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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9월 28일 오후(현지시간) 베를린 테겔공항에서 부인 이윤영 여사와 함께 귀국길에 오르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9월 28일 오후(현지시간) 베를린 테겔공항에서 부인 이윤영 여사와 함께 귀국길에 오르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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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독일 갔다 와서 변했나 했드이만, 역시 손학규네. 사람들이 마 손학규가 마이 달라졌다, 이래야 '손'도 살고 '당'도 살고 그라는 긴데. 또, 그래야 2017년 손학규의 전망도 서는 건데. 마, 이래 돼 버렸으니… 참. 너그는 와 이리 야권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노?"

2011년 4월 27일 경기 분당을 재보선 당시 손학규 캠프의 좌장을 맡았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7일 정오 '손학규 화성갑 불출마' 소식을 접한 직후 민주당의 한 당직자와 만나 답답증을 토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8개월간 벌어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시작으로 'NLL대화록 유출 및 실종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등 무수한 사건들이 국민적 짜증으로 다가오던 시점에 10·30 재보선에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대결이 가시화 되면서 박근혜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나 싶었는데 불이 붙기도 전에 쉭~ 꺼져버리게 됐습니다.

이 전 수석은 이 상황을 '실망'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응축했습니다. 손 전 대표의 불출마 소식에 이 전 수석만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손 전 대표의 불출마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이날 오전 10시 손 전 대표의 출마를 촉구하는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의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의원은 "이번 선거는 개별 선거구가 아니라 박근혜정권 심판이라는 명분이 걸린 선거였는데 정말 아쉽게 됐다"며 "손 전 대표 측에서 뭔가 선당후사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초선들이 좀 나서달라고 해서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이게 뭐냐, 측근들도 손 전 대표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는 것이냐"고 황당해했지요.

손학규 전 대표의 불출마 결정... "황, 당, 하, 다"

민주당 의원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삼고초려를 했던 김한길 대표도 입장이 아주 난처해졌습니다. 재보선 후보문제는 당대표의 리더십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여태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다가 새누리당이 서청원 전 대표로 공천을 확정하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손학규 전 대표로 수습해보려다가 결국 된서리를 맞게 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형국입니다. 

민주당 손학규계의 한 재선 의원은 "10·30 재보선에 서청원 전 대표가 출격할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지난 여름부터 파다했는데 김한길 대표는 그동안 무얼 하고 있다가 이제 고작 사나흘 공을 들인들 손 대표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습니다.

손 전 대표 입장에서도 전직 대선후보로서 어떻게 처신을 하는 것이 좋은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이 늘 강조했던 대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데, 굳이 배지 달고 국회에 입성한들 무슨 일에서 얼마나 큰 성과를 낼 수 있겠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평소 낙하산 공천에 반대해왔고 그 지역위원장을 밀어주는 게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하니 그런 고민은 더욱 심각하게 진행됐겠지요.

그러나, 민주당 전체는 이번 손학규 전 대표의 결정으로 거의 '멘붕 상태'가 돼 버린 상황입니다. 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기 직전 기자와 만나 "이번 선거는 굉장히 어렵지만 민주당이 사력을 다해 선대본부를 꾸리고 박근혜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일 것"이라며 굉장히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손 전 대표 출마에 미련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됐고,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 공천심사위원회를 열어 화성갑 지역위원장인 오일룡 위원장의 공천을 확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내에서 제대로 된 전략과 노선 없이 좌충우돌 하는 사이에 손학규 전 대표도, 김한길 대표도, 그리고 민주당의 수많은 의원들도 대중으로부터 "뭥미?" 하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화장실 문을 잠그고 웃을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새누리당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겠지요. 이미 새누리당은 서 전 대표의 당선을 일찌감치 점쳤습니다. 그 어떤 후보를 대입해도 서 전 대표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었습니다. 

새누리당 "화성갑 누구든지 다 나오십시오, 걱정 안 한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은 10.30 재보선 경기 화성갑 후보로 서청원 전 대표 추천안을 의결했다"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 경륜 있는 후보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손학규 고문의 출마에 대해서는 "손학규의 정치적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요.

홍 총장은 또 최근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여론조사를 많이 했는데 압도적으로 (서 고문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누구든지 나오십시오다, 걱정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 고문이 출마해서 '박근혜정부 심판론'으로 이번 선거가 치러지면 여권에 큰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도 홍 총장은 "그게 더 좋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 정도 되는데 정권심판론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오히려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새누리당 후보로 쏠리니 오히려 그게 더 좋다"고 호기를 부렸지요.

이런 홍 총장의 호기와 달리, 지난달 22일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가 여론조사전문기관 2곳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는 좀 달랐습니다.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기자실을 찾아 10·30 재보선에 임하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화성갑 공천 확정 후 국회 찾은 서청원 후보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기자실을 찾아 10·30 재보선에 임하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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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리서치 앤 리서치(R&R)가 화성지역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예비후보였던 김성회 후보가 22.8%, 서청원 후보가 12.6%로 각각 집계됐다는 것입니다(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 뿐만 아니라, 당원 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얼미터 ARS 조사에서도 김성회 후보가 37.5%, 서청원 후보 21.5%였다는 것이지요.

이 결과에 따르면, 실제 김성회 후보가 서청원 후보보다 앞섰는데도 새누리당은 서 후보를 공천한 것입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지도부에 요청했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야권에서 낙하산 공천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이 같은 결정에 반발했지만 결국 무시당했지요. 의원총회 한번 열어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묻자는 최소한의 민주주의 절차마저 꺾인 셈입니다. 민주주의 의결절차를 생명으로 삼는 정당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안 된다는 것이 무슨 사인인지 너무나 분명한 데도 최소한 '진영 장관 같은 항명'조차 없으니 새누리당이 과연 민주정당의 꼴을 갖춘 정당인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내에서 의결된 결정은 따른다는 대원칙에 따라 서청원 전 대표를 후보로 정했으니 앞으로 새누리당은 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일전을 치를 준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학규, 서청원 카드에 지레 겁먹고 후퇴 결심했나?

이같은 새누리당 준비에 맞서 민주당은 무엇을 준비했던 것일까요?

민주당 안에서는 화성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옵니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지지도 조사를 해보면 새누리당 60%p 대 민주당 18%p로 나온다"며 "경기도의 경북이라 칭할 정도로 굉장히 보수적이고 워낙 개발붐이 있었던 지역이라 땅 투기도 많이 이뤄진, 그래서 원주민들은 기왕에 오르기 시작한 땅값이 더 올랐으면 희망하는 곳"이라고 배경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민주당 화성을 지역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화성갑 지역구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는 "화성시갑 지역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1만5천여 표 차로 패배한 곳"이라며 "경기남부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어서 어떤 후보가 온다 해도 민주당의 승리를 낙관하기 힘든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럭 겁을 낼 만큼 어려운 곳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조사에서는 서청원 전 대표 대 손학규 고문의 대결에서 약 8%p 차로 서청원 전 대표가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는 전언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조사에서도 약 5%p~10%p차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민주당 열세, 새누리당 우세 지역인 것으로 보입니다. 도농복합지역에 평균연령이 45세가 넘는다고 하니 수도권 지역임에도 노인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모두 민주당 열세지역이니 조용히 선거를 치르고 지나가는 게 낫다 이런 판단을 했을까요?. 어쩌면 그런 정치적 계산 때문에 큰 준비 없이 있다가 서청원 공천이 확실해지면서 민주당이 분주해졌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경기 화성갑을 통째로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 내부에서부터 나옵니다. 민주당은 무슨 생각으로 정치하고 있는 것일까요? 민주당의 그 어떤 후보를 대입해도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여당의 오만, 그저 강 건너 불구경만 해도 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손학규, #서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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