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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리~띠리리리~

"네, 여보세요"
"000치과죠?"
"네?...아닙니다"

(잠시후) 띠리리리~띠리리리~

"여보세요"
"거기 000치과 아닌가요?"
"아니라구요,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요, 아니에요!"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났다. 거의 하루 건너 한번 꼴로 걸려오는 잘못 걸린 전화. 줄기차게 000치과를 찾는다. 어제는 참다 못해 "치과 문 닫았습니다"라는 말이 목구멍을 지나 입술주위를 씰룩거리게 만들었지만, 남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끝내 삼키고 말았다. 치과가 문을 닫든, 내가 번호를 바꾸든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010 번호 통합에 의한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실제 상황이다. 내년부터 010으로 완전히 번호가 통합되면 이러한 풍경들이 도처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인 즉슨, 서울에 거주하는 사건의 주인공, 웅이 아빠의 핸드폰 번호 뒷자리 여덟자리는 000치과의 국번 및 번호와 일치한다.

010을 누르지 않고도 010끼리는 통화가 가능함
▲ 010 없는 번호 010을 누르지 않고도 010끼리는 통화가 가능함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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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웅이 아빠의 스마트폰 번호는 010-4321-5678이고, 000치과의 전화번호는 02-4321-5678인 것이다. 010 번호 통합을 추진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내세웠던 장점 중 하나는 010 사용자간에 010을 누르지 않고 여덟자리만 누르면 통화가 가능하다는 편리성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그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하며 널리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렇게 010을 누르지 않고도 통화가 되다 보니 국번이 네 자리인 서울 지역에서는 유선전화번호로 착각하여 잘못 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지역에 거주하면서 습관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지역번호를 누르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유선전화에 전화를 걸면 그 유선 전화 번호 여덟자리와 같은 번호를 가진 사람의 010 스마트 폰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거는 사람이야 한 번 정도 실수로 여기고 넘어 갈 수 있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짧은 내용의 통화긴 해도 전화를 건 사람에겐 엄연하게 통화료가 부과되는 유료 통화가 아닌가?

번호 통합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25일 헌법재판소는 01X번호를 사용하는 1681명이 방통위를 상대로 "번호 통합은 헌법상의 행복 추구권과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 또한 2014년부터는 한시적으로 허용하던 01X 번호들이 모두 010으로 바뀌게 된다(자세한 내용은 미래창조과학부의 010 번호통합 홈페이지(www.010number.go.kr)에 들어가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보다는 향후 보완책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 한 일이다.

010을 누르지 않아 편해진 만큼 지역번호를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늘어났으니, 도진개진인 셈이다. 앞으로 관련 부서에서는 머리 싸매고 소수의 피해자들까지 염두해서 정책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유, 무선이 완전히 통합되기 전까지는 전화 건 사람은 전화요금 버리고, 전화 받은 사람은 성질 버리고, 그 사이에서 통신사들은 요금 주워 먹는, 조금은 불합리한 상황이 심심치 않게 지속될 것이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 받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태그:#010 번호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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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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