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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주거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갈수록 이 말이 '불편한' 세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구조를 벗어나 대안적인 삶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자본의 성장주의 논리가 다수를 지속가능한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주지 못함을 보여준다. 이에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주거와 경제를 함께 나누고 공유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1년 전쯤 TV에서 우연히 주거 공동체를 실현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남녀가 한 집에서, 그 중에는 부부도 있었다. 남남이 모여서 가족처럼 한 집에서 생활한다는 것에 가벼운 호기심부터 '요즘 사는 게 다들 녹록하지 않구나'하는 징후를 느끼기도 했다. 물론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되겠구나'하는 희망을 더 크게 보았다.

인천광역시 검암에서 주거공동체를 실현했던 그들의 살림(?)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공동주택 2호점에 이어 3호점 입주를 앞두고 있다. 또 작년 4월에는 서울 한복판 서초구에 '카페오공'이라는 협동조합 방식의 카페를 차렸고, 올해는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청년허브센터에 인큐베이팅 과정으로 카페를 또 만들었다. 그리고 귀농·귀촌 공동체의 출발점으로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는 '텃밭오공'이 생겼다. 이것들의 시발점이 된 주거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아래 우동사)의 한 명인 조정훈(34)씨를 지난 14일 청년허브센터에서 만났다. 이날은 센터 내의 텃밭을 가꾸는 소모임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12명이 한집에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서초구 카페오공에 이어 불광동 청년허브센터에도 카페를 만들었다
 서초구 카페오공에 이어 불광동 청년허브센터에도 카페를 만들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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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조씨는 돈을 많이 벌어야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을 가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4년간 투자회사에 다니며 일에서는 재미를 느꼈지만 '돈으로 돈을 버는' 주식 일들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것과 직장상사들의 삶이 자신이 미래에 원하는 모습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자 마음 공부를 하기 위해 법륜 스님이 있는 정토회에서 1년간 불교대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 둬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정토회에서 활동가로 2년을 지내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우동사'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귀농귀촌을 하려고 농촌을 다녔다. 그런데 무작정 내려가는 것은 삶의 방식이 다르고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향하는 우리가 농촌사람들과 현실적인 마찰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자연환경이 좋은 곳보다는 따뜻한 사람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살자는 것이었다. 많은 도시의 청년들이 힘들게 살고 있는데 거기서부터 대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두 갈래의 방향으로, 도시공동체와 농촌공동체를 같이 해보기로 했다."

지향하는 삶이 같은 이들과 주거공동체를 하니 크게 문제되는 일들은 없었다. 가사분담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려고 했지만 규칙을 정하지 않고 해보자는 의견을 따라서 했는데 오히려 더 좋았다고 한다. 서로가 마음을 '내는' 자율적인 방식은 문제가 생기면 개인을 탓하기 보다는 공동체의 책임으로 균형을 맞추고 또 이견이 생기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이해를 거치게 됐다고 한다. 이는 정토회의 활동을 통해서 얻은 지혜로 보인다.

"정토회는 기본적으로 (마음) 나누기 문화가 있다. 일이 생기면 자기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우동사에서도 공동체 안의 일들은 자기 문제로 인식해서 일상 속에서 자잘한 문제들을 함께 나눴다. 또 각자의 고민거리를 나누는 자리를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워크숍을 한다. 남자는 머리를 쓰고 여자는 감정을 중요시한다는데, 실제 해보니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 문제로 나타나더라. 더 좋은 방식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중이다."

우동사는 현재 복층 구조의 빌라에서 6가구(방1개 2인) 12명이 살고 있다. 다음 달에 3호점이 생겨 3가구가 입주하니 모두 18명으로 늘어난다. 앞으로는 100명이 함께 사는 마을공동체를 만들 예정이란다. 한 곳에서 평생 살기보다는 도시와 농촌은 물론 해외까지도 자유롭게 주거지를 옮기면서 살아가는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여행에 대한 욕구가 있는 청년들의 특징을 살려서 전국에 마을공동체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집을 소유가 아닌 쉼터로 보는 발상이 신선해 보인다. 하지만 주거의 자유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경제적 욕구를 충족할 직업의 자유는 더욱 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우동사는 그 실험적인 대안으로 '카페오공'과 '텃밭오공'을 만들었다.

"우동사에서 독서모임을 하다가 목공소 재능나눔을 한 번 했다. 이런 것들을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일상적인 영업의 카페와 재능 나눔의 결합을 생각하고 시작했다. 주위의 상업카페와 경쟁을 해야 하는 절박함이 생겼지만 전문적인 프렌차이즈 카페와는 서비스, 맛 등에서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대로 6개월이 지나면서 재능나눔을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으로 영업방식을 바꿨다."

카페 운영 방식을 바꾼 후에 1년 동안 300회 이상의 재능나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재능 기부를 해줄 사람을 섭외하는 데는 별 어려움은 없었다. 참여하는 카페 주인장(현재 42명)들의 재능도 있었고, 프로그램 참여자 중에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재능들을 다 가지고 있었다고.

이러한 재능나눔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공유하는 마음들이 모이는 게 좋았다. 그 외에도 소모임처럼 운영되는 독서모임이나 자립과 협동조합에 관한 모임도 만들어졌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소통하는 '심야식당'은 카페오공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돼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올 연말에는 협동조합으로 등록해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처음에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시작하려 했는데 그 심사기준이나 여러 조건들이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일반 협동조합으로 등록하고 다시 방향을 찾기로 했다. 지금까지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은 (협동조합법) 규정에 맞게 조직의 틀을 만들고 하는 그런 일들에 너무 힘을 쏟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식이 중요하지, 틀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외적인 일들을 하기에는 임의단체로서 한계도 있고 공신력도 낮아져서 협동조합으로 등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강화도에 농사짓는 '텃밭오공'도 시작했어요

불광동 청년허브센터 내의 텃밭에서 친환경농약으로 배추를 돌보는 조정훈씨
 불광동 청년허브센터 내의 텃밭에서 친환경농약으로 배추를 돌보는 조정훈씨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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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작한 '텃밭오공'은 강화도에서 700평의 벼농사를 지었다. 내년에는 규모를 더 늘리고 본격적으로 농촌에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베이스 캠프의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농사, 목공, 몸살림을 비롯하여 인문학이 결합하는 학교 형태가 될 것이란다. 오십 명의 주인들은 물론 청년층을 비롯한 부모님 세대와 아이들까지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농촌마을 공동체를 계획하고 있다.

우동사는 수입의 10%를 공동생활비로 낸다. 직장이 없어도 최저 10만원, 직장을 다녀도 최대 20만 원만 낸다. 남는 생활비용을 적립하는 재단도 만들었다. 적립된 돈은 전체를 위한 데 쓰거나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공동체의 입주자격은 4단계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데 입주비용은 1000만 원에서 최근 3호점을 열면서는 2000만 원으로 늘렸다. 물론 입주 비용은 집을 나갈 때 되돌려준다.

청년들의 열정만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무엇일까?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그래도 미래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특히 아픈 것에 대한... 그래서 의료두레를 만들었다. 우리끼리 암이나 상해 등 우선 아픈사람을 먼저 지원하며 치료비에 맞게 구간별로 설계가 되어 있다. 사보험과 비교해도 더 유리하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조건을 높여두고 있으며 3년간 실험을 거칠 예정이다. 이후에는 관리와 돈에 대한 공적인 장치가 필요하므로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할 것이다. 과거 공동체에서 다 있던 것들이다."

활동이 늘어나면서 일 주일 중 제대로 쉬는 날이 없다는 조씨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다고 했다. 피곤하면 쉬기도 하지만 지금 하는 일들이 재미있고 삶의 방식도 자신에게는 안정적이란다. 월 60만 원의 수입이지만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생활로 지출항목이 간단해지면서 스트레스도 없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물론 우동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민도 생기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도움이 된다면 자신들을 참고해서 삶의 방향을 찾아가란다. 이렇게 말하는 그에게서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느낄 수가 있었다.


태그:#우동사, #카페오공, #심야식당, #공동체, #청년허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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