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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사기꾼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뜨거운 사막과 푸른 바다. 룩소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새벽녘에 도착한 후루가다는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의 이집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슬람 국가라는 사실이 무안할 정도로 거리 가득 술에 취한 여행객들과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모티브로 한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역사책에나 등장할 것 같은 웅장한 성을 모티브로 한 많은 리조트들까지. 사자와 원숭이와 코끼리와 더불어 지내던 한 달 반이 지나 나는 잠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왔다.

숙소와 다이버샵을 같이 운영하는 '우리집'
 숙소와 다이버샵을 같이 운영하는 '우리집'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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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은 숙소에 까지 이어졌다. 드물게 한국인이 다이버숍과 숙소를 같이 운영하는 '우리집'은 한국인 다이버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수영장이 딸린 레지던스와 매일 매일 만들어지는 한식, 그리고 오랜만에 쉬지 않고 터져나오는 한국어까지. '우리집' 은 험한 아프리카 여행의 끝에 선 나에게 꿀맛 같은 휴식을 제공해 주었다.

숙소를 벗어나 후루가다의 교외에 들어서니 본격적으로 멋들어진 리조트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리조트의 안쪽은 사막, 바깥 쪽은 푸른 바다라니 이 얼마나 멋진가. 3000년 가까이 지속된 고대도시 카이로와 달리 오로지 현대인들의 욕심으로 사막 위에 개척된 휴양지 후루가다는 이미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여행자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붉은 색은 보이지 않는 이 바다가 왜 하필 홍해(Red sea)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무언가 붉은 색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는 순간 깨졌지만 이름의 유래는 생각보다 시시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산 위에서 바다를 보았는데 바다 속 해초와 산호들 때문에 붉게 보여서 홍해가 되었다니. 어쩌면 그는 색약이었는지도 모른다.

홍해를 끼고 늘어선 리조트들
 홍해를 끼고 늘어선 리조트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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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알 수 없는 건 이집트의 물가다. 한끼 식사가 3000원 정도인 이들의 물가수준에서 어떻게 이런 수준의 레스토랑과 리조트가 가득한 도시의 유지가 가능한 것일까. 오로지 외국인의 자본으로만 돌아가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가 이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인지 단순히 착취를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이 많아졌다.

실제로 후루가다를 비롯한 홍해 근처의 도시들은 먼 옛날 이스라엘이 이곳, 시나이 반도를 점령했을 때 형성된 도시다. 원래의 목적은 바다를 낀 군사거점이었다지만 군사적 요충지는 주인이 바뀌면서 여행자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이 바다와 도시의 진정한 주인은 홍해의 뜨거운 햇살과 깊은 바다 다이빙을 즐기는 이방인들이다.

불 꺼질 새가 없는 후루가다의 밤거리
 불 꺼질 새가 없는 후루가다의 밤거리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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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집트는 아랍문화권으로 술에 대해 매우 엄격하지만 후루가다의 밤은 다르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집트 음식 빼고는 전 세계 음식이 다 있다는 후루가다의 밤 거리는 수영복을 벗고 빛나는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외지인들과 흥겨운 음악으로 항상 붐빈다. 양탄자가 깔려있는 노천바에서 즐기는 물담배 '시샤'와 이집트 맥주 '스텔라' 까지 곁들이면 마침내 후루가다의 밤이 완성된다. 여행자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단지 홍해 바다의 아름다움 때문 만은 아니었다.

다이빙의 메카, 홍해

첫 날을 흥청망청 보낸 나는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홍해 탐험의 길에 올랐다. 1년 내내 덥고 습한 이집트의 기후가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곳인 후루가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스쿠버 다이빙. 홍해를 마주본 건너편에 일명 '블루홀'이라고 불리는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이집트의 또 다른 도시 다합이 있지만 후루가다는 돌고래, 듀공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들과 아름다운 산호초로 쌍벽을 이룬다.

다이버의 일상
 다이버의 일상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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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루가다의 아침은 언제나 다이빙을 준비하는 여행자들로 분주하다. 숙소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들과 함께 하는 여행길이라 더더욱 즐겁다. 한 번 타고 나간 보트는 두세 번의 다이빙과 보트 상에서 펼쳐지는 뷔페식사를 끝낸 후에야 다시 돌아오는 일상이 매일매일 반복되지만 홍해 바다 속은 그 매일매일이 색다르다.

에메랄드 빛 홍해바다
 에메랄드 빛 홍해바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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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출발한 보트는 40분 정도를 달려서 한눈에 봐도 산호초가 가득한 홍해의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속으로 몸이 잠길수록 또렷한 심장소리는 몇 년 만에 하는 다이빙 탓에 긴장한 건지 단지 바다 속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짜릿함에 흠뻑 빠져들었다.

홍해의 다양한 모습들
 홍해의 다양한 모습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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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본적 없는 세상을 말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에 닿는 모든 것이 신비롭다. 이미 수십 번의 다이빙을 한 경험이 있지만 바다 속만은 늘 새로운 세상이다.

닿을 듯 말 듯, 산호초를 스쳐 지나고 바다를 가득 메운 생명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오로지 바다의 안내로 또 다른 세상을 탐험한다. 그렇게 마치 하늘에 뜬 구름마냥 그 축복을 고스란히 누렸다. 살아있다는 것, 움직인다는 것, 단지 그것만으로도 큰 감동이다.

산호초 틈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 모레이 뱀장어
 산호초 틈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 모레이 뱀장어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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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을 바다 세상을 탐험하던 중 사람 크기만한 모레이 뱀장어를 만났다. 몸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녀석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는 듯 산호구덩이에 그 거대한 몸을 숨기고 머리만 살짝 내밀고 있었는데 이 바다세계도 마냥 낙원은 아닌 모양이다.

며칠간을 홍해바다에서 보낸 후에는 문득 밤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야간 다이빙을 위해 찾은 아주루 시타델 리조트(Azuru Citadel Resort)의 모습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밤이었지만 밤의 바다는 낮에는 볼 수 없는 생명들로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곤히 잠에 빠진 물고기들을 몇 분간 멍하니 바라보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야간 다이빙을 끝내고 올라와 바라보는 밤 하늘의 수 많은 별은 보너스. 그 밤을 놓치기 싫어진 나는 다이빙 수트를 베개 삼아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야간 다이빙을 위해 찾은 아주루 시타델 리조트
 야간 다이빙을 위해 찾은 아주루 시타델 리조트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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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바다 속에 몸을 들여놓고서야 나는 후루가다가 분명히 아프리카지만 아프리카라는 대륙적 구획보다 홍해의 축복받은 성지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신비스런 바다와 그 속을 가득 채운 생명들, 그들의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세계각국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후루가다는 참으로 여행자의 발을 붙잡는 블랙홀 같은 곳이다.

간략 여행 정보
해양 스포츠의 천국인 후루가다는 이집트인 보다 외국 관광객이 더 많은 전형적인 휴양지의 모습이다. 다이빙은 기본적으로 공식 자격증이 필요한 레포츠지만 후루가다에 있는 수많은 다이버숍에서 3일이면 기본적인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특히 후루가다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다이빙이 가능하기 때문에 처음 자격증을 취득하기에 더욱 적합하다.

기본적으로 다이빙은 물에 뜨는 것이 아닌 가라앉는 운동이기 때문에 수영실력과는 무관하지만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다이빙은 오전에 배를 타고 출발해 첫 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선상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두 번째 다이빙을 하고 다시 육지로 돌아오는 방식이며 매일매일 진행된다.

언어의 장벽이 부담스럽다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우리집'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한 후 후루가다에 도착해서 전화하면 버스터미널로 픽업차량을 보내 준다. 매일 저녁마다 요리되는 한식과 수다는 덤이다. 아래는 우리집 홈페이지에 표기된 가격정보
(http://www.redseadive.net)

1day 2dives : 80USD
Open Water Course : 299USD



태그:#후루가다 다이빙, #홍해 다이빙,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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