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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한전)이 2일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강행했다. 공사를 강하게 반대하는 지역주민과의 원만한 합의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한전이 무리하게 공권력을 투입한 것이다. 국가인권위까지 나서 인권 침해를 감시하겠다고 했지만, 거센 저항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공정성' 잃은 밀양 송전탑 사태 보도

공사 재개 하루 전인 10월 1일 방송 3사는 앵커 화면부터 기자 리포트까지 충돌 장면과 자극적인 내용의 고성이 오고가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충돌'을 부각시켰다. 특히, KBS는 제목부터 <공사재개 앞두고 '충돌'>이라고 뽑고, "주민과 경찰이 충돌해 주민 4명이 입건됐다"는 점을 우선 알리며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충돌을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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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는 송전탑 반대 주민의 입장에 대해서는 공권력 투입에 대한 분노만을 전했다. 심지어"죽이려면 죽이고 마음대로 해라"(KBS) "내 시체를 밀양시청 광장에 놔주십시오"(MBC) "죽기 전엔 안 물러선다"(SBS) 등 자극적인 장면을 부각시켰다. 이는 실제 밀양 주민들의 절박함을 잘 담아낸 보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3사의 보도는 그저 거칠게 저항하는 주민들의 표면적인 모습만을 부각시킬 뿐 그들이 죽음도 불사한 채 항의하는 이유와 그 배경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

또 공사재개가 정말 시급한지를 두고 시민사회와 전문가 사이에서 한전 측의 입장을 반박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방송3사 가운데 이를 다룬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방송3사는 한전 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1일 공사재개를 앞두고 조환익 한전사장이 직접 발표한 호소문을 실으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공권력 투입을 두고 "불법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는 김종양 경남지방경찰청장의 입장도 고스란히 실었다.

이같이 원인에 대한 설명 없이 극단적 저항과 대립만을 부각시킨 방송3사의 보도만을 접한 국민들은 지역 주민들의 심각한 님비현상으로만 치부할 것이 뻔하다. 이는 최소한의 균형조차 맞추지 못한 불공정 보도이며, 현상만을 부각시켜 본질을 왜곡한 심각한 편파보도이다.(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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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한전 '전력난' 주장 부각... 시민사회 반박 누락

방송3사는 한전 측의 입장을 아무런 검증도 없이 고스란히 내보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전력난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공사를 재개한다", "신고리 원전 3·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내년 여름에 공급하려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시민사회는 이같은 한전의 입장에 대해 이미 수차례 반박했다. 1일에도 환경운동연합은 "신고리3,4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는 기존 3개의 345kV 송전선(고리-신울산, 고리-신양산, 고리-울주)을 활용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지적하며,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더구나 전력난을 원전으로 커버하겠다는 한전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에너지국장은 "전력 피크 기간은 길어야 10일 남짓으로 이 기간 동안은 원전이 아닌 예비발전소를 가동하거나 전력수요를 분산,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 등 정책을 통해서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올해는 '원전부품비리'까지 포함해 총 10기 이상의 원전이 가동을 멈췄음에도 수요관리를 통해 최악의 전력난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양이원영 국장은 "원전은 출력조절이 불가능하고 가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는 전력 수급을 맞출 수 없다"며 "오히려 가스나 태양열을 이용한 발전기가 한시적인 전력난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밀양송전탑 탓"- KBS, '영혼없는 받아쓰기' 정점

무엇보다 신고리원전 3, 4호기의 건설이 늦춰진 것은 지난 5월 불거진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신고리 3, 4호기 중단이 밀양송전탑 공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인양, 밀양송전탑 재개가 시급한 이유로 신고리 3, 4호기의 건설 재개를 꼽고 있다.

그러나 KBS는 이를 지적하기는커녕, <공사재개 앞두고 '충돌'>(김소영)에서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은 신고리 원전 3·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내년 여름 공급하려면 공사를 더 늦출 수 없다며 반대 측에 협조를 당부하는 호소문을 냈다"며 아무런 비판 없이 전했다.

원전부품 비리가 불거진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부품을 교체하는 데만도 최소 5~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안정성을 확보하고 원전 운영 및 안전 점검 기관이 재가동하기까지를 따져 보면 한전의 주장대로 "내년 여름 이전 가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이원영 국장은 "결국 신고리 3, 4호기 건설 중단은 정부가 원전비리 문제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해 벌어진 것인데도,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서 밀양 송전탑 건설 지연이 원인인양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밀양 주민 두 번 죽이는 방송3사 보도

이처럼 한전 측의 주장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방송3사는 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한전 측의 주장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방송3사는 지난 5월 한전의 공사강행이 벌어졌을 당시에도 '충돌'을 부각하면서 ▲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이유와 ▲ 정부의 공사재개 명분이 타당한지에 대한 분석을 회피해 비판받은 바 있다(*5월 21일자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보고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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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부는 공사강행 의지만 내비치다 급기야 지난 9월 11일 "가구당 400만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돈'으로 상황을 종료하려고 해 주민들의 공분만 키웠다. 그런데 이날 방송3사 보도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짧았다.

KBS는 간추린 단신 2번째 기사에서 한전이 보상안 지급을 확정했다는 내용만 짤막하게 전달했고, MBC는 정 총리가 밀양 송전탑 현장에 방문한 사실만 단신으로 보도했다. SBS는 <밀양 송전탑 공사, 추석 후 재개>(KNN 김동환)에서 정 총리의 밀양 방문을 전했는데, "추석 연후 이후 공사 재개될 것이란 예상이 대세"라면서 "때를 맞춰 가구당 400만 원씩 1천800가구에 지급한다는 정부의 개별보상안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고리원전 3호기가 오는 12월 시운전하고 보통 8개월이 걸리는 송전선로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밀양 송전탑 공사는 이미 많이 늦었다"며 정부 입장에 교묘히 힘을 실었다.

그러더니 이번 공사 재개를 앞두고도 방송3사는 송전탑 갈등의 핵심을 비껴간 채, 갈등을 부각함으로써 주민과의 협의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권력을 투입하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한 정부와 한전을 두둔한 것이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로 인해 경관훼손, 환경파괴, 전자파 건강피해(암발생 등), 농업피해, 재산가치 하락 등 삶의 터전이 망가지고 있다. 또한 지난 8년간 송전탑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며, 그 와중에 주민 1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호소는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라고 볼 수 없으며, 원전과 전력수급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다. 이처럼 주요한 사안에 대해서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 편들기만을 반복하는 방송3사의 보도는 밀양 주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며, 언론이기를 포기한 셈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에 중복게재했습니다.

○모니터기간 : 10월 1일 ○모니터대상 :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태그:#밀양송전탑, #한전,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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