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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011년 조사에서 한국 노동자들은 OECD 36개국 평균 1765시간보다 325시간 더 많은 2090시간을 일했다. 장시간 노동에는 야간노동이 적지않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늘어나는 패스트푸드점 등의 서비스 업종에서 야간노동이 확대되고 있다.
 2011년 조사에서 한국 노동자들은 OECD 36개국 평균 1765시간보다 325시간 더 많은 2090시간을 일했다. 장시간 노동에는 야간노동이 적지않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늘어나는 패스트푸드점 등의 서비스 업종에서 야간노동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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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세 차례 보도한 '밤새 햄버거를 만드는 나라' 기획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기획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의 현황을 보여주면서 서비스업 분야까지 야간노동이 확산하는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준비됐습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은 별다른 근거법령이나 규제 없이 증가했고, 현재는 4대 브랜드 기준 전국에 600개 매장이 운영 중입니다.(관련기사 : 새벽 2시, 햄버거 먹고 싶나요? )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센터는 야간노동을 제2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야간노동으로 발생하는 국민 건강의 문제와 경제 균형을 이유로 서비스업 분야의 심야, 또는 24시간 영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한국 "돈 더 줄테니 밤새 일해라") 야간노동을 당장 금지할 수 없고, 일부 필요한 부분도 있으니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자는 취지의 기사였습니다.

이 두 기사를 <오마이뉴스>와 포털 사이트에서 본 독자들이 여러 의견을 댓글로 달아주셨습니다. 그 가운데는 "누가 시켜서 하는 거냐? 돈 더 준 다니까 자기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걸 가지고 뭘 뭐라고 하냐?", "이 기자는 밤에 편의점도 이용 안 하나봐? 아예 병원, 소방서 다 문 닫자고 하지 그래!"라는 질책성 댓글도 있었습니다. 물론 야간노동의 구조 문제나, 최저임금 현실화 등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댓글이 훨씬 더 많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기획 마지막 기사였던 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인터뷰(관련기사 : "1년 12개월 문 여는 게 자랑이라니...")를 포함해 총 3개의 '밤새 햄버거를 만드는 나라' 기획 기사에 제기된 독자의견에 '에프터서비스'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해가 있는 댓글은 오해를 풀고, 같이 생각을 공유해야 할 의견이 있다면 서로 생각을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 역시 심야에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 벌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야간노동은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기자에게도 해당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야간알바도 건강검진 받야 하지 않을까요?

먼저 오해의 댓글들부터 풀고 가겠습니다. 트위터 아이디 'redzombie88'이라는 분께서 "오마이(뉴스)가 꿈꾸는 세상은 해 떨어지면 암흑천지로 변하는 북조선 인민의 낙원"이라고 하셨는데 당연히 아닙니다. 북한이 해 떨어지면 암흑천지가 되는 이유는 야간노동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력난 때문이죠. <오마이뉴스>는 한국이 북한처럼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단지 야간노동이 무분별하게 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으니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오마이뉴스> 닉네임 와퍼주니어(thissever)님께서는 "아예 심야택시, 심야버스 , 편의점도 없애지? 이 글 쓴 기자는 안 이용하는지 주위 분들 제보 바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글을 쓴 기자는 심야택시를 자주 이용하고 야간에 편의점도 자주 갑니다. 아직 심야버스를 이용해본 적은 없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야간노동을 무조건 없애자'로 오해하신 듯합니다. 일정의 야간노동은 수요가 있으니 당연히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철도, 소방, 의료, 통신, 교통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야간노동은 어쩔 수 없이 이뤄집니다.

이런 분야도 야간노동이 집중되지 않게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야 하고, 야간노동자들의 건강검진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실제로 공공서비스 분야의 야간노동자들은 1년에 한번 정밀 건강검진을 받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 등 요식업 중심의 민간 서비스업으로 확대되는 야간노동자들은 대부분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근무량 조절이나 건강검진 등의 제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자는 게 기사의 취지였습니다.

'Jeong Ho Park'님은 페이스북 댓글에서 "야간 알바생들을 누가 강제로 잡아다가 시킨 건가요? 자기가 들어간 건데 뭘 규제를 한다는 건지. 자기들이 낮에 시간 없어서 밤에 일하고 싶어서 한다는데 누가 보면 강제로 시킨 줄 알겠네"라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이 댓글은 오해라기보다는 의견 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연히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은 자발적으로 한 일입니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그들의 목표라면 야간노동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기사에서 제시한 의견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 닉네임 'ABCDEF(darkkiller)'의 "그나마도 저런 거 하니까 일자리가 좀 있는거지"라는 댓글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간노동으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게 과연 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인지 의문입니다. 비록 야간 활동인구가 늘면서 수요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야간노동이 증가할지라도 국가 정책으로는 그 부작용을 감안해 최소한의 원칙을 세우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정애 민주당 의원 역시 "야간노동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좋은 일자리 정책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근무시간 단축해야 야간노동도 없다"... 정답입니다

서비스업의 야간노동 문제와 관련해 포털사이트 '다음' ID '유유자적'님은 "최저임금을 엄격히 단속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같은 사이트 ID 'JH'님은 "일단 직장인들이 철야를 밥 먹듯이 해야 하니까 그에 따른 야간 수요가 생기는 데 문제가 있다. 퇴근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게 하면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늘어나고, 출산율도 높아지고, 청소년 탈선도 줄어든다. 턱없이 낮은 임금을 높이고 실속 없는 노동시간 착취를 철저히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분 의견에 상당히 동의하는 편입니다. "최저임금을 단속하는 게 최선"과 더불어 "최저임금 현실화"가 꼭 필요합니다.  2013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급 4860원이고 2014년 시급 5210원으로 오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4~5%가량 꾸준히 인상돼 처음 5000원 대로 인상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규모 대비 최저임금의 수준은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입니다.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등 24시간 영업이 늘고 있는 곳의 야간시급은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의 1.5배가 대부분입니다. 낮 시간에도 그 정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다시 야간노동을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분명 지금보다 줄어들 겁니다. 시급이 올라 낮에 더 짧게 일하고 지금 밤새 일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된다면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도 분명히 생기기 때문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은 낮에 지금과 같은 수준의 시급을 받을 수 있다면 낮 근무를 선택하겠다고 했습니다.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100% 동감합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최장노동시간을 기록하는 국가입니다. OECD평균보다도 1년에 200시간 가까이 더 일을 합니다. 최근 미국의 한 유력 언론은 "한국은 작업장 사망률이 미국의 2배가 넘고 연평균 근로시간이 30개 산업화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2천 시간 이상인 데다, 주말에도 일하는 나라"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남부 유력지 "한국은 주말에도 일하는 나라")

주간노동자들의 근무시간 자체가 길다 보니 일을 마치고 사회관계를 시작하는 시간도 늦어집니다. 그러니 밤 10시에 약속을 해야 하고, 12시가 넘어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근무시간이 줄면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밤이 줄어든 울산의 변화에 주목하자

여가시간은 무엇을 하며 보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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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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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활동은 누구와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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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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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과 야간노동이 줄며서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는 얼마 전까지 주야간 맞교대를 하던 대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주야간 맞교대 근무에서 낮에 2개 조를 돌리는 근무체계를 도입한 이후 생산직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했습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워크인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7월 초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주간연속2교대제 시범실시에 따른 근무시간 변경에 대해 42.1%가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10명 가운데 4명은 주간연속 2교대 시범실시에 만족한 것입니다. 보통이라고 답한 31.5%까지 합하면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 됐습니다. 불만족한다는 인원은 전체의 27%가량이었습니다.

설문 항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여가활동을 누구와 합니까?'라는 질문과 '여가시간은 무엇을 하며 보냅니까?'라는 항목입니다. 주야간 맞교대를 할 때는 '혼자' 여가활동을 한다는 응답이 36.7%였지만, 주간연속교대 근무 시행 후에는 15.1%로 줄었습니다. 반면 가족과 함께한다는 응답이 24.1%에서 42.2%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친구나 연인, 직장동료 등의 지표는 전후가 비슷했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무엇을 하는지도 분명히 달라집니다. 주야간 맞교대를 할 때는 'TV/비디오 시청'이라고 답한 인원이 전체 46.9%가 되지만 야간노동이 사라지고 나서는 10%로 거의 1/5수준으로 떨어집니다. 반면에 여행(캠핑, 낚시, 하이킹 등)을 한다는 인원이 전체 11%에서 28%로 늘고 스포츠 활동을 하는 인원도 13.7%에서 21.1%로 늘었습니다. 야외 활동이 늘고 여행이나 문화공연 관람 등으로 소비도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는 대부분 안정된 정규직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입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 24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과 근무조건부터 사회적 지위까지 차이가 큽니다. 두 일자리를 동일하게 놓고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자동차가 근무시간을 줄이고 야간노동을 축소하면서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위치한 울산은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공장 노동자들이 일찍 퇴근하게 되면서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유흥업소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최근에 취재차 울산을 방문했을 때도 야간에 손님이 줄었다는 택시기사님의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게 다 일까요?

앞선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와 있듯이 혼자 있거나 집에서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보냈던 노동자들이 밖으로 가족과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울산 경제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서비스업 야간노동도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그 효과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야간노동 축소로 오히려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면 다른 업체, 다른 지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현대자동차의 주간교대근무 시행까지 어려움이 컸다는 점입니다. 사측은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상당기간 이 제도 시행에 반대했고, 일부 노동자들도 연장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이 줄어든다는 문제로 탐탁지 않아 했습니다. 몇차례 시범운용을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고, 2~3년 동안의 논의 끝에 올해 들어서 본격적으로 전면 실시하게 된 제도입니다.

최근 새누리당과 정부가 주간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합의했습니다. 2016년까지 기업 사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합니다. 근무시간을 줄이고 야간노동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일입니다. 다만 현대자동차가 주간교대근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침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 근로시간단축안도 사회 합의가 필수입니다.

사회 합의를 위한 대화에 들어가야 합니다. 취재과정에서 가장 큰 벽을 느꼈을 때는 야간노동, 특히 서비스 분야에 정부의 공식 통계조차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의 칼을 뽑았다면 이제는 야간노동에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시작은 현황을 파악하는 것부터입니다. 비록 야간노동을 점검하려면 야간에 근무해야 하는 공무원이 늘어나겠지만 이 분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면서 시작해야 합니다.


태그:#야간노동, #현대자동차, #한정애, #패스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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