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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노총과 독일노총 활동가들이 민주노총을 만나 박근혜정부의 시간제일자리를 비판했다.
 네덜란드노총과 독일노총 활동가들이 민주노총을 만나 박근혜정부의 시간제일자리를 비판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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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노총이 박근혜 정부에 대해 유럽의 시간제 일자리를 본따려면 동등한 권리와 사회보장, 연금, 특히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까지 모두 본따라고 촉구했다. 카텔레네 파스키예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과 독일노총 국제국 아시아·동유럽지역 담당자인 프랑크 자하씨가 민주노총을 방문해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비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17일 오후 1시30분 민주노총 14층 위원장실에서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과 독일노총 국제국 아시아·동유럽 담당자를 만나 시간제 일자리와 비정규직 조직화사업 등에 대한 세 조직의 입장을 공유하고 국제교류를 통해 서로의 경험과 교훈을 나누자고 약속했다.

카텔레네 파스키예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은 "세계 어디에도 천국이나 완벽한 사회는 없고 최근 모든 나라가 세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나라마다 해법은 다르겠지만 각자의 교훈과 경험을 나누며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간제 일자리를 논의하는 민주노총 심포지엄에 참가하게 돼 기쁘며 특히 여성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좋은 일자리를 남녀 모두에게 확대하는 중요한 과제를 논의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네덜란드정부도 다른 나라들 사례를 들어 자기들이 취하고 싶은 것만 드러내는데 한국 정부도 그럴 테니 그런 맥락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노총 국제국 아시아·동유럽 담당자 프랑크 자하씨는 전교조 등 한국 정부의 노조탄압을 비판했다. 자하씨는 "저는 이번에 한국을 두 번째로 방문했는데 처음 왔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노조를 무시한다고 느꼈다"고 말하고 "어제 전교조 농성장을 찾아갔는데 그 사례만 봐도 노조를 존중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고용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적으로 나아가기 불가능하며 유럽 사람들은 (한국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자하씨는 "유럽은 어떤 경우에도 대화가 가능한데 한국은 불가능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신승철 위원장은 "멀리서 와서 좋은 경험을 이야기해줘 민주노총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인사하고 "한국에서는 노조탄압이 극심하고 자본은 끝없이 탐욕을 부리는데 정부는 자본의 이익을 불려줄 뿐 노동자의 요구는 듣지 않는다"고 전하고 "노조를 사회적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고 이보다 더한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끝없이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싸우며 사회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말하는 시간제 일자리가 늘면 그 대상자들은 모두 노조 가입조차 못하는 상황이 되고, 노동조건과 임금문제는 더 심각해져 기본 권리조차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시간제 일자리라고 해도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고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면 점진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는 이미 너무나 다양한 비정규직이 있고 노조를 조직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한 위원장은 "사회불평등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당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텔레네 파스키예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
 카텔레네 파스키예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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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키예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은 "우려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네덜란드도 비정규직과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들에게 집중돼 80년대부터 오랜 토론을 해 왔고 네덜란드노총은 30년간 변화를 추구해왔다"면서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권이 주어져야 하지만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파스키예 부위원장은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려는 한국 정부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국정부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유럽에서 본딴다고 하는데 본따려면 모든 것, 즉 동등한 권리, 사회보장, 연금, 특히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까지 본따야 한다"고 말하고 "유럽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가능했던 것은 이 모든 권리가 함께 보장됐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를 꼬집었다.

"네덜란드에서 시간제 일자리 도입이 가능했던 것은 사회적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며, 모든 노동자가 기본권을 보장받고 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 그는 "네덜란드에도 비정규직이 있지만 비중은 낮고, 시간제 일자리 대부분은 근로자가 가져야 할 권리, 임금, 사회보장, 연금 등을 보장받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노총에서도 80년대에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컸다. 다양한 입장을 가진 노동자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노조는 대화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방향을 찾았다고 부위원장은 말한다.

파스키예 부위원장은 "시간제 일자리라 할지라도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하고 "한국도 그렇겠지만 네덜란드 역시 비정규직은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남편이 있는 여성에게는 모든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있었다"면서 "여성이 동등한 임금을 받으면 남성이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네덜란드노총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적극 대응해 좋은 일자리로 만들려고 한 것 같다"고 말하고 "한국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합쳐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되지 않으며 법적으로 노동자 권리가 보장돼 있지만 실제 노조를 하려면 투쟁을 통해야 가능하고, 법으로 보장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노사관계"라고 전했다.

이어 "시간제 일자리가 도입되면 비정규직이 더 확산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면서 "기본적으로 고용을 70%로 늘리려고 한다면 이미 고용돼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자유로운 해고가 빈발하다, 특히 쌍용차는 기업 재정이 괜찮은데도 회계조작을 해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핵심은 이것이 민주적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역시 우리는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고 민주노총은 그래서 강력히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유럽과 한국이 처한 노동자들의 상황과 노사관계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고 토로했다.

프랑크 자하 독일노총 국제국 아시아-동유럽 담당자.
 프랑크 자하 독일노총 국제국 아시아-동유럽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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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은 "네덜란드도 비정규직을 조직화하기는 어렵고, 사용자와 정부가 노조를 반대하지 않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유럽은 보수적인 정부라도 노조 활동은 보장한다"면서 "정부에 따라 금융자본 등 사용자에게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거나, 단기적으로 수치만 개선하려는 정책을 펴면서 10년, 20년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지 않는 정부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노조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힘든 조건에 있다는 걸 알겠다"고 말하고 "특히 전교조는 정부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거부하며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고, 오늘은 공공에 갔는데 비정규직 조직화에 힘써 학교비정규직 전체의 30%를 조직했다고 했다"면서 "어려운 조건에서도 민주노총이 활동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시간제일자리 관련 정책이 변화를 겪으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올랐다. 80년대 19%였던 것이 지금은 40%에 이른다.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은 "우리가 여러분의 동등한 권리와 노동기본권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접근하자 그것이 유효했다"면서 "비정규직 대다수가 여성인데 이런 접근법을 참고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유기수 총장은 "우리나라 역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많은데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조직해서 투쟁의 주체로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고 "6년 전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전략사업을 시작해 1·2기 사업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 전개할 3기 사업을 200억 기금 모금과 함께 준비 중"이라면서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해 민주노총 핵심중심사업으로 한다"고 전했다.

"조합원도 동참하느냐?"는 파스키예 부위원장의 질문에 유 총장은 "당연히 해야 하고 그게 우리가 살 길"이라면서 "정규직 노동자들도 적극 함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네덜란드노총과 독일노총 활동가들을 만나 한국의 노동조건과 노사관계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네덜란드노총과 독일노총 활동가들을 만나 한국의 노동조건과 노사관계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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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지하 독일노총 아시아-동유럽 담당자와 카텔레네 파스키예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사진 왼쪽부터)
 프랑크 지하 독일노총 아시아-동유럽 담당자와 카텔레네 파스키예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사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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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위원장은 "1기 사업은 활동가를 양성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는데 한계가 있었고 2기는 전략사업을 선정한 후 거기에 비용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했으며, 1기 때 50억기금 사업을 했고, 3기를 준비하면서 200억 기금사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문화 혁신에 주안점을 둬서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쟁점화해 낼 것이며, 조직된 노동자들의 모범적 활동을 통해 민주노총이 계급대표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민주노총은 8년 전부터 전략조직화 사업을 해왔고, 이를 전사회적 운동으로 확산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은 "전략조직화는 모두가 해야 할 일이며, 비정규직 조직화는 노조의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면서 "한국이나 네덜란드, 독일의 노조들은 모두 처한 사회적 위상이나 현실은 다르나 노동조합이 싸워야 하는 목적은 같다"고 말하고 "우리도 노조가 정규직을 대변한다고 하고 조직이기주의라는 비난도 듣는데 한국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를 극복하고 계급대표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노총이 훌륭하고 배울 게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 위원장과 네덜란드·독일노총 간부들은 노동조합 조직갈등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네덜란드는 노동조합이 이념이나 정치관계를 넘어 노동자 대표성을 갖는다는 기본원칙 하에 내부 의결기구를 개혁하고 위원장을 직선으로 선출해 결과적으로 조직내 갈등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산별대표자회의나 중집에 해당하는 의결기구가 결정하던 내용들과 관련해 현장에서 반발이 확산되자 네덜란드노총은 규모가 있는 단위의 대표자까지 포함시키는 새로운 의결기구를 만들어 1년에 네 차례 이상 회의를 열어 논의함으로써 많은 부분을 해결하고 있다.

이 의결기구를 통해 노동조합의 일상적 사업을 논의해 결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자 조직 내부에서도 이 의결기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위원장을 120만 조합원의 직접선거로 선출한 뒤 위원장의 권위가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16일 국회에서 시간제일자리 관련 외국 전문가들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민주노총은 16일 국회에서 시간제일자리 관련 외국 전문가들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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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시간제 노동 관련해 해외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네덜란드·독일의 시간제 일자리 실태와 문제점'이란 주제로 지난 16일 국회도서관 421호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주관 하에 토론회가 마련됐다.

민주노총은 네덜란드와 독일의 고용시스템, 시간제노동 실태와 현황을 파악하고, 시간노동자 보호 관련 법제도를 분석해 문제점과 사회적 부작용을 진단했다. 시간제 노동에 대한 네덜란드와 독일노총의 입장과 대안을 확인하고, 한국 시간제노동 확대의 문제점과 고용의 질 제고바안도 모색했다.

네덜란드 노총(FNV) 카탈리에 파스키예 부위원장과 독일노총(DGB) 국제국 아시아동유럽 담당 프랑크 지하씨는 이 토론회 발제를 통해 네덜란드와 독일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시간제일자리, #민주노총,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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