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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그 가게 그 총각 있자녀. 잘 생기고, 친절하고, 열정적이더만."

이런 소문이 안성 아줌마들에게 났다. 어떤 사람인가 해서 안성 구 터미널 앞에 있는 A 휴대폰 가게에 들렀다. 주인공은 이종문씨(28)다

약주한 손님의 막말 들으며 도를 닦는다

그는 자신을 원래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소개했다. 군대 가서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제대 후 수련원 교관, 영업사원 등을 거치며 자신이 말로 먹고 사는데 자신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3년 전, 지금의 가게에서 휴대폰을 팔아왔다. 지금부터 그가 들려주는 별의별 손님들을 만나보자.

제일 난감한 손님은 들어오자마자 막말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약주를 그나하게 한 중년손님은 두 배로 힘들다. 욕하기로 작정하고 들어온 손님에겐 뭐라고 이해를 시켜도 통하지 않는다. 이런 손님을 만나면 하루의 쓸 에너지를 미리 다 소진한다.

이종문씨, 그는 요즘 사람들의 필수품인 휴대폰을 팔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사람공부, 인생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할 거라고 했다.
▲ 이종문씨 이종문씨, 그는 요즘 사람들의 필수품인 휴대폰을 팔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사람공부, 인생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할 거라고 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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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엔 손님의 페이스에 휘말려 화를 내곤했다. 화를 내고 나면 자신에게나 회사에게나 좋지 않음을 경험했다. 그런 손님을 잘 대하고 나면 오히려 단골손님이 되기도 했다. 이젠 회사를 위해서, 고객을 위해서,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 참는 것이 상수임을 몸으로 배워 안다. 

안성은 농촌도시다. 장날, 장에 갔다가 휴대폰 바꾸러 오는 어르신들도 꽤나 있다. 종문씨는 어르신들에게 특히 친절하려고 애쓴다. 모두 부모님 같아서다. 버스 정류장이 근처에 있기에 어르신들을 위해 가게 안에 휴게공간이 있다. 휴대폰과 상관없이 그들이 쉬어 가곤 한다. 고마운 일이다.

휴대폰 도청 당한다는 여성, 제일 황당해

안성 주변에 공단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고객으로 방문한다. 동남 아시아인들은 비교적 온순하다. 반면에 조선족들은 퍽퍽하다. 사소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끈질기게 요구해온다. 그러다보니 조선족 말투의 손님이 오면 긴장하게 된다.

한국에 온 지 꽤 되는 손님이야 말이 통한다지만,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손님과는 의사소통이 힘들다. 손짓 발짓 해가며 휴대폰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소소한 생활용어야 손짓발짓이 되지만, 휴대폰에 대해 설명하는 건 쉽지가 않다. 새삼 의사소통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언젠가 한 중년 여성이 가게에 나타났다. 그녀는 다짜고짜 자신의 휴대폰이 국정원으로부터 도청당한다고 호소했다. 그녀의 남편이 북한간첩이었는데, 다른 북한여자랑 바람나서 나갔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도청당하니 해결해 달란다. 자꾸 찾아와서 호소하기에 참다못해 경찰서에 가서 해결하라고 일러줬다. 그 후로 그 여성을 보지 못했다.

마음은 울어도, 얼굴은 웃어야 한다

어떤 손님에겐 휴대폰을 이해시키려고 쉽게 설명해주면 이런 반응이 나온다.

"날 바보로 아느냐. 나도 그 정도는 안다."

어떤 손님에게는 수준 높게 설명해주면 친절하지 않다고 뭐라고 한다.

어떤 손님에게 저렴한 휴대폰을 추천해주면 자신의 행색이 가난하게 보여 무시하느냐고 화를 낸다. 어떤 손님에게 고가의 휴대폰을 추천해주면 자신에게 덤터기 씌워 비싸게만 팔아먹으려고 한다며 짜증낸다.

어떤 날은 일하다가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아버지를 수술시키고, 병원에 입원시켜, 병원을 오가며 출퇴근 하던 날들은 힘들었다. 이때 마음은 울고 있었지만, 얼굴은 웃어야 했다. 손님 앞에서 티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니 이중으로 더 힘들었다.

휴대폰을 비싸게 팔아먹으려고만 한다는 선입견의 고객은 힘들다. 종문씨는 어떻게든 개별고객에 안성맞춤으로 맞춰주려고 애쓴다. 해당 고객의 연령, 성별, 주로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 사용습관, 원하는 가격대 등을 일일이 상담해 그 사람에게 맞춰 주려고 애쓴다. 그러다보니 다른 판매자들보다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애쓰는 자신의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종문씨는 답답하다.

반면 이런 진심이 통하는 고객에겐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다. 상담할 그 순간에도 기분이 좋다. 자신에게 칭찬해주는 고객, 고맙다고 하는 고객은 금상첨화다. 자신의 진심이 통하니 엔도르핀이 돈다. 심지어 어떤 고객은 고맙다고 아이스크림, 과일 등을 가게로 가져온다. 그만큼 뿌듯할 때가 없다. 

진심이 통한 손님은 자신도 휴대폰을 구매하지만,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도 입소문을 낸다. 이런 경험을 한 종문씨는 모든 손님에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상담할 수밖에 없다. 휴대폰을 팔아도 결국 사람 때문에 울고 웃는다. 진심이 통하면 할 맛이 나고 살맛이 난다.

이종문, 그는 젊은 나이에 참 많은 인생 공부를 한다고 했다.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거라고 했다. 어쨌든 안성 아줌마들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가볍게 가게를 빠져 나왔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4일 그가 근무하는 가게에서 이루어졌다.



태그:#휴대폰, #스마트폰, #영업, #이종문,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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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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