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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판결 두 번 이나 부당해고 판결 받고도 원직복직이 안되는 이유가 뭘까요?
▲ 1인 시위하는 오세일 씨 대법판결 두 번 이나 부당해고 판결 받고도 원직복직이 안되는 이유가 뭘까요?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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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42)씨는 요즘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전하문 앞에서 아침마다 1인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아침 일찍 일어나 그가 1인시위를 한다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그가 들고 있는 피켓을 보니 "두 번째 대법원 부당해고 현대중공업과 도우산업은 오세일을 복직시켜라"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두 번씩이나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도 복직이 안 된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사연일까요? 저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를 통해 그에 대한 자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씨는 2003년 12월경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도우산업에 족장 작업자로 취직했다고 합니다. 족장은 용접이나 샌딩, 칠을 하기 전에 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높은 곳에 난간을 설치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그러다 2005년 11월경 족장 작업을 하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산재처리가 되어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2007년 1월경 산재 요양이 종료되어 현장에 복직 신청을 하였으나 하청업체 쪽에서 의도적으로 복직을 지연시켰다고 합니다. 같은 해 2월부터 복직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업체는 2007년 3월 3일 회사 밖에다 구해놓은 사무실에 출근 명령을 내렸습니다.

오세일 씨가 현장으로 복직될수 있기를...
▲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오세일 씨가 현장으로 복직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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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대중공업 안에서 족장 작업을 하다가 떨어져 다쳤어요. 그러면 당연히 산재요양이 다 끝난 후엔 원직에 복직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업체는 저에게 현장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필요도 없어 보이는 회사 밖에다 사무실이라며 만들어놓고는 그리로 출근하라하니 그게 무슨 복직인가요? 회사 동료에게 물어보니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조합원이기 때문에 현장에 복직시킬 수 없다고 들었다는 겁니다. 저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오세일씨는 2004년경부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에 가입하였고 활동해왔다고 합니다. 오세일씨는 "현장으로 보내달라"며 밖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을 거부하고 1인시위를 이어갔습니다. 2007년 4월 13일 업체는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징계 해고시켰다고 합니다. 그것이 1차 부당해고였습니다. 오세일씨는 복직 싸움을 이어가면서 하청노조 지회장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에 보낸 공문엔 공장에 들어가 다시 일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 현대중공업 하청노조가 현대중공업에 보낸 공문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에 보낸 공문엔 공장에 들어가 다시 일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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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한 후 저는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해고무효 소송을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소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위원회, 지법, 고법에 이어 지난 2010년 3월에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판결문을 들고 업체 복귀시키라며 시위를 했습니다.

그때 저는 현대중공업 원청이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 노조가 건설된 이후 업체 폐업과 조합원 해고를 통해 노조를 파괴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 원청은 제가 사내하청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하청업체 바지사장에게 산재요양 이후 복직을 거부하고 해고하도록 한 것 입니다."

하청업체는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이후 곧바로 오세일씨를 또 다시 밖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명령서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2010년 3월경 대법원 판결을 받자 업체는 현장에 복직시키는 대신에 다시 회사 밖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을 하라는 공문을 저에게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복직하려면 법적 근거도 없이 반드시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작업적합성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녹색병원에서 작업적합성 평가를 받아서 업체에 제출했는데 도우산업은 울산대학교에서 받아야 한다고 했고, 이를 거부하자 지시불이행이라며 징계위를 열어 또 다시 저를 해고한 것입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원들이 현수막을 펴고 시위 중.
▲ 10월 23일 오후 6시 현대중공업 앞 집회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원들이 현수막을 펴고 시위 중.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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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이 나오자 그달도 넘기지 않고 오씨에게 다시 2차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오세일씨는 다시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했고 이번에도 지방법원, 고등법원에 이어 지난 2013년 10월 1일 대법원으로부터 두 번째 승소 판결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세일씨는 저에게 업체에서 보낸 복직통보서를 보여주었습니다. 복직통보서엔 서류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주민등록등본 1통, 배치전 건강진단서 1통. 진단서 발급기관도 지정병원에서 하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게다가 복직통보서는 현장으로 복직하라는게 아니라 현대중공업 밖에 있는 건물로 출근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거긴 사무용품도 없는 빈 사무실 같아요. 조장 한 명을 사무실로 출근시키는데 그것은 다른 업무처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저를 감시시키기 위함인 거죠. 웃기잖아요? 현대중공업 안에 있는 공장에서 족장 일을 해야 할 저를 왜 현장과 관계도 없는 빈 사무실로 출근시키고 감시자를 붙여 두나요?

산재요양이 끝났으면 일할 수 있는지 없는지 병원 진단서 받고, 의사가 일할 수 있다는 진단서를 발급되면 다시 작업시키면 되잖아요. 저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빈 사무실에 짱박혀 뭐하라는 겁니까? 현장 복직 못 시키겠다는 거 아닙니까?"

오세일씨는 하청업체가 지난 2010년 때처럼 현장이 아니라 외부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한 것은 오씨를 현장에 들여보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오세일씨는 다시 현장에 복직하여 족장 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청노조는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자에게 "오세일 조합원을 원직복직할 수 있도록 조치 바라며, 출입증 발급의 감독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책임 있는 자세로 출입증 발급에 협조"해달라고 공문으로 요청했습니다.

오세일 씨가 하루속히 현장에 복귀하여 족장공으로 작업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 외부사무실 출근? 오세일 씨가 하루속히 현장에 복귀하여 족장공으로 작업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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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6시.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차원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오세일씨가 원직복직해 족장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라는 규탄집회였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날이었습니다. 피켓을 들고 있으니 바람에 몸이 날아갈 정도였습니다. 100여명이 모였습니다.

"업체에서 현대중공업 밖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복직명령서가 와서, 출근하지 않으면 복직의사가 없다고 다시 해고할 게 뻔합니다. 그래서 일단 밖이지만 출근을 시작하려구요. 출근하면서 현장으로 복직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투쟁해 나갈 예정에 있습니다."(오세일씨)

누가 봐도 참 황당한 해고 사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부당해고를 두 번이나 당했고 7년 세월 동안 소송 진행한다고 시간만 허비한 거 같네요. 오세일씨가 바라는 대로 현장에 복직하여 족장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바랍니다.

현대중공업은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라고 판결했으나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 닥치고 현장복직! 현대중공업은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라고 판결했으나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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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판결 났다고 출입증 다 내주나?"
취재 후 저는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가 무슨 이유로 출입증을 발급하지 않고 현장과 동떨어진 공장 밖 사무실로 출근하라며 복직명령서를 발급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오세일씨가 소속된 하청업체 도우산업에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젊은 여성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장님은 지금 출타 중이십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 밝혔지만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번엔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 지원부라는 곳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임을 밝히고 "왜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대법 판결났다고 출입증을 다 내주어야 합니까?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 거 아닙니까?"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 들어가 일하려면 신체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아야 하고 일정시간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미 오세일씨는 그런 절차와 과정을 다 밟고 들어가 일하다 산재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은 오세일씨를 하청업체 신규채용자처럼 대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이미 그런 서류절차 다 밟아서 현장에 들어가 일했던 노동자인데 왜 다시 신입사원처럼 그런 서류 절차와 교육을 받아야 하나요?"

담당자는 말을 얼버무리며 자세한 건 해당 부서로 문의하라고 했습니다. 해당부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니 제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태그:#현대중공업, #오세일, #부당해고,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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