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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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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자협회가 TV조선 인용 보도 논란에 휩싸인 김시곤 보도국장에 대해 신임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김 보도국장이 "보도국장을 탓하면서 신임을 묻는 것은 잘못돼도 심히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TV조선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를 사실 확인 없이 인용 보도했다는 사내 문제제기와 관련해서도 "보수우파 매체의 보도는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형적인 정치적 프레임이 작용했다"고 역으로 비판했다.

지난 9월 30일 TV조선은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아무개씨의 가사도우미였다는 이아무개씨가 "채 전 총장이 임씨 아들의 아버지인 것이 확실히 맞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KBS <뉴스9>는 해당 내용을 1, 2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또한 '데스크분석'에서는 채 전 총장 사태를 "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해 물러난 첫 사례"라고 규정하며 혼외자 의혹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이를 두고 사내에서는 KBS가 TV조선의 '2중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보도국장 신임투표 결정한 기자협회에 "적반하장도 유분수"

김 보도국장은 4일 오전 KBS 사내게시판(코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신임 투표 실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KBS기자협회는 지난 2일 개최한 전체총회에서 85.1%의 찬성률로 보도국장 신임 투표 실시 안건을 통과시켰다. 투표에는 168명의 기자들이 참석했으며 찬성은 143명, 반대는 25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보도국장은 TV조선 인용보도 논란에 대한 책임을 보도국장에게 묻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협회는 지난달 30일 <뉴스9> 편집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등 편집진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번처럼 뉴스가치가 높은 아이템일 경우 타매체 보도를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낙종) 이후 후속조치로, 물먹은 해당 부서장과 해당 기자를 나무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기자들이 타 매체 보도를 왜 받았냐고 보도국장을 탓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아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물먹었으면 (이를) 부끄러워하고 상사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게 아닐까, 다음에는 이번 건을 능가하는 특종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이 정상적인 조직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기자협회가 보도국 간부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것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평기자들이 보도국장을 평가하거나 불신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사규에는 없다는 것이다.

김 보도국장은 "기자협회는 회사 내의 조직이 아닌 임의 단체일 뿐"이라며 "만약 이번에 어떠한 근거도 없이 보도국장을 평가함으로써 조직의 근간을 흔든다면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TV조선 그대로 받아썼다는 지적에 "<뉴스타파> 취재내용도 인용보도"

TV조선의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를 별도의 검증 없이 톱기사로 비중 있게 받아썼다는 지적을 두고도 답을 내놨다. 모든 중앙언론사들이 인용 보도할 만큼 뉴스가치가 매우 높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보도국장은 "당일 공중파 3사는 물론 익일 모든 신문, 심지어 채동욱에 극도로 우호적이며 야당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이른바 진보매체인 <한겨레>와 <경향신문>까지도 (TV조선의 보도를) 받았다는 사실로써 해당 아이템의 뉴스가치가 객관적으로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용 외에도, KBS가 다른 매체의 취재나 보도를 그대로 받아서 보도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고 그는 주장했다. "심지어 KBS뉴스를 타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그대로 받은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KBS는 비영리 독립매체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취재 내용을 인용 보도한 바 있다.

TV조선 인용 보도를 톱기사로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도 "뉴스가치를 이기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보지 말고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원칙에 따라 실제로 <뉴스타파>의 취재내용을 이번 경우처럼 메인뉴스에서 톱과 세컨드(두 번째) 아이템으로 받았던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직하고 당당하게 인용 보도 해야만 시청자들은 우리를 신뢰한다, 그것은 또 자신감이기도 하다"며 "KBS의 신뢰도 1위는 이러한 정직한 보도태도에도 상당히 힘입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총회 참석한 기자들, 'TV조선 인용 보도, '기본 절차 거치지 않았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2일 기자협회 전체총회에서 김 보도국장을 포함한 보도국 간부들이 내놓은 주장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전해졌다. 당시 간부들의 주장과 관련해 기자들은 '사건의 당사자인 특정 언론의 보도를 정보원 출처 등의 확인 절차 없이 인용한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총회 참석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용을 하더라도 최소한 TV조선 보도 내용의 한계와 의미를 제대로 설명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의 최문호 간사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의 경우 정보 출처가 분명한데다가, 관련 내용을 KBS 기자들이 직접 확인한 뒤 당사자를 직접 취재해 내보내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면서 "TV조선 인용보도는 이러한 기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간사는 "간부들은 'TV조선 보도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사실로 판단했다' '청와대·검찰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러한 내용을 보도에 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KBS 간부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해 해당 보도를 내보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불만이 신임투표 실시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본다"고 전했다.

보도국장 신임 투표 실시를 결정한 KBS기자협회는 오는 8일 KBS노동조합과 회사의 공정방송위원회 결과를 지켜본 뒤, 투표 절차·시기·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태그:#TV조선 , #KBS, #김시곤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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