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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9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대전충청입니다. [편집자말]
부여군과 익산시를 연결하는 웅포대교 교각보호공은 울퉁불퉁 주저앉아 버렸고, 강에는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닌다.
 부여군과 익산시를 연결하는 웅포대교 교각보호공은 울퉁불퉁 주저앉아 버렸고, 강에는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닌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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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난 뒤 가을비가 내려 기온이 뚝 떨어진 충남 금강 일대. 여름부터 지속된 녹조와 죽은 물고기가 발목을 잡는다. 농민 몰아내고 만든 친수구역에는 차량이 버려지고 시설물이 파괴돼 분위기가 음산하다.

관광객 발길이 끊이질 않던 공주 공산성 일부는 붕괴돼 파란색 천막으로 덮였다.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아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시는 백제문화제 행사를 위해 서둘러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24일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와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과 등과 함께 금강 일대를 살펴봤다.

"주말에 한두 팀 찾는다"는 오토캠핑장

공주보 우안 상류 500m 지점. 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만 가득하다(위). 부여군 호암리 농경지가 유실되어 비닐하우스 골재와 잡초가 뒤엉켜 있다(아래).
 공주보 우안 상류 500m 지점. 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만 가득하다(위). 부여군 호암리 농경지가 유실되어 비닐하우스 골재와 잡초가 뒤엉켜 있다(아래).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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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보행로가 깨지고 갈라졌다. 지천인 대교천 교각 아래 사석을 채운 돌망태가 바닥이 세굴되면서 무너졌다. 청양군 치성천 가마교 교각보호공이 좌측으로 유실되었다. 아래 우측 사진은 이용객이 없어 한적해 보이는 청양군 오토캠핑장 모습이다.
 세종보 보행로가 깨지고 갈라졌다. 지천인 대교천 교각 아래 사석을 채운 돌망태가 바닥이 세굴되면서 무너졌다. 청양군 치성천 가마교 교각보호공이 좌측으로 유실되었다. 아래 우측 사진은 이용객이 없어 한적해 보이는 청양군 오토캠핑장 모습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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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찾은 공주보 인근 수상공연장 맞은편. 사무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책상과 집기류 등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회사 로고가 적힌 안전모도 나뒹굴었다. 녹조가 가장자리까지 퍼진 강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두 번째 현장인 청양군 치성천으로 향하는 길. 황금 들녘의 장관을 4대강 준설토 적치장이 방해했다. 치성천의 가마교도 우려했던 대로 또다시 교각보호공이 유실되어 있었다. 4대강 사업 이후 역행침식이 진행돼 3~4번의 보수와 유실이 반복된 곳이다.

금강 우안을 따라 청양군 오토캠핑장을 찾았다. 캠핑이 유행이라지만, 현장은 황량했다. "이용객이 좀 있느냐?"는 물음에 캠핑장 한 관계자는 "캠핑장은 여름이 성수기지만, 여긴 그늘이 없는 탓인지 예약을 하고 왔다가도 그냥 가버리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난여름에는 주말마다 한두 팀이 다녀간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캠핑족'이 늘어 캠핑장 예약이 어렵다는데, 4대강 사업으로 만든 금강 오토캠핑장은 그늘도 없고 사람도 없다. 그야말로 텅 비어 있다. 사람이 찾아와도 문제다. 시설이 불편하게 만들어져 이용객은 음수대에서 설거지를 하기도 한다. 이런 생활하수는 정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금강으로 흘러든다.

찬바람 불어도 사라지지 않은 녹조

세종시 대교천, 부여군 수상공연장, 익산시 웅포대교 등 가는 곳마다 죽은 물고기가 녹조를 뒤집어쓰고 죽어 있었다.
 세종시 대교천, 부여군 수상공연장, 익산시 웅포대교 등 가는 곳마다 죽은 물고기가 녹조를 뒤집어쓰고 죽어 있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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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세도면 둔치공원에 버려진 차량과 수풀로 뒤덮인 보행로 사이로 4대강 사업 시설물이 부서지고 깨진 채 방치되어 있다.
 부여군 세도면 둔치공원에 버려진 차량과 수풀로 뒤덮인 보행로 사이로 4대강 사업 시설물이 부서지고 깨진 채 방치되어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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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우안으로 향하는 산책로 곳곳은 부서졌다. 죽은 나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금강 본류와 1km 정도 떨어진 부여군 호암리 지천에서는 침식으로 주변 비닐하우스 농경지가 유실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탓이라는 농민과 이를 부인하는 국토부가 대립해 홍역을 앓은 현장이다.

해당 현장은 '처참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농경지 유실은 여전했다. 금방 넘어질 듯이 서 있던 전신주는 지천에서 먼쪽으로 10m가량 옮겨졌다. 비닐하우스 철근은 휘어져 강물에 처박혔다. 지천 제방은 발길이 닿으면 토사가 무너져내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다.

과거 백제의 궁녀가 뛰어내렸다는 부여 백마강 낙화암. 건너편 수상공연장 일대의 강물과 물이 빠진 바닥은 온통 녹조 투성이다. 마치 건물 옥상에 바른 녹색 방수페인트처럼 보인다.

녹조를 피해 찾아간 웅포대교 일대 강물은 가을비로 온통 흙탕물로 변했다. 교각보호공 유실로 문제가 된 익산시 쪽 강변에서는 크기 50cm가 넘어 보이는 죽은 물고기 2~3마리가 둥둥 떠다녔다. 국토부가 보강하겠다고 했던 교각보호공은 여전히 주저앉아 침식돼 있었다.

다시 차량을 돌려 부여군 세도면 장산리 친수구역을 찾았다. 보행로 사이로 수풀 속에 차량 번호판이 제거된 채 버려진 차량이 보였다.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산책로를 숨바꼭질 하듯 찾아갔다. 시설물 곳곳 난간이 부서지고 철근이 사라진 채 방치돼 있었다. 주변에는 소주병과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동행한 한 활동가는 "아마존 원시림 같다"고 말했다.

일행은 서둘러 세종시 대교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장에 도착해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주변에 보이는 건 외래종인 붉은토끼풀과 망초뿐이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행교 아래 폭 1.3m, 높이 1.5m, 길이 8m 가량의 돌망태가 밑바닥이 세굴되면서 쓰러졌다. 금강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는 모래 재퇴적으로 약 1000평의 하중도가 생겼다.

종착지인 세종보에 도착했다. 주차장 인근 보행로는 보수를 위해선지 다 뜯겨 있다. 바닥 갈라진 틈을 시멘트로 메웠는데, 그 모습이 마치 꿈틀대는 지렁이처럼 보인다.

충남 부여군 백마강의 부소산 낙화암 건너편 수상공연장이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것처럼 녹조로 뒤덮였다. 강물이 썩어 악취가 풍기지만 황포돛배만 한가로이 떠다닌다.
 충남 부여군 백마강의 부소산 낙화암 건너편 수상공연장이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것처럼 녹조로 뒤덮였다. 강물이 썩어 악취가 풍기지만 황포돛배만 한가로이 떠다닌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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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왼쪽부터 정민걸 교수, 이경호 국장, 김성중 간사.
 앞쪽 왼쪽부터 정민걸 교수, 이경호 국장, 김성중 간사.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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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걸 교수는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에도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는 건 심각한 생태적 재앙이다"라며 "호수처럼 된 금강의 수온이 높아져 갈수록 녹조 같은 유기물이 퇴적돼 작년과 같은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의 경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환경청의 보고서에 나오는 일이 발생할 것 같아 걱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녹조와 관련된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독소 때문에 많은 야생동물이 죽고 오염된 물에서 수상레저를 하던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 이 독소는 간 손상을 일으킨다. 1996년 브라질에서는 이 독소에 오염된 물을 사용한 131명의 환자 중 52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다."

"녹조와 관련된 독소로 야생동물과 사람이 죽는다"

김성중 간사는 "오늘 돌아본 자전거도로 곳곳은 부서지고 있지만, 자치단체에서는 상황파악도 못 하고 있다"며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인데, 그 후속 대책을 열악한 자치단체로 떠넘기면서 관리는커녕 4대강 사업 시설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지난해 10월 금강에서는 물고기 약 60만 마리가 떼죽음 당했는데,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며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의 잘못을 떠안아 혈세만 낭비할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보 수문을 열어 자연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국장은 "농민들의 평생직장을 빼앗아 공원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4대강 사업 실패를 인정하고 강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홍수와 녹조 피해를 입은 뒤 댐을 허물어 하천을 살린 사례가 많다"며 "우리는 댐(보)으로 수질을 개선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진정한 하천 살리기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대교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은 재퇴적으로 거대한 하중도가 생기고 있다.
 세종시 대교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은 재퇴적으로 거대한 하중도가 생기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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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사업, #녹조 발생, #물고기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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