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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보고서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된다고 나왔다. 수질개선이라는 거짓말은 어떻게 나왔나.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07년 6월 22일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뒤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낙동강 하구에서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07년 6월 22일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뒤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낙동강 하구에서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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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의혹인데 이는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수심 6m로 하라고 지시했고, 대형 보의 건설 위치 역시 운하 계획을 위해 결정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부가 주장한 치수나 수질개선 등의 목적은 사실상 거짓말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건설사들의 담합으로 인한 건설비용 낭비와 비자금 문제다. 이와 관련해선 최근 검찰이 건설사 전현직 임원 22명을 담합혐의로 기소했고, 정치권의 비자금 의혹도 계속 수사 중이다.

남은 것은 '녹조라떼'로 대표되는 4대강 사업의 후유증 문제다. 현재 4대강은 다리가 무너지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하수 수위 변화로 농경지에 물이 차고, 공사과정에서 문화재가 파손되는 사고도 있었다. 행정적으로는 쌓아놓은 준설토 처리와 수변 공원시설 관리 비용 문제 등이 각 지자체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질'이다. 낙동강에서는 보기 드물게 10월까지 녹조가 퍼져 있고 다른 강에서도 수질 오염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애초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질개선을 4대강 사업의 최대 목표로 설정했다. 오죽했으면 사업 이름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낙동강 하구에 가서 오염토를 퍼올렸고, '우리 강이 이렇게 썩었으니 살려야 한다'는 퍼포먼스를 몸소 보여줬다. 그 후로 정부는 "4대강 90% 지역에서 수영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지난 여름 4대강 사업 구간 어느 곳에서도 수영을 즐기는 모습은 보도되지 않았다. 수많은 녹조류만이 강을 헤엄쳤다.

이명박 정부는 강 한복판에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파서 물그릇을 키워 더 큰 물을 담아 놓으면 물의 양이 늘어나 수질이 개선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수질은 수량이 아닌 유속이 중요하다며 보로 인해 물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업 완료 후 2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거짓말에 가깝다. 그리고 그 거짓말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명숙 의원은 15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 당시 환경부가 그 거짓말의 근거로 사용한 수질예측조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수질변화 예측결과'라는 이 보고서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서 수질개선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보고서를 보면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진다"는 거짓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총 4개의 보고서는 4대강 사업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09년 4월과 5월 그리고 그해 11월과 12월에 각각 작성됐다.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악화된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말... 어떻게 바뀌었나?

지난 2009년 4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4대강 수질예측 보고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수질예측 보고서 가운데 가장 먼저 작성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보고서에서 보 설치로 인해 수질이 악화 된다고 명시했다. 다만 추가예산을 확보하면 수질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5월 수질예측 보고서에 반영되고 그대로 4대강 마스터플랜에 실리게 된다.
 지난 2009년 4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4대강 수질예측 보고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수질예측 보고서 가운데 가장 먼저 작성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보고서에서 보 설치로 인해 수질이 악화 된다고 명시했다. 다만 추가예산을 확보하면 수질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5월 수질예측 보고서에 반영되고 그대로 4대강 마스터플랜에 실리게 된다.
ⓒ 한명숙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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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 의원이 공개할 예정인 자료 가운데 마스터플랜에 적용된 5월 보고서와 그해 11월 다시 작성된 2차 보고서는 이미 지난해 공개된 바 있다. 최근 2009년 12월에 작성된 녹조(클로로필a) 관련 보고서가 추가로 공개됐다. 5월 작성 보고서가 그해 6월에 발표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포함된 자료고, 11월 작성 보고서는 이후 발생한 변수를 적용해 다시 수질예측을 한 자료다. 가장 앞선 시기에 작성된 4월 문건은 한 의원이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이 4월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거짓말의 퍼즐이 모두 맞춰졌다.

이들 보고서는 모두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질이 악화된다고. 일부 개선되는 구간도 그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사업 이전에도 꽤나 깨끗한 물이었기 때문이다. 썩어가는 강물을 깨끗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이미 깨끗한 물을 약간 더 깨끗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반면에 수질 악화는 뚜렷했다. 그런데 어떻게 "수질이 좋아진다"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국립환경과학원이 작성한 4개의 보고서를 시간순서대로 추적하며 살펴보자.

우선 4대강 사업 관련해 최초로 보고서가 작성된 건 2009년 4월 14일이다. 한명숙 의원이 공개한 이 보고서는 모두 13개 보가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 4대강에 세워진 전체 보의 수는 16개다. 이때만 해도 4대강 마스터플랜이 발표되기 전으로 보 건설 계획은 한강에 3개, 낙동강 5개, 금강 3개, 영산강 2개가 예정돼 있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심 6m를 지시하면서 배가 다닐 수 있게 하려고 낙동강 상류쪽에 3개 보가 추가된다.

이 보고서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은 "보 설치지점에서의 수질은 사업 후 전반적으로 악화되며 BOD의 경우 낙동강과 영산강에서 증가폭이 큼"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팔당(한강수계), 물금(낙동강수계), 부여(금강수계) 지점 등 보의 영향을 받는 하류지점일 경우 전반적으로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보를 설치해 물그릇(수량)을 늘리면 수질이 개선 될 것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럼에도 "수질이 좋아진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보고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낙동강수계는 보 설치 후 수질이 악화되어, 기존의 수질관리계획만으로는 목표수질을 달성할 수 없으나 추가삭감계획을 통해 물금지점의 수질은 BOD2.0mg/L(현재수질 2.6mg/L)로 수질목표기준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

다소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낙동강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 4대강 사업 이전에 수립돼 있는 수질관리계획만으로는 "수질이 좋아진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추가삭감계획(BOD수치를 추가로 삭감 혹은 저감시킬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금은 낙동강수계에서 상수원 취수장이 있는 곳으로 수질 문제가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이 보고서는 마찬가지로 금강수계(부여), 영산강수계(나주)에도 추가삭감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의 결론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의 보 설치에 따라 체류시간 증가 등으로 수질이 악화돼 기존의 물환경관리기본계획에 포함된 삭감계획만으로는 수질 목표등급 달성이 어려우므로 24개 중점관리권역에 대한 삭감계획과 환경기초시설의 방류수 수질기준강화 등 추가삭감계획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예산확보'가 필요"

6.6조 원 투입했을 때 가정한 수질예측... 예산 확보 못했다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2009년 11월 작성한 수질예측 보고서. 당초 6.6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질개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무너지자 관리수위를 2미터 낮춘 조건으로 다시 수질예측을 실시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2009년 11월 작성한 수질예측 보고서. 당초 6.6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질개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무너지자 관리수위를 2미터 낮춘 조건으로 다시 수질예측을 실시한다.
ⓒ 한명숙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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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로 '예산'이다. 강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은 악화되지만 돈을 더 투여하면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환경부는 기존 3.4조 원의 수질관리예산에서 3.2조원을 추가해 6,6조원을 투여할 계획을 세운다. 이러한 결론은 그 한 달 후인 2009년 5월 14일 작성된 보고서에 그대로 다시 반영됐다. 이 보고서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이 거의 확정될 시점에 작성된 것으로, 현재와 같은 16개 보가 세워진다는 조건에서 수질예측을 했다. 물론 수질관리 예산도 6.6조원을 반영했다. 

결과는 수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왔다. 보 설치로 수질이 악화되지만 이를 극복하수 있는 예산이 반영된 결과다. 보고서에는 "영산강은 보 설치 후 수질이 크게 악화되나, 중고저수량 증대와 삭감계획 등을 통해 나주지점의 수질 목표기준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나와 있다. 이 보고서에서 "영산강은 보 설치 후 수질이 크게 악화"된다는 내용을 제외하고 "목표기준을 달성할 것"이라는 결과만 6월 8일 발표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반영된다. 여기서 '1차 거짓말'이 완성됐다.

1차 거짓말은 보 설치로 수질이 악화되는 걸 감추고, 돈을 써서 수질을 개선하는 걸 4대강 사업의 효과처럼 말한 것이다. 그쯤에서 멈췄으면 좋았을 뻔 했다. 비록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수질이 개선된다고 하니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또 다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수질에 대한 '뻥'을 칠 수 있게 해준 3.2조 원의 추가 수질관리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는 마치 6.6조 원을 투여해 수질관리에 나설 것처럼 발표했지만, 이후 당시 기획재정부는 환경부가 제출한 6.6조원 예산 가운데 기존 수립된 예산계획 3.4조원에 0.5조원만 추가로 배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기존의 수질예측을 중단한다. 그리고 2009년 11월 다시 수질 예측을 실시한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자 다른 조건을 억지로 끼워 맞춰 어쨌든 수질 개선목표를 달성하는 예측 결과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보고서에는 "마스터플랜에 포함된 수질예측결과는 예산 6.6조원과 '고정보'를 가정한 결과이므로 이를 3.9조원과 가동보 조건에 대한 결과로 보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 예산이 줄어든 대신 고정보를 가동보 조건으로 바꾼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4대강 사업 추진본부가 내놓은 보 운영계획을 근거로 했다. 갈수기 동안 각 보에서 관리수위를 2m씩 낮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가동보의 수문이 일정 열려야 하고 그 영향으로 물의 체류시간이 줄어든다는 게 변수로 작용했다. 즉 보의 수문을 열어 유속을 빨리하면 수질이 조금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추가예산을 투여하지 않고 수질을 이전보다 개선하려면 기존에 수립된 예산을 모두 투여하고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과연 보의 수문을 열어 수질관리를 하고 있을까? 한명숙 의원실은 이러한 11월 보고서가 완벽한 짜맞추기라고 보고 있다. 갈수기에 보 관리수위를 2m 낮출 경우 각 보마다 설치돼 있는 어도의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어도는 보로 허리가 잘린 강의 상하류를 연결해 어류들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은 시설을 말한다. 감사원 조사에서도 관리수위를 2m 낮추는 건 비현실적인 조건이라 지적받는다. 실제로 4대강 보의 관리수위는 갈수기에도 특별히 낮추지 않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대입해 6.6조원을 투입했을 시 달성할 수 있는 조건과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게 한 의원의 주장이다.

조작과 짜맞추기로 일괄된 4대강 수질예측

지난 8월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칠곡보 상류.
 지난 8월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칠곡보 상류.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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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추가된다. 바로 6.6조원 예산 확보에 대한 부분이다. 과연 환경부는 그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수질예측을 했을까? 그 과정을 보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추가예산이 있어야 수질개선이 가능하다는 첫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 4월 14일, 그 예산을 반영해 수질예측을 한 것이 5월 14일이다. 그리고 5월 보고서가 이후 마스터플랜에 들어간다. 환경부가 4대강 추진본부에 6.6조 예산안이 반영된 최종안을 제출한 건 6월 4일, 마스터플랜 발표는 6월 8일이다.

한명숙 의원은 여기에 의혹을 제기한다. 우선 "마스터플랜이 본래 5월 말 확정되고 6월에 발표를 한 것인데 어떻게 환경부가 발표 4일 전에 6.6조원 예산을 요청하는 최종안을 냈는가"이다. 이미 4대강 사업에 수질관리 예산이 확정된 상태에서 환경부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제출했다는 것이다. 결국 6.6조 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질이 좋아진다"는 거짓말을 위해 조작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이다. 5월 보고서는 수질관리 예산을 이용한 '조작', 11월 보고서는 이를 모면하기 위한 '짜맞추기'라는 게 한 의원의 지적이다.

다소 과정이 복잡한 이야기가 계속됐지만 아주 단순히 이해할 수 있는 건,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4대강 반대론자나 환경단체의 말이 아니라 '국립환경과학원'의 말이다. 그것을 교묘하게 덧칠해 국민들을 속인 사람들이 분명 있다. 그것이 병인줄 알면서도 방치하고선 약값을 타낸 셈이다. 그들 때문에 국민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강의 녹조를 보며 불안해하고, 식수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한명숙 의원은 "환경부의 수질예측은 대운하 준비사업의 공사착공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4대강 수질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4대강을 본래 모습으로 되돌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시작은 거짓말의 책임을 묻는 것부터가 아닐까 싶다.


태그:#4대강, #한명숙, #이명박, #4대강 사업,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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