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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부터 12일까지 학생 한 명과 인솔 교수 두 명이 이키시마 섬과 규슈 중부 지역을 사전 답사차 방문하고,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학생 9명과 인솔 교수 세 명이 규슈 중부 지역과 아마미오시마 섬으로 민속 답사여행을 떠났습니다. 이 두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끼고 겪은 일들을 '규슈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이어집니다. - 기자 말 

  아마미오시마 섬 노로 당골 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키 혹은 미샤쿠라는 술입니다. 술을 항아리에 담아서 야자 잎으로 덮어놓고 기원을 합니다.
 아마미오시마 섬 노로 당골 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키 혹은 미샤쿠라는 술입니다. 술을 항아리에 담아서 야자 잎으로 덮어놓고 기원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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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나흘간 오키나와와 규슈 사이 아마미오시마 섬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섬이 지닌 독특한 생활과 문화를 오래 전부터 간직해 온 곳입니다. 특히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과 풍어, 풍년을 기원하는 노로 당골 무당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들을 노로라고 합니다. 이들이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한 해 동안 행하는 여러 가지 잔치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음력 2월 십간 가운데 임일(壬日) 아침, 노로와 마을 사람 중 가민쥬가 북이나 갈대를 들고 바닷가에 가서 북을 치거나 갈대를 흔들면서 헤르코라는 바다 이상향에 사는 헤르코마미 신을 맞이하는 잔치를 엽니다. 보통 임일 사흘 전 마을 사람들이 도네야라는 마을 행사를 여는 곳에 모여서 미샤쿠라는 술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미샤쿠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입니다. 보통 잔치가 열리기 전 마을 사람들이 가져온 쌀을 불에 불려서 찧은 다음 끓는 물에 넣어서 잘 섞고, 고구마를 갈아서 잘 저은 다음 항아리에 담아서 파초 잎으로 덮어 놓으면 삼일 뒤 발효가 됩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만들어 여름에 시원하게 간직했다가 먹기도 합니다.

오무케 잔치는 아침 노로를 선두로 마을 사람들이 바닷가에 가서 신을 맞이해서 도네야에 모시고 온 다음 노로들이 술과 제물을 받치는 행사입니다. 이때 모시는 신은 산신인 테루코 신과 바다 신 나루코 신이며 이 두 신은 도네야나 아샤게에 머물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과 풍년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도네야나 아샤게는 노로 무당 집 부근에 있는 작은 집으로 제사용 술인 미샤쿠(혹은 미키라고도 함)를 만들면서 잔치를 준비하거나 잔치를 열며 모셔온 신들이 머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마미오시마 섬에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노로 당골 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친이라는 북과 머리 꾸미게인 가브리카즈라입니다. 산호 조각과 물에 떠내려온 야자입니다.
 노로 당골 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친이라는 북과 머리 꾸미게인 가브리카즈라입니다. 산호 조각과 물에 떠내려온 야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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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리 - 신 배송

음력 4월 임일에는 음력 2월 임일 맞이해 온 테루코나루코 이상향에서 온 테루코나루코 신을 보내는 잔치를 엽니다. 먼저 신을 모셔둔 도네야 집에서 잔치를 열고, 노로가 바닷가에 가면서 나루헤 테루헤 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바닷가에서는 노로들이 서서 바닷물을 손으로 치면서 신을 보내고 도네야에 돌아옵니다. 바닷가 마을 가운데 바닷가 바위에서 신을 태운 배를 매어놓은 닻을 푸는 의식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라호바나(新穂花)

음력 6월 십간의 다섯 번째 무일(戊日) 아침 마을 사람들이 쌀을 가지고 당골집에 모입니다. 이 쌀을 물에 불려서 미샤쿠 술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삼일 뒤 마을 사람들이 다시 당골집에 모입니다. 그리고 노로는 가부리가즈리를 머리에 쓰고, 가미킨이라고 하는 신 옷을 입습니다. 이것으로 노로는 신으로 변신합니다.

먼저 노로는 담가놓은 술 앞에서 잡귀를 쫓고 덮어놓은 야자나무 껍질을 없애고 술이 잘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술을 마십니다. 이 때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그 해 생기 복덕을 보아서 뽑힌 사람들입니다. 미샤쿠 술을 마신다음 슈기를 나누어 마십니다. 슈기는 쌀가루를 물로 반죽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마시고 먹은 다음 참가자들이 둘러 앉아 지친이라고 하는 작은 북을 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이 때 노로는 갈대를 다발로 묶어서 흔들거나 양손에 갈대를 들고 흔들면서 춤을 춥니다.

우훈메 - 조의 풍작 기원

음력 8월 첫 무일(戊日)이나 경일(庚日)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조의 풍작을 기원하면서 행하는 의식입니다. 벼 풍작을 기원하는 아라호바나와 비슷합니다. 미샤쿠 술을 만들어 조와 섞어서 마시는 것이 다릅니다. 미샤쿠는 개미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아샤게나 도네야 기둥뿌리에 뿌려둡니다.

이 때 노로 당골 머리에는 하메라라고 하는 나비 무늬를 만들어 머리에 꾸밉니다. 의식이 시작되면 노로 당골은 방울을 흔들면서 참가자들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깨끗한 물에 잇꽃을 짓이겨 물감을 만들어 풀 줄기로 참가자들 얼굴 눈 아래로 일곱 번 찍습니다. 이것으로 신의 잔치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고 합니다.   

      노로 무당과 그를 돕는 가민쥬가 바닷가에서 지친을 치면서 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손에 든 갈대는 다른 곳에서 종이 지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노로 무당과 그를 돕는 가민쥬가 바닷가에서 지친을 치면서 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손에 든 갈대는 다른 곳에서 종이 지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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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끝나면 참가자들이 방 안에 둥글게 서서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양 손목을 흔들어서 모으며 미쿠시 노래를 부릅니다. 이 노래는 이 잔치 때에만 부른다고 합니다. 이 계절에 멋진 새가 나라와 벼, 조, 과일 알곡이 잘 여물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노래가 끝나면 다시 앉아서 노리가미노오모리 노래를 부르면서 잔치가 끝납니다.

미냐구치 - 수구(水口)

음력 6월 둘째 기일(己日) 행하는 아샤게 잔치로서 미냐구치는 수문을 뜻합니다. 마을 당번 무당인 아타리가 미샤쿠 술을 준비해서 아샤게에 무시로를 깔고 가민쥬들이 앉아서 미샤쿠 술을 마시고 풍년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아라호바나부터 시작하여 벼농사 풍년을 기원하고 수확을 감사하는 의식입니다. 마을에 따라서 남자 무당인 구지누시와 노로가 같이 손의 물 구멍에 가서 괭이로 세 번 땅을 찍고 술을 부어놓기도 합니다.

우훈메 - 겨울 매듭

음력 11월 첫 임일(壬日) 혹은 마을에 따라서 9월 이후 첫 경축(庚丑)일에 행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 의식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텃밭에서 키우는 고샤라는 산감자를 캐서 잘 씻은 다음 도네야에 가서 솥에 물을 끓여서 고샤을 익힙니다. 고샤는 이곳 아마미오시마에서 오래전부터 키워온 것으로 먹거리로 먹은 적도 있습니다. 

우훈메는 고네야라고 하는 무당집에서 열립니다. 이곳에서 먼저 물을 끓여서 고샤를 익힙니다. 제물이 준비되면 제물상에 고샤, 고구마, 돼지감자(뚱딴지) 등을 가득 올려놓습니다. 잔치가 시작되면 먼저 미샤쿠 술을 부어서 노로 앞에 제물로 올립니다. 이때 노로는 신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도 미샤쿠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노로에게 올린 고샤나 고구마, 돼지감자 등 제물을 참가자들이 나누어서 먹거나 마십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북을 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이것으로 잔치는 끝납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은 오래전부터 남쪽 오키나와와 북쪽 규슈 가고시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섬 생활과 자연이 가져다준 풍요로운 삶에 감사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특히 마을의 노로 당골은 마을사람들의 신앙적인 기둥으로 사람과 자연의 중개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다른 곳은 이미 사라진 풍습이 이곳에서는 고립된 환경과 자연 속에서 살아있는 것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노로에 의해서 유지 전승되어 온 풍습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소개한 것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 460m 둘레에 사는 사람들은 마을 마다 자신의 신앙과 생활과 풍습과 자연이 가져다준 더 많은 잔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무당 풍습은 다른 곳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습속으로 인간이 가져온 원시적인 자연관과 신앙관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창문과 같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조개껍질과 탈입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조개껍질과 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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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아마미오시마 관광협회, http://www.nonbiriamami.com/ ,2013.9.8
아마미파크, http://www.pref.kagoshima.jp/, 2013.9.9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아마미오시마 섬, #노로 당골, #미샤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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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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