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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2박3일간 수도 프놈펜에서 대규모 철야집회 열어

캄보디아 통합야당인 CNRP 삼 랭시 총재가 켐 속하 부총재와 자유공원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4년간의 망명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삼 랭시는 7월 총선에 불복, 2박3일간 프놈펜 철야집회를 포함, 대규모 전국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캄보디아 통합야당인 CNRP 삼 랭시 총재가 켐 속하 부총재와 자유공원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4년간의 망명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삼 랭시는 7월 총선에 불복, 2박3일간 프놈펜 철야집회를 포함, 대규모 전국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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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총선 부정투표 논란으로 촉발된 캄보디아 정국의 불안과 혼미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 통합야당인 구국당(CNRP)이 수도 프놈펜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가운데 집회를 열 예정인 시내 공원 근처에서 지난 13일 M79 로켓탄 3발이 묶음 형태로, 프놈펜 시내 의사당 부근에서는 사제 폭발물이 각각 발견돼 경찰과 전문가들이 출동하는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폭발물이 터지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현지언론과 AFP통신이 밝혔지만, 지난 1997년 삼랭시 총재가 이끌던 야당집회 당시 의문의 수류탄 폭발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50여 명이 부상했던 사건이 발생한 이래 두 번째로 벌어진 야당을 겨냥한 사건이다.

훈센정부의 부정부패를 비난하고 있는 삼 랭시 캄보디아 야당총재.
 훈센정부의 부정부패를 비난하고 있는 삼 랭시 캄보디아 야당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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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이 발견된 다음날인 지난 14일 (현지시각) 28년째 장기 집권중인 훈센 총리와 야당지도자 삼 랭시 총재는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의 주재로 수도 프놈펜 왕궁에서 전격 여야 영수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어떠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회담에 소요된 시간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으며, 중재에 나선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은 새로 당선된 123명의 국회위원 개인들에게 9월 23일(월)로 예정된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줄 것을 청하는 초청장을 양당에 전달하고 월요일 다시 회동을 갖기로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관방부 대변인 '파이 시판' 차관은 프놈펜 포스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국왕폐하께서는 여야가 국회내에서 양당제에 입각하여 함께 대화를 통해 풀어가라고 제안했다"고 밝힘으로서, 중재회동이 아무런 성과없이 지극히 형식적인 수준에서 끝났음을 은연중에 시사했다.

지난해 10월 서거한 선친인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은 생전 여야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성공적인 중재와 협상에 나선 바 있으나, 뒤를 이온 현 국왕은 선왕에 비해 정치적 기반이 약하고 상징적 군주에 지나지 않아, 혼미한 현 정국을 풀어나갈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현지 정가의 일반적인 평이다.

오늘 16일(현지 시각) 월요일 여야영수회동에 대해 삼 랭시 총재가 "협상의 문을 여는 첫걸음"이라고 기대섞인 표현을 했지만, 과연 여야가 어떠한 합의점을 도출해낼 지는 미지수이다.

유엔의 공동조사위 참여를 촉구하는 스티커를 붙인 캄보디아 젊은이.
 유엔의 공동조사위 참여를 촉구하는 스티커를 붙인 캄보디아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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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삼 랭시 총재가 이번 회동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국가의 상징적 존재인 국왕을 배려한 지극히 요식적 행위일 뿐이며, 훈센 총리가 야당의 일관된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한 9월 23일(월) 열릴 국회 개원식에 불참석까지 강행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되는 파행으로 치닫게 되지 여부도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야당은 이번 영수회담과는 별개로 어제 15일(일요일, 현지시각)부터 열린 2박 3일간의 대규모 프놈펜 집회를 시작으로 부정선거를 둘러 싼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쥘 전망이다. 

집회에 참석중인 아빠 품에 안긴 아기.
 집회에 참석중인 아빠 품에 안긴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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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첫날인 15일 이른 아침부터 프놈펜 3개 지역에서 동시에 집회참가를 위한 시가행진이 시작되었으며, 오전 9시 30분 무렵 삼 랭시 총재와 캠 속하 부총재가 미국대사관 인근 자유공원(Freedom Park)에 마련된 연단에 함께 오르면서 집회의 열기는 한층 무르익기 시작했다.

무더운 태양아래 이른 새벽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수 만여 명에 이르는 야당지지자들은 캄보디아 국기와 야당 깃발을 흔들며 시내 자유공원을 가득 메웠고, 단상 아래 각종 구호가 적힌 팻말과 불교 깃발을 든  채 등장한 2~3백 명에 이르는 젊은 승려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캄보디아 젊은 승려들도 프놈펜 집회에 동참.
 캄보디아 젊은 승려들도 프놈펜 집회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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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수백 여명의 무장경찰병력들도 집회장 주변 곳곳에 배치되었으며 특히, 주변을 지나는 외국인들의 경우 까다로운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집회장 출입을 막는 분위기였다.

오전부터 해질 무렵인 오후 6시까지 주간 행사만 허가한다는 프놈펜시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이번 집회는 2박 3일간 철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이번 프놈펜 집회를 시작으로 향후 바탐방, 씨엠립 등 전국 주요도시로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구국당(CNRP) 총선 기호인 '7'이란 숫자를 보이는 지지자들.
 캄보디아 구국당(CNRP) 총선 기호인 '7'이란 숫자를 보이는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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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삼 랭시가 이끄는 CNRP는 지난 7월 총선 당시 유권자 명부에서 125만 명의 명단이 사라지는 등 대규모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면서 유엔이 조정역으로 참여하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일관된 주장을 펼쳐 왔으며, 옵서버 자격으로 제한한 정부의 주장과 여당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그러한 가운데, 야당이 친정부 성향이라고 지목해 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C)은 지난 주말 (7일) 공식선거결과 발표를 통해 훈센 총리의 캄보디아인민당(CPP)이 68석을 확보해 55석을 얻는데 그친 CNRP에 승리했다고 밝힌 바 있어, 부정선거논란으로 촉발된 야당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혼미정국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프놈펜 시내에서 부정선거 반대 시위 도중 경찰과 시위대간 무력충돌 과정에서 신원 미상의 남자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15일, AFT 통신을 통해 전했다. 교민 여러분들의 각별한 안전을 요한다.


태그:#캄보디아, #CNRP, #삼랭시, #삼 랑시,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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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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