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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장 풍경. 장꾼들이 도로변에 좌판을 펼치고 있다.
해남장 풍경. 장꾼들이 도로변에 좌판을 펼치고 있다. ⓒ 이돈삼

장바닥이 사람들로 북적댄다. 추석 대목장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장꾼들의 입가에도 모처럼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큰소리가 오가는 흥정에도 여유가 묻어난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넉넉하다.

분위기도 왁자지껄하다. 전을 부치는 할머니는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놀림이 분주하다. 떡 방앗간도 부산하다. 길거리 점포에선 흘러간 유행가가 구성지게 울려 퍼진다. 지난 16일 땅끝 해남의 오일장 풍경이다. 해남장은 매 1일과 6일 들어선다.

해남오일장은 해남읍 중앙로에 들어섰다. 다른 지역 전통시장이 대부분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과 사뭇 다르다. 시내 중심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70~80년대만 해도 진도, 완도, 강진은 물론 멀리 광주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규모가 컸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장이었다.

지금도 여느 지역보다 크다. 장터를 무대로 살아가는 상인만 600명에 달한다. 여전히 호남의 제일장이다. 장터는 바다와 인접한 덕에 싱싱한 해산물이 많이 나온다. 비옥한 땅에서 나는 농산물도 많다.

 시골장터에서 보기 드문 여주. 요즘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도시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농특산물이다.
시골장터에서 보기 드문 여주. 요즘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도시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농특산물이다. ⓒ 이돈삼

 해남장 풍경. 어린이 키만한 토란대가 눈길을 끈다.
해남장 풍경. 어린이 키만한 토란대가 눈길을 끈다. ⓒ 이돈삼

장터는 어물전과 채소전을 거쳐 해남읍을 관통하는 중앙로로 이어진다. 오일장의 보물인 할머니들이 난전을 펼치고 있다. 할머니들은 상가의 처마 밑으로 올망졸망 앉았다. 앞에는 신선한 채소와 토란, 도라지, 고구마, 밤호박 등이 펼쳐져 있다.

시골장터에서 보기 드문 여주도 나와 있다. 언뜻 오이 같다. 하지만 다른 존재다. 표면이 오돌토돌하다. 말려서 차로 끓여 마신다. 그냥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성인병 예방에 특효가 있다고 해서 요즘 인기다.

"아이고 성님! 날도 더운디 뭐하러 나왔소? 오늘은 좀 쉬지."
"추석에 손주들이 내려오는디 용돈이라도 줘야제. 오늘 갈치하고 병치는 어떻던가?"

할머니들의 대화가 정겹다. 이제야 나와서 보따리를 풀어헤치는 할머니도 있다. 옥천면에서 온 정씨 할머니다. 펼쳐놓은 게 단출하다. 미나리 3단, 도라지 한 봉지, 키 큰 토란대 예닐곱이 전부다.

할머니는 자리를 펴자마자 토란대의 껍질을 벗긴다. 할머니의 거친 손끝이 마음 애틋하게 한다. 고향집 어머니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해남장의 어물전 풍경. 크고 작은 생선들이 펼쳐져 있다.
해남장의 어물전 풍경. 크고 작은 생선들이 펼쳐져 있다. ⓒ 이돈삼

 해남장의 어물전 풍경. 바지락과 낙지에서부터 어류까지 줄지어 펼쳐진다.
해남장의 어물전 풍경. 바지락과 낙지에서부터 어류까지 줄지어 펼쳐진다. ⓒ 이돈삼

다시 어물전으로 발길을 돌린다. 어물전에는 해남과 진도, 강진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이 다 나와 있다. 싱싱한 갯것들로 차고 넘친다. 활어는 물론 선어, 건어물까지 엔간한 어시장 못지않다. 할머니들이 갓 잡아온 것까지 더해져 더 풍성하다. 요즘 어물전의 대세는 꽃게다. 실한 것들이다. 값도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암게는 요즘 맛이 덜해. 암게는 6월까지 맛있고, 요즘은 수게가 실하제. 암게는 알을 낳느라고 힘을 다 써버려서 살도 없어. 아, 사람도 애를 낳으믄 모든 기를 다 빼버리잖여. 게도 마찬가지여."

암게를 고집하는 젊은 아낙네에게 하는 꽃게장사 할머니의 말이다. 전어도 지천이다. 좁은 함지박에서 유영하는 전어가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한다.

"아따 오늘 전어가 겁나게 좋소야. 사가쇼 잉~"

점심 때가 되자 전어 굽는 냄새가 장터를 휘감는다. 집 나간 며느리까지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고소함이다.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돈다. 할머니들이 모여 앉은 곳마다 전어구이가 올라와 있다. 된장과 고추도 빠지지 않았다. 비닐봉지에 담아 온 밥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흥겨운 장터축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고 있다.
흥겨운 장터축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고 있다. ⓒ 이돈삼

 해남장의 대장장이. 한 방송사의 리포터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해남장의 대장장이. 한 방송사의 리포터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돈삼

시장 주차장 쪽이 시끌벅적하다.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2013장터축제'가 열리고 있다. 군밤타령에 맞춰 할머니들이 몸을 흔들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할아버지들도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춘다. 막걸리 한 사발에 절로 나오는 육자배기와 어깨춤이 흥겹다.

손수레를 끌며 커피를 파는 젊은 아낙네도 신이 났다. 저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이 모습을 앵글에 담으려는 방송사 촬영기자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화사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리포터도 덩달아 바쁘다.

한쪽에서는 장기와 윷놀이가 한창이다. 가만히 보니 막걸리 내기를 하고 있다. 구경꾼들도 순대 한 접시 옆에 놓고 결코 시들지 않는 얘기꽃을 피운다. 장터축제는 오는 10월까지 장이 서는 날 열린다. 추석 연휴기간인 21일에도 펼쳐진다.

 해남오일장의 장터축제 풍경. 축제는 10월까지 계속된다.
해남오일장의 장터축제 풍경. 축제는 10월까지 계속된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남장#해남오일장#전통시장#장터축제#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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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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