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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민태원의 유명한 수필 한 대목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청춘'처럼 낭만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요새 들어서는 아프니까 청춘일 수도 있고, 청춘은 방황해도 괜찮고, 청춘이라면 모름지기 열정을 가지고 거침없이 도전도 해야 하는 모양이다. 더 이상의 청춘팔이는 지겹다는 아우성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청춘을 좋아한다.

'푸른 봄'(靑春)이라는 문학적인 말뜻 자체도 마음에 들고, 이 주체 못할 젊음의 빛깔이 빨강도 노랑도 아니고 봄의 야외와 같은 신록이라는 데 가슴이 설렌다. 봄은 생명력이고, 얼마든지 자랄 수 있다는 가능성이고, 새로운 시작이고, 시퍼런 혈기인 것이다.

청춘예찬으로 서론이 길어졌는데(그만큼 스스로의 청춘을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는 뜻으로 양해하여 주길), 이 청춘이라는 말만큼 설레고 낭만적인 단어가 또 무엇이 있을까?

'OO'...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
다음 중 빈칸에 적절한 단어는? ①취업 ②과제 ③토익 ④등록금 ???

각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가 분명 있겠지만 대다수의 대학생들과 관련지을 수 있는 단어 가운데서 보편적인 정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이라면 어떨까?

여행을 대학생만의 전유물이라고 우긴다면 지나친 욕심이겠지만 여행만큼 청춘과 어울리는 단어도 없다. 청춘이라는 설렘과 여행이라는 낭만. 이 둘만큼 예찬하기 좋은 대상도 또 없을 것이다. 물리적인 나이를 떠나,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여행길에 오르는 자라면 누구라도 청춘이라 불리기에 손색 없다.

청춘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

그대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대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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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청춘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청춘에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시퍼렇고 시퍼런 청춘 중의 청춘인 스물한 살에 전국일주 기차여행을 하고 스물둘에 <청춘, 내일로>라는 책을 쓴 탓으로 수없이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아왔다. 그때마다 새삼스런 답변을 주워섬기곤 했는데 솔직하게는 정말 너무 새삼스럽다는 생각이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각자가 선호하는 여행의 스타일은 분명 다르겠지만 새로운 시간과 공간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는 설렘에는 누구나 끌리게 마련이다. 용기가 나지 않는다거나 경제적·체력적으로 어려운 건 별개의 문제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 동안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묻거나 사회인을 대상으로 '대학 시절로 돌아가면 꼭 하고 싶은 것'을 설문 조사하면 빈번하게 1위를 하곤 하는 항목이 바로 여행이다. 어쨌거나 내가 쓴 <청춘, 내일로>의 서문 일부를 인용해 그 새삼스러움에 답변해보겠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 또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차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것이 하나의 긴 여행이며, 삶을 배우기에 여행만한 게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기 때문 아닐까. 특히 모험과 도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우리 청춘들의 여행은 견문을 넓히고 자신감을 얻는 데 최고다. 그중에서도 내 나라, 내 땅을 자기 발로 직접 누벼보는 일은 살아가면서 꼭 해봄직한 일이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가 바로 우리 나이 아닐까 싶다."

여행 목적 세웠다면... 준비하고 떠나라

실제로 많은 청춘들이 여행을 떠나고 있다. 올 여름 '극장흥행 1위는 설국열차, 야외흥행 1위는 청춘열차'라는 절묘한 농담을 들었다. 그만큼 많은 청춘들이 내일로 티켓을 끊어 기차여행길에 올랐고,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해외봉사 등의 형태로 외국여행을 떠나 견문을 넓히며, 전세계 곳곳으로 향하는 배낭족의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환영하는 바다. 많은 청춘들이 여행을 통해 성장했고, 치유됐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유행에 편승해 체계적인 준비나 목적의식 없이 무분별하게 여행을 떠나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도 많이 본다. 무계획 여행의 묘미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겠으나 무목적 여행은 또 다른 얘기다. 여행을 일종의 스펙으로 여겨 남들 다 가니까 나도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떠나려 한다면, 말리고 싶다. 여행은 일단 즐거워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니까.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자. 일상에서의 도피? 생각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해서? 나만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어서? 떠낢의 이유와 목적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갈 장소도 쉽게 정할 수 있다.

각자의 여행은 각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이유와 목적·사연을 가지고, 다른 시간과 장소를 여행한다. 하지만 아직은 인생에 서툴듯 여행에 서툰 청춘을 위해 약간의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나의 20대 초반을 오롯이 바친 청춘 내일로와 국내 여행을 중심으로, 기회가 된다면 캘리포니아로 교환학생을 떠나 미국 전역을 여행했던 이야기나 카우치서핑처럼 새로운 여행 방법에 대한 소개도 하고 싶다.

나는 나의 여행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것은 나의 여행일 뿐이다. 내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몰개성하게 내 여행을 따라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므로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실질적인 정보도 듬뿍 담아내려 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막연히 그리는 청춘에게 여기에 이런 오솔길도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Get, Set, Ready!'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020 참여형 미디어 펀미디어에도 실렸습니다.
http://cafe.naver.com/rumorxfile/826824



태그:#펀미디어, #박솔희, #레일러, #기차여행, #청춘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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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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