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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삭제 관련 논란부터 묻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회의록 실종 초기부터 초지일관 이지원에 삭제 기능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최종본이 완성되면 초안 삭제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된 것인가. 이지원에서 삭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는가.
"그렇다. 차근차근 설명을 하겠다. 청와대에 이지원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건 2005년이다. 2004~2005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하기 전까지는 기록 관련 체계가 없었다. 역대 정부마다 임기 말에는 기록물을 없애기 바쁘고, 특히 공무원들은 민감하다, 나중에 문제 되겠다 싶으면 그냥 자의적으로 파기하고 그랬다.

이건 안 되겠다, 개인이 자의적으로 자기가 만든 자료를 파기할 수 없고 청와대에서 생산된 자료는 어떤 것이든 일단 보존되게 해야겠다 해서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했다. 하나는 2007년 4월 제정해 그해 7월부터 시행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 법과 제도이다. 두번째는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이다. 이지원에서 문서 작성을 시작하면, 작성자는 그걸 삭제할 수 없다. 삭제 기능이 아예 없다. 그래서 이지원 안에는 모든 자료가 남아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은 법과 시행령에 따라 분류와 재분류가 있다. 이지원에 있는 각종 기록물을 이관 대상과 아닌 것으로 나눠(분류), 이관 대상을 청와대기록관리시스템(RMS)으로 넘기면 그것은 일단 모두 대통령기록물이 된다. 그것은 모두 대통령기록관에 가게 되는데, 이것을 다시 지정기록물, 비밀기록물 등으로 재분류한다. 이 과정을 모두 이관TF팀을 만들어 시행했다. 이후 이것(RMS)을 외장하드에 담아서 기록관으로 넘겨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PAMS)로 보냈고, 또 이것을(RMS) 이지원에 담아서 보낸 게 나스(NAS)다. 그러니까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이지원과 봉하마을에서 반납한 이지원 사본이 똑같진 않은 거다. 봉하 이지원 사본은 분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래 이지원 사본이다.(위 그래픽 참고) 분류를 거쳐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 각종 기록들은 일단 청와대 이지원에서 목록을 지웠다."

"목록을 지웠다"의 의미

참여정부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작성·관리·이관 등을 책임졌던 김경수 전 연설기획비서관.
 참여정부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작성·관리·이관 등을 책임졌던 김경수 전 연설기획비서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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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록을 지웠다?
"담당 부서에 분류 과정을 거쳐 이관하지 않기로 한 문서들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었더니 '전체 목록에서 이관 제외 대상은 목록을 지운다'고 하더라. 이지원의 문서관리카드는 표제부와 경로부, 속성부가 있고, 여기에 해당 문서가 첨부돼 따라오게 되어 있다. 목록을 지운다는 말은 표제부만 삭제하고 경로부, 속성부와 해당 문서 파일은 다 남아 있다는 뜻이다."

- 목록이 있는 것만 RMS로 들어가도록 이관 제외 대상은 목록을 지우지만, 해당 문서 파일은 이지원에 그대로 있다는 말 같은데, 검찰에서 봉하 이지원에서 복구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검찰이 아예 삭제한 걸 복구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게, 기술자들에게 한 번 물어봐라, 이 DB(이지원 원본)에 표제부와 경로부, 속성부, 문서파일 전체가 없는데 저 DB(이지원 사본)로 복사가 되냐고. 표제부는 삭제됐어도 나머지(경로부, 속성부, 문서파일)가 있어야 복사가 되는 거다. 이관할 때 이관 제외 대상이 RMS로 넘어가지 않도록 막기 위해 표제부만 지운 것이다. 그러면 RMS에는 넘어가지 않지만 봉하 이지원 사본처럼 통째로 복사하면 살아 있다."

- 이관과 봉하 이지원 사본 복사까지 끝난 후 이지원 원본은 어떻게 했는가.
"서버를 다음 정부가 써야 하니까, 거기에 뭘 남겨 놓으면 안 되니까, 포맷팅해서 초기화했다."

- 결론적으로 봉하 이지원 사본에서 찾아낸 회의록들이 PAMS는 물론이고 쌍둥이라고 하는 또하나의 이지원(NAS)에도 왜 없을까가 의문 중 하나였는데, 완전히 같은 게 아니었다는 말인가?
"검찰 발표대로라면 회의록 초안은 없는 게 맞다. 다만, 발견했다는 최종본이 왜 안갔는지는 우리도 의문이다."

- 검찰에 따르면 이관용 외장하드에도 없었다는 건데.
"그러니까 이지원 원본에는 있었지만, RMS와 외장하드 등 이관하는 과정 어딘가에서 사고인지 착오인지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인데 우리도 검찰이 발견한 게 뭔지 들여다 보면, 언제 생성되어 보고되고 어떤 형태인지 등을 보면, 당시 상황을 얘기하다 보면 규명된다고 본다.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그런 게 아니다."

- 이관 제외 대상의 목록 삭제는 누가 했는가.
"이지원 시스템 관리부서인 업무혁신비서관실에서 담당했다. 유일하게 목록을 지우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다른 부서는 목록조차도 지울 수 없었다."

"목록 삭제는 유일하게 업무혁신비서관실에서 담당"

- 검찰이 봉하 이지원 사본에서 삭제 흔적을 발견해 복구했다는 회의록은 이관대상이 아니었는가.
"정상회담 회의록은 이미 최종본이 나왔기 때문에 초안(복구본)이 공개되면 그게 이관대상인지 아닌지 너무 쉽게 밝혀지리라고 본다. 검찰이 공개는 하지 않고 조물딱조물딱 해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만들어서 그렇지."

- '참여정부 임기 말에 이지원에 삭제 기능을 탑재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이지원 사용자에게는 그 어떤 삭제 기능도 준 적이 없다. 개인이 (이지원 문서를) 삭제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보도가 나왔을 때 업무혁신비서관실 관계자들에게 확인해봤다. 임기 끝 무렵 인수인계 시스템을 만들었다. 청와대 이지원을 초기화하면 다음 정부가 왔을 때 청와대 업무를 전혀 알 수 없으니까, 노 대통령이 '이관할 기록들은 이관하고, 다음 정부가 참고할 시스템을 만들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런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시스템 관리자에게 필요한 삭제 기능을 넣은 건데, 마치 이지원에 삭제 기능을 도입한 것처럼 알려졌다. IT 전문가들은 '이게 이지원에 삭제 기능을 넣은 것이라고 말하면 웃기는 이야기'라고 한다."

- 어쨌든 당시 업무혁신비서관실에서는 삭제 권한이 있었다는 뜻인가.
"그쪽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목록 삭제다. 그것도 개인이 '이거 삭제해야지' 이런 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여러 사람들이 업무혁신비서관실에 있는데 누가 살짝 가서 '삭제해 달라'고 한다는 게…, 청와대 업무가 그렇게 안된다. 모든 건 절차와 시스템을 거쳐 전달된 것만 공식 처리할 수 있었다. 이게 기본인데, 이걸 의심하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그리고 초안을 (완전히) 삭제할 이유가 뭐가 있나. 그걸 삭제할 이유가 있으면 이해가 되는데, 없는 것 아닌가. 이관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몰래 삭제하는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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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회의록, #김경수,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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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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