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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민속마을 풍경.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고향마을 풍광 그대로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풍경.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고향마을 풍광 그대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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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골목길에 가을햇살이 내려쬐고 있다. 돌로 쌓아 올린 담장도 단아하다. 그 담장 위엔 호박넝쿨이 기어올라 있다. 나팔꽃 넝쿨도 담장을 타고 올랐다. 담장 너머엔 초가집이다. 마른 짚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새로 엮은 이엉을 올리는 집도 보인다. 어릴 적 고향마을 풍경 그대로다.

민속촌이 아니다. 그렇다고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마을도 아니다. 사람이 실제 살고 있는 초가집이고 마을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민속마을 풍경이다. 초가집 안마당에서 할머니가 햇볕에 말려놓은 녹두와 팥을 고르고 있다. 올해 78세의 이옥례 할머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초가집 돌담과 어우러지는 골목길이 어릴 적 고향마을 같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초가집 돌담과 어우러지는 골목길이 어릴 적 고향마을 같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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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민속마을 풍경. 이옥례 할머니가 마당에서 팥을 고르고 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풍경. 이옥례 할머니가 마당에서 팥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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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을 골라서 뭘 하시게요?"
"덜 좋은 것은 밥에 올려서 먹으려고."

"좋은 것은요?"
"산다는 사람 있으면 팔아야지. 가용으로 쓰게."

"왜요? 좋은 걸 드셔야죠."
"그러면 좋겄지. 근디 그게 안돼."

짚신 삼기. 낙안읍성민속마을에 사는 장영현 할아버지가 짚신을 삼고 있다.
 짚신 삼기. 낙안읍성민속마을에 사는 장영현 할아버지가 짚신을 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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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꼬기. 장영현 할아버지가 어린이 여행객에게 새끼 꼬기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새끼 꼬기. 장영현 할아버지가 어린이 여행객에게 새끼 꼬기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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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선 할아버지가 짚신을 삼고 있다. 77세 장영현 할아버지다. 지푸라기 몇 가닥으로 짚신을 엮으면서 혼신을 다 하고 있다. 삼고 당기고, 다시 삼고 당기고. 다른 짝과 비교해 보기도 한다. 신경을 곤두세운 작업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말을 걸었다.

"짚신을 삼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네요?"
"짚신의 생명은 균형이야. 두 짝이 잘 맞아야지. 안 그러면 보기도 싫고 걸음을 걷는데도 불편해서 못써."

"이렇게 해서 하루에 몇 켤레나 만드세요?"
"몇 켤레는? 한 켤레를 삼는데 이틀은 걸려. 보기 좋게 하려면. 대충 하면 하루에도 하는데, 보기 싫어. 가치도 없고."

사실, 그 동안 짚으로 만드는 공예품 가운데 짚신이 새끼 꼬기 다음으로 쉬운 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얘기는 그게 아니었다. 짚신이 가장 어렵단다. 오히려 망태, 짚방석, 삼태기 같은 게 더 수월하단다. 그럼에도 잘 팔리지 않는다. 물론 배우려는 사람도 없다시피 한다.

초가 이엉 올리기.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초가집의 새 이엉 올리기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초가 이엉 올리기.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초가집의 새 이엉 올리기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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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민속마을. 마을에 있는 옥사와 형틀 체험장 모습이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마을에 있는 옥사와 형틀 체험장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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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민속마을에는 3개 마을에 100여 세대 200여 명이 살고 있다. 초가집이 많아 언뜻 조선시대 마을 같다. 사극 촬영을 위한 세트장 같기도 하다. 집집마다 장독대가 있다. 마을에는 대장간, 장터, 주막, 서당이 있다. 우물터도 있고, 물레방앗간도 있다. 모두 정감 있는 것들이다.

누각도 고풍스럽다. 성곽은 우람하다. 성곽 안에는 고을 수령의 숙소였던 내아가 그대로다. 바깥 손님을 맞던 객사와 향교도 있다. 조선시대 관가도 그대로다. 형틀과 옥사도 자리하고 있다. 사적 제302호로 지정돼 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풍경. 금전산 자락에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풍경. 금전산 자락에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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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성곽. 높이 4미터 안팎의 성곽길이 1410미터에 이른다.
 낙안읍성 성곽. 높이 4미터 안팎의 성곽길이 1410미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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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은 조선태조 6년(1397)에 처음 쌓았다. 왜구의 침략에 맞선 방어용이었다. 이 고장 출신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주도했다. 처음엔 토성이었다. 300년이 지난 인조 4년(1626) 충민공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해 지금의 석성으로 고치고 키웠다.

일반적인 성과 달리 들녘 평야지대에 쌓은 것이 특징이다. 길이는 1410m, 높이 4m 안팎에 이른다. 여기서 제20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 시작된 큰잔치는 13일까지 이어진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풍경.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맞아 상달행렬이 읍성을 행진하고 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풍경.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맞아 상달행렬이 읍성을 행진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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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낙안읍성 민속마을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승주나들목으로 나가 857번 지방도를 타고 죽학삼거리를 지나면 낙안읍성에 이른다. 나들목에서 17.6㎞ 떨어져 있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30(동내리 437-1번지)



태그:#낙안읍성민속마을, #이옥례, #장영현, #돌담길, #초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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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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