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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강연에서는 한국 상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강영주 선생님께서 홍명희? 홍기문과 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공개 강연에서는 한국 상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강영주 선생님께서 홍명희? 홍기문과 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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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과 6일 일본 나라현 텐리시(天理市)에 있는 텐리(天理)대학에서 2013년 조선학회(회장:飯降 政彦) 정기총회와 조선학회 제64회 학술발표가 있었습니다. 일본 여러 곳과 한국 등지에서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해마다 한 해 한 번씩 여는 조선학회 학술발표대회는 올해로 64회를 맞이하였습니다. 1950년 시작된 조선학회는 해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학술발표대회를 열어왔습니다. 이것은 회원들의 뜨거운 관심과 운영진의 노력, 그리고 텐리대학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입니다.

대회 첫날 공개강연에서는 마츠오 이사무(松尾 勇) 교수가 현대 한국어에 있어서 한자어의 위상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은 오래전부터 중국 한자어를 빌려서 써왔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들 가운데 한자어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나온 국어사전에 있는 한자어는 반이 넘습니다.

마츠오 교수는 한국 한자어를 정확히 관찰하여 현대 한국어 사회에서 한자의 기능, 일상생활 속의 한자어, 생활 어휘와 한자어, 기본 어휘와 한자어, 한자어와 말의 파생 및 형성, 한자어의 의미 분화와 속어화 등으로 나누어 발표하셨습니다.

언어는 살아있는 유기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늘 새롭게 태어나고, 자라고, 쓰지 않는 말은 없어집니다. 한자는 오래전 우리 말 속에 들어와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자어를 같이 사용하는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한국에서는 쓰는 한자어에 잘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한자말이라고 해도 나라마다 조금씩 그 쓰임새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한자가 한국이나 일본에 전해져 지금도 비슷한 뜻으로 쓰는 말도 있지만 조금씩 뜻이 달리 사용되기도 합니다. 일본은 일찍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서 나름대로 새로운 한자어를 만들어서 그 한자어가 한국이나 중국에 전해진 것도 있습니다.

두 번째 공개 강연에서는 한국 상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강영주 선생님께서 홍명희․ 홍기문과 조선왕조실록에 대해서 발표하셨습니다. 홍명희는 충북 괴산에서 명문가의 아들로  출생하여 한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유학을 하다가 아버지가 한일합방으로 인해서 자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향하여 독립운동을 합니다.

이후 벽초 홍명희는 상해 등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서울로 돌아와 동아일보와 시대일보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홍명희는 1928년 11월 조선일보에 소설 임꺽정을 발표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 민중들 사이에는 임꺽정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홍명희는 그 이야기를 잘 가다듬어서 소설로 정리합니다.

떠돌이 유랑 놀이패 사람들이 추위와 배고픔과 멸시를 받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놀이판을 벌입니다. 이 놀이패에게 우연히 발견되어 주워서 자란 이가 임꺽정입니다. 어려서 놀이판을 돌아다니며 놀이를 익히고, 싸움을 하고 힘을 키웁니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한국 근대문학의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강영주 교수님은 발표에서 임꺽정을 조선일보에 연재하던 벽초 홍명희가 조선왕조실록을 언제 보았고 그 책을 읽은 뒤 소설 임꺽정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대해서 발표하셨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에서 축쇄복각본이 강행되었습니다. 복각복은 겨우 30 부 정도였는데 대부분 일본으로 가져가고 당시 서울에는 7,8 부만이 있었습니다. 임꺽정을 연재하던 벽초 홍명희는 1934년 무렵 명종실록을 읽는데 이 때가 임꺽정 화적편을 쓸 무렵입니다.

  첫날 공개강연과 총회를 마치고 회원들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첫날 공개강연과 총회를 마치고 회원들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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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한국 소설 가운데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쓰인 최초의 역사 소설입니다. 명종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임꺽정과 서림이 나오고 그와 관련된 조정의 여러 관리들이 임금에게 올린 글들이 소개됩니다.

임꺽정은 소설입니다. 아무리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소설은 사실을 전하지 않습니다. 소설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독자에게 줄거리를 통해서 진실, 감동, 재미를 줍니다. 벽초 홍명희의 재주와 능력이 여기에 잇습니다.

벽초 홍명희는 단편적이고 추상적인 사료를 가지고 작가의 상상력과 구성력으로 빈틈없이 작품을 짜나간 것입니다. 벽초 홍명희만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통해서 작가 홍명희는 조선 중기 임꺽정이 살던 시대를 현장감 있게 묘사할 수 있었고 근대적 역사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리얼리즘 소설이 될 수 있었습니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1940.10월 마지막이 중단된 채 연재를 마치고, 뒤에 단행본으로  다시 나오게 됩니다.

벽초 홍명희의 아들 홍기문 역시 조선왕조실록을 읽은 사람으로 알려져 잇습니다. 홍기문은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일하다가 1940년 8월 조선일보가 폐간을 하자 집에 은거하면서 날마다 창덕궁내 장서각에 다니면서 조선왕조실록을 읽었습니다.

홍기문은 처음 훈민정음 창제와 발표 후 수정, 보급에 관한 자료를 보기 위해서 조선왕조실록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일 년 만에 홍기문은 정음발달사를 씁니다(1941년). 그 후 홍기문은 날마다 창덕궁에 가서 조선왕조실록을 두 번 숙독했다고 합니다. 이후 북한에서 홍기문은 김일성의 도움과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한국보다 먼저 조선왕조실록을 완역(1991년)하게 됩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25대 472년간의 역사 기록으로 1894 권 888 책입니다. 한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어려운 때 힘든 여건 속에서 실록을 읽은 홍명희 홍기문 부자가 존경스럽습니다. 지금은 언제든지 인터넷만 있으면 이 책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한문 원본과 대조하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틀째 조선학회 발표에서는 어학(8), 문학(12), 역사 기타(12) 분야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초빙보고 두 분과 회원 발표가 있었습니다. 올 초빙발표는 고동호교수(전북대학교 교수, 한청문감의 체재에 대한 분석적 고찰), 장효현 교수(고려대학교 교수, 19 세기 한문 장편소설 작가의 세계인식 - 옥수기의 작가, 심능숙의 경우) 두 분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사진 오른쪽 조선왕조실록 태조 1권 총서 첫 번째 기사와 사계절에 나온 홍명희의 임꺽정입니다.
 사진 오른쪽 조선왕조실록 태조 1권 총서 첫 번째 기사와 사계절에 나온 홍명희의 임꺽정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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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강영주, 한국역사소설의 재인식, 창작과비평사, 1991.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로 누리집,  http://sillok.history.go.kr/main/main.jsp, 2013.10.6
홍명희, 임꺽정, 사계절, 2008.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학회, #조선왕조실록, #텐리(天理)대학, #임꺽정, #한청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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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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