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얼굴 가린 채 증언하는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 지난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댓글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꼬리가 잡힌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 김하영씨가 자신의 상관인 이규열 파트장의 사건 연루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찰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와 이 파트장, 민간인 조력자 이정복씨는 경찰 조사를 앞둔 시점인 지난 1월 이 거짓 진술을 공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5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판은 국정조사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얼굴 노출을 막기 위해 가림막을 친 채 진행됐다. 오전 증인신문 막바지에 검찰과 김씨 사이에 다음과 같은 문답이 오갔다.

- 증인(김하영)은 경찰 조사에서 외부조력자 이정복에 대해 2012년 여름 지인의 소개로 두어번 만났고, 이정복으로부터 인적사항도 직접 받았고, 나중에 이정복에게 '오늘의 유머' 아이디 5개도 직접 만들어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나?
"경찰에서는 그렇게 진술을 했고, 검찰에서는 사실관계를 다시 바로잡아 진술했다."

- 이정복도 (경찰 조사에서) 같은 취지로, 직접 여러번 만나서 아이디를 주고받은 걸로 진술한 걸로 알고 있나?
"그 사람 진술 내용은 알지 못한다."

-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이 사건 발생 이후 경찰에서 조사 받을 무렵이던 2013년 1월경 이정복을 처음 만났는데, 이규열 파트장의 존재를 숨기려고 경찰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답한 적 있나?
"그렇다."

- 2013년 1월경 증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증인과 이규열, 이정복 등이 만나서 위 경찰 진술과 같은 취지로 서로 허위로 진술을 맞추기로 의논했나?
"그 당시에 그렇게 얘기가 됐던… 그 시점이… 경찰 조사를 3회 받았는데 그 시점 사이 언제 만났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그냥 단순히 얼굴 익히는 차원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 얼굴 익히는 차원이 아니라, 이규열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서 이정복과 직접 만나고, 아이디 이메일을 주고받고, 인적사항도 전달받았다는 취지로, 그렇게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 하기로 그 자리에서 논의된 것은 맞지 않는가.
"그 자리에서 논의가 된 건지, 아니면 그 이전에 그런 식으로 진술이 이뤄졌던 건지에 대해서는 날짜를 몰라서 말하기가…."

-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정복씨를 처음 본 것 아닌가.
"그렇다."

- 왜 허위 진술을 하면서까지 이규열 파트장의 존재를 숨기려고 했나.
"어쨌든 검찰 진술에서 사실을 바로잡으려는 생각이었고, 당시 수사 상황이 워낙 언론에 노출이 많이 돼서… 그런 측면에서 그렇게 진술했다."

- 파트장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 증인과 이정복이 서로 허위로 진술을 맞춰 경찰 조사를 받기로 한 것은 국정원에 어느 선까지 보고돼 결정된 것인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국정원의 특성과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허위로 진술을 맞춰 파트장을 숨기는 내용에 대해 국정원 조직 자체의 의사결정이 당연히 있었을 걸로 보이는데.
"알지 못한다."

거짓 진술, 핸드폰 추적에서 꼬리가 잡히다

위 신문 과정에 등장하는 이규열씨는 김씨가 소속된 국정원 심리전단 3팀 5파트장으로 김씨가 사이버활동의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고 활동상황을 보고했던 직속 상관이다. 그는 민간인 조력자 이정복씨와 연세대 정치학과 90학번 동기 사이로 오래 전부터 이씨를 공작 활동에 활용하고 매월 300만 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국정원에서 타내 지급했다는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는 등 이번 사건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이 사건 수사 초기 김하영씨의 노트북에서 복원한 텍스트 파일에서 이정복씨의 이름과 주민번호 등 인적사항이 나오자 김하영과 이정복 두 명은 부인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자 국정원측은 이들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막고 그 윗선인 파트장까지 연루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서로 짰다는 것이 위 신문에서 파악되는 핵심이다.

즉, 민간인인 이정복씨를 끌어들인 것은 이규열 파트장이고 김하영씨는 이정복씨의 존재는 알아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음에도 이규열을 빼버리고 김하영-이정복이 직접 만나 일을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 측의 거짓 모의는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이미 탄로가 났다. 김하영과 이정복씨의 핸드폰을 추적하자 둘이 직접 연결되는 지점은 잘 나타나지 않는 반면 또다른 인물인 이규열씨와의 연결은 빈번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말을 바꾸게 된다.

지난 8월 19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씨는 이정복씨에 대해 "저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가, 경찰 조사를 근거로 야당 의원들로부터 위증이라고 공격받은 바 있다. 5차 공판으로 김씨가 최소한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오히려 수사 초기 국정원측이 조직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추가된 것이다.

이규열 파트장은 다음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태그:#원세훈, #김하영, #이정복, #이규열
댓글1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