캐스트로 관람한 이들은 이번 무대 역시 동일 캐스트로 관람을 추천한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노랫말에 실린 인우의 가슴 시린 로맨스가 메마른 감성에 긴급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노랫말에 실린 인우의 가슴 시린 로맨스가 메마른 감성에 긴급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뮤지컬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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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두섭은 전작에서 연우를 향한 외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양명에 이어 첫사랑 태희를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한 순정남 인우를 연기한다. 전미도는 양명과 훤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연우와 무녀 월의 1인 2역에서 차돌처럼 야무지고 당차지만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인우의 첫사랑 태희로 분하는데, 두 캐릭터의 성격과 이미지가 많이 닮아있다.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인우는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직장과 가정을 모두 잃으면서까지 지키고자하는 인우의 미련한 사랑에 한숨보다는 부끄러움에 낯이 뜨거워진다. 우주에서 우리를 가장 외롭게도 용감하게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랑임을 알면서도 현실에 치이고 상황에 떠밀려 너무 쉽게 단정 짓고 포기하며, 타협한 채 살아오진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음은 건조하고 감성은 메말라가는 이들에게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권한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노랫말에 실린 인우의 가슴 시린 로맨스가 수분을 몽땅 빼앗긴 척박한 이들의 감성에 긴급처방전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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