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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이 담겨 있는 내부 문건.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이 담겨 있는 내부 문건.
ⓒ 심상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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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노조파괴' 문건이 공개됐다.(전문보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회 법제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단서가 확실하게 생기면 노동부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적절한 기관에서 조사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수사 가능성도 생겼다.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착수를 결정하지 않더라도, 문건에서 확인되는 해고 사례 피해자들과 노동계가 고소고발을 할 경우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에 공개된 삼성의 문건은 지난 1월 <오마이뉴스>가 입수해 공개한 신세계 그룹 이마트의 내부 문서와 매우 유사하다. (관련기사: '헌법 위의 이마트' 보러가기) 이마트는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가족사와 사생활까지 사찰하고, '문제사원'을 분류해 따로 관리하는 등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서 부당노동행위를 계획하고 실제로 이행했으면 그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 내부 문서 가운데 신세계 그룹이 작성한 문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 내부 문서 가운데 신세계 그룹이 작성한 문서.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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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마트는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됐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두 달 동안 진행됐고, 세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정용진 부회장도 검찰에 소환됐다. 특별근로감독결과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1900여 명의 불법파견이 적발됐다. 이에 이마트는 하청업체 직원 1만 6000여 명을 정규직 전환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마트 임원 14명과 하청업체 사장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 역시 신세계 이마트 문건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실제로 계획이 실행된 정황도 담겨 있다. 최소한 이마트 수준의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야당 측은 이건희 회장 등 고위 경영진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증인 소환이 어려울 경우 청문회까지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여태까지 삼성의 비위 관련 수사가 대부분 흐지부지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에서 드러난 불법행위를 비교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신세계 이마트의 문건이다. 노조를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에서만큼은 이 둘은 영락없는 한 가족이었다. 같은 성격의 문건 공개로 이마트는 '무노조 경영'에 철퇴를 맞았다. 비록 정용진 회장에 대한 책임 여부는 묻지 못했지만, 전·현직 임원들에게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 가족 삼성은 어떻게 될까? 두 재벌 대기업의 노조탄압 문건이 얼마나 쌍둥이 인지 알아봤다.

무조건 적인 노조 적개심... "의식화 하라"

 '무노조경영' 의식화를 강조한 삼성 그룹의 내부문서.
 '무노조경영' 의식화를 강조한 삼성 그룹의 내부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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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 역시 '전 계층 교육 강화'를 강조하며 '의식'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 그룹 역시 '전 계층 교육 강화'를 강조하며 '의식'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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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기업의 공개된 문서에는 양의 차이가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신세계 이마트의 노조 관련 문서는 수십 건이 되는 반면 삼성은 이번에 공개된 114페이지짜리 문건 하나뿐이다. 노조를 와해하고 관리하는 디테일에서는 신세계 쪽 문건이 훨씬 앞선다. 삼성에는 '관리조직을 운영한다'는 정도라면 신세계는 그 구성방식과 매뉴얼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식이다. 그래서 신세계 쪽 문건 역시 '그룹' 차원에서 작성된 문건으로 한정했다.(관련기사 : 이마트 사찰,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계획)

신세계 그룹에서 작성한 문건은 두 가지다. 2011년 6월 23일 작성된 '각사 복수노조 준비현황 점검결과'라는 문건과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복수노조 관련 참고 solution'이라는 문건이다. 2012년 1월 작성된 삼성의 문건보다 6개월가량 앞서 만들어졌다. 두 기업의 문건 모두 2011년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에 따라 작성됐다고 할 수 있다. 그 전까지 1사 1노조 체제에서는 사실상 사측이 조정하는 일명 알박이 노조를 통해 다른 노조 설립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한 기업에 여러 노조가 생길 수 있게 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과 신세계 두 기업이 노조를 어떻게 인식하냐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두 그룹은 노조를 특별한 이유 없이 적대시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두 그룹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노조가 있어서는 안 되는 타당한 이유를 밝히기 보다는 무조건적 임직원의 '반노조' 의식화를 강조하는 부분에서 확인된다. 신세계는 '임직원의 의식 무장'이라는 부분이서 '전 계층 교육강화'를 강조하면 삼성의 무노조경영철학 교육 프로그램을 자사와 비교하기도 했다.

삼성 또한 문건 작성 대상인 각 계열사의 경영진들을 향해 "종업원 대상으로 직접 노사강의를 실시해 주십시오"라며 "비노조경영의 우월성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합니다"라고 정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외부환경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임직원들이 전혀 흔들림 없이 비노조 경영철학을 견지할 수 있도록 정신교육을 강화"하라 지시하며, "비노조의 역사적 가치와 성과에 중점을 둔 논리체계 재정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조 설립 조기 와해, 불가시 고사 시켜라"

노조설립 시 삼성의 대응 시나리오. 현재 노조가 세워진 회사에서는 조기와해를 시도하고, 노조가 없는 곳에 세워진 노조는 고사화 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노조설립 시 삼성의 대응 시나리오. 현재 노조가 세워진 회사에서는 조기와해를 시도하고, 노조가 없는 곳에 세워진 노조는 고사화 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심상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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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시나리오를 세워 놓은 신세계 그룹 내부 문서.
 노조 설립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시나리오를 세워 놓은 신세계 그룹 내부 문서.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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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점은 노조설립을 막기 위한 과정, 노조설립 시 와해시키는 방법에서도 일치한다. 일명 '대응 시나리오'를 세워 놓고 그것을 시행하기 위한 조직구성 및 인력배치를 치밀하게 세워놓고 있다.

삼성의 경우 전체 노사 전략의 기조를 '노사 사고 예방을 위한 총력 대응체제' 구축과 '노조 설립 시 전 부문 역량 집중, 조기 해결'을 토대로 '항구적 노사안정 기반 구축'으로 잡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과제를 마련했다. 삼성은 특히 노조가 설립될 경우 "전 부문 역량을 집중"하고 "노조 대응 전략과 전술을 연구 보완하여" 노조를 '조기에 와해'시키고, '고사'시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했다.

이러한 노조대응 시나리오는 기존 노조가 설립된 삼성생명 등 8개사와 노조가 없는 19개 사의 케이스로 나눠 치밀하게 세워졌다. 노조가 있는 회사에 노조가 설립되면 "기존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신규노조와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기존 노조를 통해 신규 노조 해산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없는 회사에 노조가 생겼을 경우에는 "전 부분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여 조기와해에 주력, 불가 시 친사노조 설립 판단 후 교섭을 진행하며 고사화 추진"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신세계 그룹도 비슷하다. 신세계는 그룹 문건에서 "단체교섭 지연 시나리오, 대응공문 작성시나리오, 가입자 확인 시나리오, 노조 방문시 대응 지침" 등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에 관한 시나리오를 세우고 철저히 대비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신세계 쪽은 '조기 와해'라는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응을 하더라도 노조가 생길 시에는 '무력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노조에 관한 적개심은 삼성이 조금 더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직원들 감시가 재벌의 공통 특성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 감시(채증) 계획을 세운 삼성 그룹의 내부 문건.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 감시(채증) 계획을 세운 삼성 그룹의 내부 문건.
ⓒ 심상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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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문제(MJ)사원의 리스트를 작성해 특별 관리하는 내용의 신세계 그룹 문건.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문제(MJ)사원의 리스트를 작성해 특별 관리하는 내용의 신세계 그룹 문건.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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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악의적인 부분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자신의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노조를 막기 위해서 직원들의 사생활을 감시했고, 또 회사에 충성하는 인력을 육성해 불만세력에 맞서는 전략을 세우는 등 사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계획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감시를 넘어 채증, 미행 등의 행위도 벌어졌다.

삼성은 문건에서 지난 2011년 7월 설립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지회(삼성노조)에 대한 시나리오 시행을 예로 들며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적시했다. 삼성은 "주동자 1명 징계해고, 조합원 1명 정직조치"라는 실적을 제기했고, 이 실적이 자신들의 노조 대응시나리오에 의한 것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삼성노조 측이 노조설립을 알리기 위해 유인물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이 이를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관련기사 : 법원 "무리한 고소로 노조 방해"... '무노조 삼성'에 '일침')

삼성은 "노조설립 시 즉시 징계할 수 있도록 비위사실 채증 지속, SMD(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문제인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문제인력 개개인에 대한 <100과사전>을 제작, 개인취향, 사내지인, 자산, 주량 등을 꼼꼼히 파일링하여 활용 중"이라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전 사원 관리에서는 신세계의 문건이 보다 내용이 충실하다. 신세계 문건에는 문제인력에 관한 관리, 대응 매뉴얼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우선 신세계는 문제사원을 'MJ'라고 통칭하고 리스트를 작성했다. 장기승진 누락자, 직급대비 저연봉자, 연령대비 저직급자, 하위등급 평가자, 징계자 등이 문제사원이 됐고, 가정사와 금전문제 등으로 문제사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선정된 문제사원은 문제등급이 매겨지고 인적사항, 친분자, 최근상황 등의 내용으로 자세하게 관리됐다.

두 기업의 이러한 행위는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을 넘어 불법행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이 직원의 개인정보를 일정 관리할 수 있지만, 그것은 업무에 한정돼야 하며 또 본인의 동의가 있는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그 범위를 넘어선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태그:#삼성, #신세계, #노조, #심상정,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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