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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포함한 12명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무기한 단식농성에서 열렸다. 미사에 참석한 노틀담 수녀회 수녀와 농성자들.
▲ 단식농성장에 열린 미사 10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포함한 12명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무기한 단식농성에서 열렸다. 미사에 참석한 노틀담 수녀회 수녀와 농성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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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가 추석이지만 저희는 곡기를 끊습니다. 오늘부터 12명의 동지들이 함께 단식에 돌입합니다. 저희는 이 단식이, 쌍용차 노동자들이 열망했던 해고자 복직과 공장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포함한 12명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대한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와 민주노총 등 관계자 30여 명은 10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부슬비를 맞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쌍차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집단 단식에는 김득중·고동민 등 쌍용차 해고노동자 7명과 민주노총·노동당 등 관계자 4명, 일반 시민 1명까지 총 12명이 함께 한다. 이들은 앞으로 대한문 앞에 모여 함께 활동할 예정이다.

김득중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대한문 앞 길거리에서 지난 5년간을 버텨왔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 전에는 쌍용차 회계조작과 대규모 정리해고에 관한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식이 언제 끝날지는 정부의 해결 약속을 지키는 것에 달려있다"며 "지난 5년간 길거리에서 투쟁했던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단식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각 계의 지지·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단식 투쟁은 '죽느냐 사느냐'하는 싸움"이라며 "박근혜 정권은 이 투쟁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종 노동위 위원장인 종호 스님 또한 "(쌍용차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단추를 풀어서 다시 끼는 것은 사측과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의 해결 의지를 촉구했다.  

10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포함한 12명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와 민주노총 등 관계자 30여 명은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단식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자들 10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포함한 12명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와 민주노총 등 관계자 30여 명은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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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포함한 12명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도중 서울에 폭우가 내려 농성자들은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쓴채 참가하고 있다. 한편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와 민주노총 등 관계자 30여 명은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농성이다.
▲ 폭우 속, 미소 짓는 단식 농성자 10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포함한 12명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도중 서울에 폭우가 내려 농성자들은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쓴채 참가하고 있다. 한편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와 민주노총 등 관계자 30여 명은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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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참가자 중 한 명인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단식을 앞둔 심경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이렇게 (단식)하게 돼 참으로 착잡하다"며 "고향 생각은 절로 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꼭 문제가 해결돼 해고노동자들이 기계의 부속품이 아닌 건강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집회시위의 자유는 물론, 여전히 한 평의 공간도 내주지 않는 국가 폭력에 대해서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회견이 열린 시각 대한문 앞에는 30여명의 경찰이 출동했다. 발언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집단 단식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설치한 파라솔을 두고 경찰과 쌍용차 관계자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약 10분간 계속된 소동은 파라솔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한 뒤 끝났다.

쌍용차 사태는 지난 2009년 사측에서 2500여 명을 대량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철탑 고공농성 171일,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의 단식 등이 진행됐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투쟁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24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이 심근경색과 자살 등으로 숨졌다. 이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결사투쟁"하겠다며 "단식과 함께 각계 기자회견은 물론 선전전과 서명전, 그리고 미사도 매일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쌍용차 문제해결 위한 집단단식에 참여하는 시민 신영철씨

강원도 홍천에 사는 신영철씨(52)는 자영업자다. 아내와 함께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신씨는 쌍용차 조합원도 아니고 직접적인 관계도 없지만, 이번 집단 단식에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이 사람들과 술 한번만 마셔 보면 압니다,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이런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참여했습니다."

참여한 계기를 묻자 그는 "그냥 (쌍용차 문제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다, 공동체적인 세상을 만들자는 게 평소 생각이었다"며 "함께 할 수 있어서 오히려 행복하다"고 웃었다. 신씨를 아는 쌍용차 조합원들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단식 참가를 말렸지만, 그가 오히려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신씨는 "2002년 미선이·효순이 사건 때부터 아들과 함께 집회 현장을 나가곤 했다"고 말했다. 이후 계속된 관심은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로도 이어졌고, 결국 이번 집단 단식에도 함께 하게 됐다. 가장인데 생계는 어떡하냐고 묻자 "아내가 이해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믿고 지지해준다, (내가) 잘하려고 아부도 많이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금의 쌍용차 상황을 두고 '아침이 오기 전 새벽시간'이라고 표현하며, "곧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에 같이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쌍용차 문제는 노동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로도 이어지는 것"이라며 "곧 해결되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문] 쌍용차문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1. 추석이 코앞이다. 태어나고 자라난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기나긴 행렬을 거리에서 부러운 눈으로 쳐다만 봐야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있다. 거리에서 차례를 지내고 명절 음식을 나눈 지 만 4년째다. 하루 이틀 쌓인 시간이 벌써 1572일을 가리킨다. 되돌아 볼 과거도 나가야할 미래도 현재란 시간 앞에 무력하기만하다. 옴짝달싹하지 않는 쌍용차 문제는 그대로인데 추석이 목전이다. 이들의 귀향을 이제는 마음 편히 배웅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떨리는 나침반처럼 방향 찾아 살아온 만 4년의 시간에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집단 단식으로 쌍용차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이 간절한 목소리에 이제는 반응해야 하지 않는가.

2. 정리해고가 인간 삶을 파괴하고 가정과 지역과 심지어 공장 안팎의 공동체도 철저히 부수고 짓밟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쌍용차에서 확인하고 있다. 반백의 노동자가 41일간의 목숨 건 단식을 하고, 15만 4천 볼트가 흐르는 송전철탑 1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세 명의 노동자가 171일간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대선 전 정치권이 흔들어대던 쌍용차 국정조사 희망고문의 종이 쪼가리는 대선이 끝나자 안면몰수로 매장됐다. 화단 침범의 대가로 지부장은 구속이 됐고, 쌍용차 진실 규명의 목소리는 경찰과 검찰의 조사에 갇히고 있다. 구경은커녕 만져보지도 못한 224억 7천 만원의 손배가압류 금액은 자다가도 경기가 날 지경이다.

3. 국회 청문회에서 윤곽이 잡혔던 회계조작과 기획파산의 실체적 진실의 시계가 정치권의 무능과 새누리당의 방해로 멈춰 섰다. 회계법인과 금융당국까지 나선 공모와 협잡의 증거를 노동자들이 수년간 발품 팔아 찾아 놨더니 정치권은 해결은커녕 덮어버리기에 급급했다. 이는 쌍용차 문제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과 동시에 그 정치의 끝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선 공약 약속이행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난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쌍용차문제다. 사회적 재난에 대한 집권여당의 책임과 대통령의 책임은 무거울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방기는 곧 민생역행이다.

4. 쌍용차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뿐 아니라 시민사회 종교계, 법조계, 여성, 인권, 학생,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이 사회 양심의 목소리가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특히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오늘로 156일 동안 매일 미사를 대한문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더는 쌍용차 문제를 미뤄선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의 기도 소리를 박근혜 정부는 외면해선 안 된다. 해고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곡기 끊은 외침에 이제는 정부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이보다 더 급한 민생이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 위중한 사회적 재난이 또 어디 있는가.

5. 우리는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늘부터 단식에 돌입한다. 이 단식의 끝은 박근혜정부만 알 것이며 늘어나는 사회적 압력을 견뎌야 하는 것 또한 박근혜 정부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국정조사 실시의 요구를 건 집단단식으로 쌍용차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환기를 반드시 만들고자 한다.

- 쌍용차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국정조사 즉각 실시하라!
-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쌍용차 문제 즉각 해결하라!

2013년 9월 10일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단식 참가자 일동



태그:#쌍용차, #집단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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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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