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툰 연기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태도로 공연에 열중하는 버드(장현덕)와 더그(정상훈)의 모습에서 엿보이는 순수한 열정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서툰 연기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태도로 공연에 열중하는 버드(장현덕)와 더그(정상훈)의 모습에서 엿보이는 순수한 열정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 쇼노트

관련사진보기


화려한 세트와 번쩍이는 조명은 없다. 멋진 앙상블과 웅장한 오케스트라, 그 흔한 여자 주인공도 한 명 없다. 대신 무대 위 빈 공간을 재기와 땀으로 채울 줄 아는 두 명의 배우와 수 십 여 캐릭터 수만큼의 모자들 그리고 피아노 한 대와 연주자가 있다. 뮤지컬 <구텐버그>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뮤지컬 구텐버그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줄 프로듀서를 찾기 위해 작곡가인 버드와 작가 더그가 직접 배우로 분해 리딩 공연을 선보이는 극중극 형식의 2인극이다.

두 명의 배우가 극의 해설자인 동시에 극중극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해야하는 만큼 연기력은 물론 배우들 간의 호흡조절이 공연의 분위기와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버드 역의 송용진과 더그 역의 정상훈 캐스트 콤비는 꽤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캐릭터 이름이 적힌 여러 개의 모자를 이리저리 번갈아 써가며 연기하는 두 배우(사진 속 버드 역의 송용진, 더그 역의 정원영)의 놀라운 집중력은 객석으로부터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캐릭터 이름이 적힌 여러 개의 모자를 이리저리 번갈아 써가며 연기하는 두 배우(사진 속 버드 역의 송용진, 더그 역의 정원영)의 놀라운 집중력은 객석으로부터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 쇼노트

관련사진보기


나아가 서툰 연기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태도로 공연에 열중하는 버드와 더그의 모습에서 엿보이는 순수한 열정은 감동을 불러오는 한편, 각각의 캐릭터 이름이 적힌 여러 개의 모자를 이리저리 번갈아 써가며 사악한 수도승부터 착한 마음씨의 젊은 수도승, 시골처녀 헬베티카와 구텐버그, 취객들도 모자라 작은 생쥐 등에 이르기까지 20여개의 가까운 목소리 톤과 소품들, 제스처를 바꿔가며 연기하는 두 배우의 놀라운 집중력은 객석으로부터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내며 공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뮤지컬 <구텐버그>의 센스는 두 명의 배우와 최소한의 소품을 활용해 극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그치지 않는다. 방사형의 무대 구조를 고려한 공간 연출과 검은 커튼에 조명을 이용한 그림자 효과, 브로드웨이 무대의 가려진 측면을 에둘러 꼬집어내는 방식에서도 발견된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좀 특이한, 그러나 그 특이함이 오히려 반가운 뮤지컬 <구텐버그>는 웃음과 감동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낸 센스만점의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뮤지컬 구텐버그, #문화공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