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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을 두루 둘러 본 우리는(관련 기사 : 시간을 되돌린 것 같은 분위기가 나는 군산에 가다) 바로 옆에 있는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으로 갔다. 항만 주변의 옛 조계지를 따라서 생각보다 많은 일본식 건물들이 남아있었다. 일본 18은행은 군산 최초의 은행으로 1907년에 세워졌다. 건물은 은행 본관 1동, 2층 창고 1동, 2층 사무실 1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법 규모가 크다.

 18은행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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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8은행은 일제 강점기 은행 건축의 일반적인 양식으로 지어져 두꺼운 벽에 외관이 폐쇄적이며, 부분적으로는 인조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현재는 본관 정면 출입구와 내부가 많이 개조된 상태다. 그러나 수직창 상부의 반원 아치창 부분과 부속 건물 2개동은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 사업가들의 한국 진출과 쌀 수탈, 미곡 반출, 토지 강매 등 일제 수탈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은행 건물이다.

이 건물은 2008년에는 등록 문화재 제372호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보수 복원을 통하여 군산 근대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속 건물들은 다목적 소극장인 장미(藏米)공연장과 문화예술체험 교육장인 장미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다.

 미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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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이 방문한 당일에는 지역 화가들의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모두들 관심 있게 그림을 감상했다. 이어 옆 동에 위치한 무역 회사였던 미즈상사 건물을 개조한 '미즈카페'로 들어가 차를 한잔했다.

이곳 카페 1층은 사무실을 개조한 보통의 찻집으로 2층은 다다미방을 개조하여 책이 있는 북카페로 활용을 하고 있는데, 오래된 건물에서 커피를 한 잔하니 퇴근 후 집에서 차 한 잔을 하는 것처럼 무척 기분이 좋다.  

 군산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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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신 우리들은 다시 옆에 있는 '대한통운창고'를 둘러본 다음,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박물관 옆 주차장 부지에 세워진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를 둘러보았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 등을 이용하여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군산시의 노력이 돋보이는 테마 거리다.

참 멋진 건물이다
▲ 군산세관 참 멋진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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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맘에 쏙 드는 건물을 하나 발견했다. '구 군산세관 본관'이다. 1908년 독일인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적벽돌을 수입하여 유럽 양식으로 건축한, 작지만 아름다운 건물이다. 건물 앞쪽에 포치를 설치하고 외벽은 낮은 화강암 기단 위에 적벽돌을 쌓았다.

창틀은 원래 목재였으나 현재는 알루미늄으로 바뀌었고 연화조 동판의 지붕 위에 세 개의 바늘 탑을 세웠다. 지붕 뒷면 한가운데 벽난로 굴뚝이 있으며 뒷문 위쪽에 캐노피가 있고 이를 받치는 부분은 꽃무늬로 장식하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현관 좌우로 방들이 연결되었고, 오른쪽 복도 중간에 중앙홀로 출입하는 문이 있다.

쌀 수탈지.
 쌀 수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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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벽과 천장은 회반죽으로 마감하였으며 창과 문 위쪽에 아치 형태의 장식이 있다. 같은 양식으로 구 서울역 건물이 있으며, 근대 초기의 건축상과 세관의 발달상을 살펴볼 수 있는 멋진 자료이다. 특히 세관 건물은 너무 마음에 들어 앞뒤를 전부 살펴보고는 돌아섰다. 이런 건물은 개조하여 기념관이나 숙박시설로 쓰면 좋을 것 같다. 찻집도 괜찮고.

폐선로
▲ 군산의 철도 폐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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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닷가로 향하여 예전 익산과 군산을 오가던 폐 철로를 살펴본 다음, 군산내항에 있는 부잔교(뜬다리)를 보러 갔다. 원래 군산항은 금강하구와 중부 서해안에 자리한 지리적 특징으로 고려시대부터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해상 교통로의 역할을 염두에 둔 일본은 1899년 군산이 각국 조계지역으로 개항된 후 군산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1905년 제1차 축항 공사를 시작으로 1921년까지 많은 공사를 통해 연 80만 톤에 달하는 수출입화물 하역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부잔교
▲ 군산 부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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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군산항에 적합하게 설계된 부잔교는 물 수위에 따라 다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여 뜬다리 부두라고도 하며 1918년~1921년, 1933년에 각각 준공되었다고 한다.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모양의 다리를 보고는 다리 위에 올라서 보기도 하고, 앞에 있는 빈 배에 몰래 올라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군산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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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시 시내 쪽으로 길을 돌려 '이성당(李盛堂)빵집'으로 갔다. 중앙로 1가에 위치한 제과점으로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나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쌀로 만든 팥빵을 여러 개 사서 이틀 동안 6개나 먹었다. 쌀가루에 방부제, 유화제를 넣지 않아서 그런지 속이 쓰리지 않았다.

 이성당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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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먹으면서 다시 버스를 타고는 개정동에 위치한 '이영춘가옥(李永春家屋)'으로 갔다. 이영춘 박사는 1929년 세브란스를 졸업한 다음, 1935년 교토대에서 의학박사를 받았다. 그 뒤 구마모토(熊本)농장 의무실 진료 소장으로 부임하여 군산에 정착하게 된다.

이영춘 박사는 평생 의사로서의 진료 사업과 사회사업에 매진했다. 1948년 농촌 위생 연구소를 처음 설립하고, 후에 한국 농촌 위생원을 창설하는 등 농촌 사회 및 농민 생활 전반에 대한 조사 연구를 했다. 또한 농촌 보건 요원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보건사회부의 위촉을 받아 간호원·양호 교사·결핵관리 요원·가족계획 사업요원의 단기수련 사업도 실시했다.

구마모토의 별장
▲ 이영춘가옥 구마모토의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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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에는 농촌 위생원 구내에 일심 영아원을, 1965년에 군산에 일맥 영아원을 설립하여 농어촌에서 버림받고 의지할 곳이 없는 영아들을 양육했다. 농촌 지역 아동의 건강을 위해 무상 급식과 농민들의 성병 예방과 치료, 디스토마 박멸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나무가 무척 많은 이영춘 가옥은 그냥 보기에도 외양이 멋있고, 유럽, 일본, 한옥의 정취를 혼합한 듯한 특이한 건물이다. 가정집으로서는 크기도 매우 크다. 현재 군산시에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건물 중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건물이라고 한다.

참 멋스럽다
▲ 이영춘 가옥 참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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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일본인 농장주 구마모토가 1920년대에 건축하였는데, 건축 당시 조선총독부 관저와 비슷한 건축비를 들여 별장으로 지은 곳이다. 외부 형태는 유럽 양식을 띄며, 평면 구조는 일본식의 중복 도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식의 응접실과 한식의 온돌방이 결합된 복합 건축 양식이다.

가옥내의 기초와 벽난로는 호박돌을 허튼층 쌓기 하였고 외벽의 하부는 통나무를 절반으로 켜서 걸침턱 맞춤으로 짠 귀틀집의 구조이며 외벽의 상부는 회반죽 뿜칠로 마감하여 색채와 질감이 목재와 조화를 이룬다. 지붕은 요철이 있는 평면구조에 맞추어 박공과 모임 지붕이 결합된 형태 위에 판석으로 마감했다.

기념촬영
▲ 이영춘 가옥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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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바닥은 티그목 쪽매널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으며 샹들리에 및 가구들은 외국에서 수입한 고급 자재를 사용하였다. 중복도를 중심으로 남쪽에 커다란 다다미방이 있고 북쪽에는 온돌방이 있으며 복도 끝에 작은 홀이 있어 부엌과 다용도실, 화장실이 연결된다.

외부와 연결되는 북쪽 창은 유리를 낀 세살창과 미닫이 방충망, 완자창 등 3중의 창을 만들었으며 부엌은 북쪽에 개수대를 설치하여 서서 행동하도록 된 부엌으로 개조하였다. 해방 직후부터 개정병원 원장이었던 이영춘 박사가 사용하면서 일식의 다다미방을 온돌방으로 개조하였으며, 외관의 구조를 포함한 전체적인 주거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특히 이 건물은 일제의 토지수탈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료적 가치가 있으며 이영춘 박사의 지역 의료 활동에 끼친 역사적 비중을 볼 때 가치가 있다. 현재 학교법인 경암학원의 소유로, 2003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00호로 지정되었다.

살면서 이제까지 본 집 중에 가장 깔끔하고 세련되게 지어진 고택이다. 외부의 호박돌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집안에 있는 일본식 중복도와 창문 등이 좋았다. 마당에 있는 수령 100년은 된 나무들도 생기가 넘치는 것이 이런 집에 며칠 쉬었다 가면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제 강점기 국민 의료에 힘쓴 이영춘 박사님에게 잠시 기도를 하고, 해설사분에게 집과 박사님에 관한 안내를 받고서 돌아서 나왔다.

 임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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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방문한 곳은 임피면에 위치한 장항선의 철도역 '임피역(臨陂驛)'이다. 1936년에 지어진 역 건물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농촌 지역 소규모 간이 역사의 전형적인 건축 양식과 기법은 물론 철도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어 지난 2005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2008년 5월부터 여객 취급이 중지되면서 역으로서의 역할은 잃은 곳이다.

본래 임피역은 당초 읍내리에 만들어져야 했으나, 읍내리의 유림들이 풍수지리적 이유로 반대하여 이곳 술산리를 경유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일본이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건립되어 당시 군산선(대야∼임피∼개정∼군산항)의 중앙에 위치, 쌀 등 각종 화물을 일본으로 실어 내는 교통 요지였다.

이 쓸모없는 간이역은 다행스럽게도 2010년 문화관광체육부의 '유휴자원(폐선철로·간이역) 관광자원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 지원을 받아 다시 부활했다. 지난 6월 임피역 내부 복원을 비롯해 시실리 광장과 방죽 공원, 열차 체험교실, 전통 우물 등을 완공했다. 특히 역전의 방죽 공원에는 일제의 쌀 수탈을 위해 건설된 군산선의 아픈 역사가 그려지고 시실리광장에는 거꾸로 가는 시계탑이 만들어졌다.

가을이다
▲ 임피역의 지는 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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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피역 내부에는 장작 난로와 채만식의 대표 소설 <태평천하>의 등장인물을 구성한 세트 등이 설치됐다. 또한 외부에 옥구 항쟁과 관련해 기념벽이 조성됐는데, 여기에는 34인의 애국 투사 명단과 애국 지사 18인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이와 함께 코레일에서 무료로 제공한 기차를 이용해 1930년대 기차 내부 및 승객들의 모습도 재현했다. 아울러 군산시는 인근 채만식 문학관을 연계한 문학 기행 관광 상품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우리들은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철길을 걷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역 안팎을 전체적으로 둘러보았다.

이제 저녁을 먹기 위해 우리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는 이웃한 익산시 황등면에 위치한 '한일식당'으로 가서 육회비빔밥으로 식사를 했다. 다른 곳의 비빔밥과는 달리 이곳의 비빔밥은 미리 밥을 볶은 다음 볶은 밥 위에 기호에 따라 육회나 익히 고기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아래의 밥이 고소하고 맛있어 식욕을 돋구는 역할을 했다.

특이하다
▲ 황등비빔밥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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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밑반찬과 시원한 숭늉까지 마시고는 우리들은 익산 시내에 있는 '원불교 성지'를 잠시 둘러본 다음, 시내의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한 잔하고는 숙소인 '익산유스호스텔'로 가서 샤워를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이동 거리가 많았지만, 상당히 재미난 하루였다.


태그:#군산시, #이영춘 가옥, #군산18은행, #임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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