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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캄보디아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박대통령 축하메시지 전문. 부정선거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시지 전달이 시기상 적절하지 못했다는 일부 비판이 있는 가운데, 우리정부는 훈센 총리의 공식 칭호마저 잘못 표기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 박근혜대통령 명의로 캄보디아 정부에 전달된 축하메시지 전문 현재 캄보디아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박대통령 축하메시지 전문. 부정선거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시지 전달이 시기상 적절하지 못했다는 일부 비판이 있는 가운데, 우리정부는 훈센 총리의 공식 칭호마저 잘못 표기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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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의 새 정부 내각 구성에 즈음해 보낸 축하 메시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명의로 된 이 공식 축하서한은 "훈센 총리의 2103년 총선 승리를 축하하며, 각하의 영도하에 캄보디아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을 이어나기길 바란다"는 지극히 관례적이고 외교적인 수사로 구성돼 있다. 내용적으로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다. 다만, 이 외교서한을 보낸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일부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우리 정부가 보낸 축하서한을 보낸 날짜는 지난 9월 17일(캄보디아 현지 시각). 공교롭게도 그 날은 야당의 부정선거 시비를 둘러싼 2박3일간의 철야집회와 시위가 정점에 달했다. 더군다나 시위 도중 민간인 1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야당 역시 총선 결과에 불복하며, 국회 개원식 등원 여부조차 결정짓지 않는 등 정치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런 시기였다.

일 주일 후 합법적인 정부 구성이 이루어지는 국회 개원식 이후에 보냈어도 충분했을 축하 메시지를 굳이 정치적으로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민감한 시기에 서둘러 보낼 필요가 있었냐 하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주캄보디아 대사관 측은 교민 권아무개씨가 보낸 질의 이메일에 대한 답변 형식을 빌려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캄보디아 최대지원국인 "중국과 일부 아세안 국가들도 선관위 발표 전부터 이미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한캄 양국 관계, 그간의 외교적 관례, 메시지 시점 및 우리나라 국민들의 캄보디아 내 활동과 생활에 미칠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본부(외교부)와 협의를 거친 조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비판적이다. 캄보디아 연구 전문웹사이트 '크메르의 세계' 카페 회원들이 올린 댓글에는 이를 비난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대사관 측의 답변에 대해 아이디 nowis***는 우리나라 외교정책에 대해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 국가의 장기적 외교정책은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지 영자신문 <캄보디아 데일리>도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 중 '유일하게' 가장 먼저 축하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 기사는 우리나라와 캄보디아 양국의 작년 교역량이 9700만 달러에 달했다고 소개하는 내용으로 마무리해, 경제적 이해관계가 연관되었음을 은연중에 시사했다. 또 지난 총선 당시 6명의 민주당 소속위원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총선참관단 역시 성명서를 통해 선거가 매우 공정했다는, 국제사회의 전반적 견해와는 상반된 평가를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참고로 일본은 우리 정부와 달리 국회개원식이 열린 다음 날인 지난 24일 아베 총리의 축하서한 대신 외무성 외무보도관 성명으로 갈음, "관련 정당들이 대화와 협력속에 전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새정부와 국회가 순조롭게 기능하길 바라는 동시에, 경제 및 사회발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확실히 실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의 축하서한은 현재 영문 원본과 함께 크메르어 번역본이 캄보디아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친여성향의 불교계 원로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통합 야당의 집회현장에 많은 젊은 승려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달 집회가 열린 자유공원에서는 훈센정부의 토지개혁 정책 등을 비난하는 한 승려의 분신자살 해프닝도 있었다.
▲ 집회에 참석한 캄보디아 젊은 승려들 친여성향의 불교계 원로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통합 야당의 집회현장에 많은 젊은 승려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달 집회가 열린 자유공원에서는 훈센정부의 토지개혁 정책 등을 비난하는 한 승려의 분신자살 해프닝도 있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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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지교민신문 <주간캄푸치아>는 인터넷판을 통해 축하서한 발송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우리 정부가 "훈센총리의 긴 공식직함인 TECHO에 영문 알파벳 'O'를 누락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작은 실수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캄보디아 의회는 지난 24일 오전 통합 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훈센 총리와 각료 임명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훈센 총리는 노로돔 시아모니 국왕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직무를 시작했다.

1951년생으로 금년 나이 62세인 훈센 총리는 현재 아시아 최장수 총리이며, 앞으로의 임기 5년을 포함하면 최소 33년간 캄보디아를 이끌어 가게 된다. 총선 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듯, 훈센 총리는 총선에서 60% 이상의 국민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스스로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실제로는 지난번 총선에서 55% 득표에 그친 바 있다.

미국의 소리(VOA) 크메르어 방송은 지난 주 집권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CP)이 부정선거 의혹 규명을 위한 조사 등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장 노동자와 공무원, 상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전국단위 파업도 강행하겠다는 통합 야당의 발표내용을 보도했다.

현재까지도 유엔이 조정역으로 참여하는 공동조사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통합야당측은 이달 6일 자유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후 23일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부여당을 압박할 계획이다.


태그:#캄보디아, #박정연, #프놈펜, #삼랑시, #CN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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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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