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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일 오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단위기에 처한 "0~5세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 "빚 내서라도 무상보육 책임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일 오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단위기에 처한 "0~5세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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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연일 '박원순 때리기'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외형상으로는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둘러싸고 시작된 논쟁이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선 가도를 제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잇따른 복지공약 파기·후퇴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약속 안 지키는 박근혜'와 2000억 원의 지방채까지 발행하며 '약속 지키는 박원순'이 대비되는 구도가 새누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장 "민주주의 후퇴가 복지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며 무상보육·급식을 쟁점화 하고 나섰다.

새누리 "박원순, 노회한 정치꾼의 고단수"... 박원순 "일대일 토론 하자"

2010년 지방선거의 핵심 화두는 복지였다. 내년 지방선거 역시 복지가 주요 화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이 박원순 시장에게 전방위 공세에 나선 것도,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에 더해 복지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프레임 싸움의 성격이 짙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가 될 것으로 보여 새누리당으로서는 질 수 없는 싸움이다. 박 시장이 새누리당이 제안한 공개토론을 수용하면서 갈등 양상은 더욱 격화되는 조짐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0일 "박원순 시장의 태도와 언행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냄새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박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시장이 자신의 책임은 이행하지 않고 버티며 여당과 대통령을 비난하더니 이제 와서 마지못해 (지방채 발행으로) 서울시 보육예산을 편성하겠다면서 마치 통 큰 인심을 쓰듯 행동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이 일부러 보육예산을 과소 편성해 서울시 무상보육 위기를 조장해놓고 뒤늦게 지방채를 발행하는 '정치쇼'를 벌였다는 것이다.

김기현 의장은 이어 "누가 옳은지는 우리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여야 정책위의장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서울시장 간의 4자 토론에 즉각 응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최경환 원내대표도 박 시장의 행보를 두고 "노회한 정치꾼의 고단수를 능가한다"고 깎아내리면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새누리당의 공세에 맞서 박 시장은 최경환 원내대표와의 일대일 토론을 역제안했다. 여당과의 정면충돌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새누리당의 토론 제안에 대해 "오늘 저녁이라도 당장 하겠다. 이런 상황을 기피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그쪽에서) 무슨 말을 할지 내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만 새누리당이 제안한 4자 토론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창학 서울시 대변인은 10일 "4자 간 다자토론의 경우 민주당은 이미 동법의 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토론 참여에 부정적이고 기획재정부장관은 별도의 만남이 있기 때문에 성사도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무상보육에 있어 핵심사안인 영유아보육법 처리와 관련해서 책임 있고 실질적인 토론이 되기 위해선 집권여당의 입법활동을 지휘하는 최경환 원내대표와의 토론이 필요하다"며 박 시장과 최 원내대표와의 일대일 토론을 거듭 주장했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김기현 정책위의장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머리 맞댄 최경환-김기현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김기현 정책위의장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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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민주주의 후퇴가 복지의 위기 초래"... 무상보육·급식 쟁점화

새누리당과 박 시장의 난타전에 민주당도 가세했다. 특히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등으로 민주주의의가 후퇴하면서 복지도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무상급식·무상보육 문제를 정치쟁점화 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무상급식·무상보육 지속을 위한 경기도 정책협의회'에서 "최근 민주주의가 무너지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복지 공약이 함께 무너지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약속 안 지키는 박근혜'를 최대한 부각하면서 박 시장 지원에 나선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 뒤집기 논란은 기초연금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를 전체 노인에서 하위소득 노인 70~80%로 줄이는 데 합의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약 20만원) 지급"한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된 것이다. 노동·농업계 대표가 사퇴하며 파행된 행복연금위는 '공약폐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도 논란이 됐다. 공약집에 담긴 '4대 중증(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100% 보장' 공약은 지난 6월 일부 고가항암제 등에만 건강보험을 더 적용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환자 부담이 큰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는 빠져 "국민 사기극"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정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약속했던 각종 지역 공약도 상당히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서울시의 무상보육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한길 대표는 "경제민주화 공약은 이미 재벌들의 저항으로 포기된 지 오래"라면서 "대선 때 약속했던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지급, 4대 중증질환 무료진료 등의 공약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정부여당이 서울시와 논란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후퇴가 이제 아이들의 보육문제와 급식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복지확대를 공약으로 대통령이 됐다면 약속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생색은 대통령이 내고 부담은 자치단체에 떠넘기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가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상의 무상보육 국가보조금 20% 인상안 대신 10% 인상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콩나물 값 깎듯이 깎아내려는 게 참으로 한심하다"고 맹비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시도지사 협의회 간담회에서 무상보육 국가보조비율을 10%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며 "과연 이 문제가 콩나물 흥정하듯이 흥정할 문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대통령 공약을 지키려는 야당 시장을 새누리당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며 "지자체장 멱살잡이 할 게 아니라 국고보조비율 20% 높이는 방안을 즉각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민들은 지금 정부여당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립을 보면서 콩쥐팥쥐 동화를 떠올린다"며 "새엄마의 무상보육 약속을 지키겠다는 콩쥐 시장의 진심이 눈물겹고, 이를 헐뜯는 팥쥐 여당도, 팥쥐 엄마 박근혜 정부도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박원순 시장을 공격할수록 '약속 안 지키는 박근혜'와 '약속 지키는 박원순' 구도만 더 부각될 뿐"이라며 "박원순 시장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것도 새누리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태그:#박원순 서울시장, #무상보육,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공약, #2014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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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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