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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훈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과 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전체 규모를 파악하게 되면 지난 선거 자체가 정말 엉터리였구나, 그렇게 판단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
 설훈 민주당 의원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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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결과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느냐,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22일 오전에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설훈 의원이 한 말이다. 그는 또한 "선거 결과가 100만 표 차가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선거였으면 어떻게 됐을 것이냐 새롭게 생각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대통령 사과로 끝날 문제로 생각했지만, 단순한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작금의 흐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정보원,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 돼 지난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들을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찬양하는 글 5만5689개를 트위터에 올린 게 추가로 드러났다.

설훈 의원은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이 됐지만 새로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을 다 동원해서 온라인에서 엄청난 부정을 했다는 게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영선 의원도 "지난 대선 국정원은 선거기획사이자 박근혜 캠프의 온라인선거팀이었다는 게 밝혀졌다"며 "(지금은) 신관권 부정선거라고 규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 보여진다"고 주장하는 등 민주당 내 강경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새누리 "대선불복 본색 드러내"... 설훈 "대선불복 선언 안 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민주당이 대선불복을 공식화 했다'며 공세에 나섰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그동안 대선 불복에 대해 치고 빠지기를 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대선불복 본색을 드러낸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대선 패배 한풀이 못된 습관에 국민이 식상해 있다"며 "민주당은 못된 습관과 대선 패배 망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설훈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대선불복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어렵다, 상황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설 의원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선 결과 승복,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의 취지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이 상황 인식을 바꿔야 하고, 정말 마음을 다 잡고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설 의원은 거듭 현 사태의 중대함과 심각성을 역설했다. 그는 "국정원과 군이 거대한 규모로 불법을 자행한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수사가) 진행되어서 우리가 전체 규모를 파악하게 되면 지난 선거 자체가 정말 엉터리였구나, 그렇게 판단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행히도 그렇게 된다면 그때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새누리당에서 본인의 발언을 '대선불복 선언'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설 의원은 거듭 "대선불복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상황이 대선불복으로 가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이나 트위터 활동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했다는 새누리당 주장에 대해서도 "대선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이버 상의 흐름이 거의 일상생활과 같이 간다"며 "앞으로 더 (수사) 내용이 나오면 감당 못할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의 사과로 수습될 수 있는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며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이 되어 날아갈 상황이기 때문에 결단을 해야 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며 "이게 정말 용납될 수 있는 일인가, 아니라면 그 때는 다른 상황으로 넘어간다, 이미 (사태의 심각성은) 임계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선거 자체가 엉터리였구나, 그렇게 판단하는 시기 올 것"

다음은 설훈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대선에 승복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 상황에서 대선 불복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어렵다. 상황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황 자체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대단히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만약에 대선불복을 얘기하려면, 그것은 도저히 안 되는 상황, 그 때 우리가 얘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아직은 대선불복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여러 가지 요건이 미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심상치 않다. 절대로 간단한 부정이 아니었고, 거대한 부정이 진행됐는데, 우리가 몰랐던 것이다. 이게 내가 한 말의 초점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상황 인식을 바꿔야 하고, 정말 마음을 다 잡고 이 상황을 돌파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얘기한 것이다."

- 그런 인식 전환을 하게 된 계기는?
"지금 (국정원의) 트위터 공작 5~6만 건이 새롭게 나왔고, 거기에 군 사이버사령부까지 가세했다. 국정원과 군이, 도저히 해서는 안 될 두 집단이 거대한 규모로 불법을 자행한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수사가) 진행되어서 우리가 전체 규모를 파악하게 되면 지난 선거 자체가 정말 엉터리였구나, 그렇게 판단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그렇게 된다면 그 때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전체적으로 정황을 새롭게 봐야 한다는 준비단계로 그런 생각을 얘기했다."

- 새누리당에서는 국정원 직원의 댓글이나 트위터 활동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진행됐고, 대선에 미치는 영향도 미비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 우리가 대선 당시 갑자기 SNS 상황에서 여권 세력들이 막 나오는 것을 보고,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는 SNS 상에서는 적어도 여권 세력이 야권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세였다. 그런데 갑자기 여권 세력이 많아지면서 역전된 상황이 벌어졌다. 그게 계속 역전 상태로 가면서 '왜 그랬을까' 궁금했는데, 지금 와서 그 이유가 다 밝혀진 것이다. 이게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여권 전체가 공작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게 대선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이버 상의 흐름이 거의 일상생활과 같이 간다. 그래서 그런 일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더 (수사) 내용이 나오면 감당 못할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 사태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박 대통령 사과로 수습될 상황 지나가고 있다"

-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국정원 개혁을 요구했는데.
"그 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처방을 찾아야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기왕에 요구했던 책임자 처벌과 박 대통령의 사과로 수습될 수 있는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과하는 정도의 단계를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책임자 처벌의 폭도 더 넓어질 것이고, 전체적으로 바꿔지지 않으면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이 되어 날아갈 상황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결단을 해야 될 상황이다."

- 결단의 내용은?
"지금까지 야권에서 요구했던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 여야 간의 협의를 봤던 처방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해야 한다."

- 김태흠 새누리당 대변인은 설 의원의 발언을 '대선불복 선언'이라고 주장했는데.
"대선불복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쪽에서 대선불복이라고 얘기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터인데, 나는 그렇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선불복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대선불복으로 가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렇게 가기 전에 박 대통령이 선언을 하고 여기서 결단을 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공은 박근혜 대통령 쪽으로 넘어갔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이게 정말 용납될 수 있는 일인가, 아니라면 그 때는 다른 상황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미 (사태의 심각성은) 임계점에 와 있다."

- 본인의 의총 발언에 대해 누리꾼들의 호응이 뜨거운데.
"국민들 목까지 (분노가) 차 있다. 이 대처를 잘못하면 박근혜 정부는 큰 탈이 난다. 그것을 잘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것 같다. 모든 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절대 가벼운 상황이 아니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달려있는 문제로 발전되기 전에 박 대통령이 결단을 해서 정리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란다."

-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라면 민주당에서도 제대로 대처를 해야 할 텐데.
"그런 점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경계하는 얘기를 내가 한 것이다. '우리 자세를 다잡자,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다."


태그:#설훈 민주당 의원, #대선불복, #국정원 댓글 사건, #군 사이버사령부, #국정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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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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