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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노총 등 2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파기를 규탄하며 차별없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기초연금 공약 파기는 대국민 사기극"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노총 등 2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파기를 규탄하며 차별없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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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5일 오후 4시 55분]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방침에 시민사회계가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2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아래 연금행동)'은 25일 "국민을 기만하는 공약 후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금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연금 공약 후퇴는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는 동시에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해온 가입자들을 역차별해 공적연금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초연금 관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6일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을 수정한 '소득 하위 70%까지 최대 20만 원씩 차등지급' 방침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수정안은 '개악'... 법이 보장한 돈 10만 원 빼앗는 일"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건(정부안은) 단지 공약을 안 지키는 일이 아니라, (매년 인상돼) 2028년에는 국민연금가입자들에게 20만 원씩 돌아가도록 법이 보장한 것을 빼앗는 '개악(改惡)'"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안은 당초 약속한 20만 원 가운데 10만 원의 기초연금을 보장해주는 대신 나머지 금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등에 따라 깎는 구조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이 10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중 은행에 확인해봤더니 매달 20만 원씩 받으려면 적어도 은행에 1억3000만 원을 예치해야 한다더라. 저 같은 사람이 은행에 6500만 원은 넣어놔야 월 10만 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즉 법이 보장하고 있는 내 돈 10만 원을 박근혜 대통령이 선심 쓰듯 '더 빨리 주겠다'고 했다가 오히려 빼앗는 일이다."

'기초노령연금법'은 "(기초노령연금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민연금법 제51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금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상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민연금에 따른 금액'은 흔히 말하는 'A값'으로 국민연금전체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을 뜻하며 그 금액은 약 200만 원이다. 따라서 A값의 10% 수준으로 기초노령연금이 올라가는 2028년에는 그 금액이 자동으로 20만 원에 달한다. 김경자 부위원장이 "법이 보장하고 있는 돈"이라고 말한 이유다.

기초연금 공약이 정부 방침대로 바뀌면 2028년쯤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매달 꼬박 꼬박 돈을 내왔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20만 원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게 된다. 그런데 국민연금 의무가입대상로 '성실가입자'로 불리는 사업장 가입자와 지역가입자들은 2012년 기준, 전체 가입자의 75.6%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더욱 강경하게 '대정부 투쟁'을 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5일 "'(기초) 연금 개악 저지'를 하반기 2대 핵심 대중투쟁과제로 결의한 바 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노동자서민과 노후임금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고도 발표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부위원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계가 반드시 정부안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함께 기초연금 제도마련을 검토한 민관합동기구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중 공약 후퇴에 항의해 지난 6월 탈퇴했다. 김동만 부위원장은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7월 최종 합의문 발표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하위 80%까지는 20만 원을 지급하자'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알았는데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제도의 가장 기본은 보편성"이라며 "이게 결여되면 기초연금은 안 하느니만 못 하다"고 지적했다.

"원래 필요한 돈 약 30조인데 15조만 발표... 기획된 공약 사기극"

연금행동은 '재정 부담으로 공약을 지킬 수 없다'는 정부 변명 또한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이 공적연금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9.3%를 지출하는데 한국은 0.9%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인데,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지급해도 재원은 GDP 대비 1%정도"라고 반박했다. 노인인구 비율이 37.4%에 달하는 2050년에 전체 노인 70%에게 20만 원씩 똑같이 연금을 줘도 GDP의 2.8%정도라는 수치도 덧붙였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 일을 두고 "기획된 대통령 공약 사기사건"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에 보면 (기초연금 공약 실행을 위한) 추가 재원이 약 15조 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려면 임기 동안 총 60조 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3년 기초노령연금 예산은 4조3125억 원이다. 오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현재대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시행할 경우 2014~2017년 소요 비용은 20조 원인데,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발표 등을 종합할 때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그 비용은 약 60조 원으로 추가재원이 40조 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초노령연금 총 사업비의 80%가량이 국가 몫인 점을 감안하면, 여기서 정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0조 원 정도다. 오 위원장은 "그런데 공약집에 15조 원만 책정돼 있었다"며 "모든 노인에게 준다고 했지만 절반에게만 지급하는 정도로 이미 계산을 해 놨다, 외부 환경 때문에 바뀌는 게 아니라 준비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이 그 내용을 떠나 한국 사회의 정치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공약 후퇴가 "연금제도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 큰 아픔을 주는 일이고, 국민들의 정치혐오감을 증폭시킬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치권이) 4~5년 전부터 복지논쟁을 하면서 국민들도 원하는 정책에 투표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만약 기초연금 공약이 완전히 후퇴한다면 이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말했다.


태그:#기초연금, #박근혜,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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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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